'회심의 카드'로 꺼냈는데...방역공조도 마스크도 대답없는 北

파이낸셜뉴스       2020.03.16 15:08   수정 : 2020.03.16 15:08기사원문
코로나19로 내부 사정 급하지만
확진자 등 실상 공개에 부담 커
국제기구 통한 우회지원 받을듯
남북관계 개선까지는 힘들 전망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개별관광·방역협력을 제안하고 정치권이 개성공단에서 마스크를 생산하는 방안까지 제시했지만 정작 북한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제재면제의 키를 쥐고 있는 미국도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하는 등 호의적이지 않다. '회심의 카드'로 꺼낸 제안이 정부와 정치권에서만 맴돌다 사라질 수 있는 상황이다.

■개별관광·방역협력 대답 없는 北

16일 북한은 개별관광·방역협력·개성공단 마스크 생산 등 우리측 제안에 대해 특별한 반응이 없는 상황이다. 선전매체인 '조선의오늘'이 지난달 16일 개별관광에 대해 다루지도 했지만 이마저도 "미국에 간다고 하여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냉소적인 입장을 내놓은 것이 전부다.

하지만 세가지 모두 북한에게 다급한 사안이다.

지난해 연말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대북제재 정면돌파를 선언한 북한에게 제재에 해당하지 않는 개별관광은 무시하기에는 메리트가 크다. 지난해 양덕온천문화휴양지구와 삼지연관광지구를 오픈한 북한은 다음달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완공을 앞두고 있다. 대규모 투자가 이뤄진 만큼 돈 많은 외부 손님을 유치해야 하는 처지다.

방역협력이나 마스크는 코로나19 차단을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시급하다. 북한 보건성이 국제사회에 코로나19 예방과 관련된 장비지원을 요청하고 유니세프, 적십자사 등이 지원물품을 북한에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히 북한은 코로나19 확진자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미 감염자가 나왔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여겨지고 있다. 로버트 에이브람스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 13일 "북한이 코로나19 확진자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발병사례가 있다고 꽤 확신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례적으로 보름 이상 평양을 비웠다는 점에서 확진자 발생설에 무게가 실린다.

■"내부시선 의식…공개 지원·협력 안받을 것"

이처럼 상황이 시급하지만 우리측 제안에 대한 북한의 반응은 여전히 모르쇠다. 다만 필요하지 않다기 보다는 공개적으로 우리측의 제안을 받기 힘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북한 내부 통제 차원에서 공개적으로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없다"면서 "방법이 있다면 국제기구를 통한 인도주의적 간접 지원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북한이 방역물품을 요청한 적십자사, 국경없는의사회 등을 통해 우회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다. 대북 지원을 통해 남북관계 진전을 만드는 기존 방식은 현실성이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남북이 질병에 공동대응을 하려고 한다면 자국의 상황에 대한 공유가 필요한데 북한은 공식적으로 확진자가 없다는 발표를 하고 있을 정도로 폐쇄적"이라며 "정보 공유를 할 경우 북한의 취약한 검역·방역 체계가 드러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정권의 무능함이 노출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북한은 코로나19 위험성이 완전히 없어질 때까지 국가비상방역체제를 유지할 것이기 때문에 당분간 남북의 방역협력을 위해 대화에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강중모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