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사람은 내가 잘 알지" 당신만의 착각은 아닌가요
파이낸셜뉴스
2020.03.20 04:00
수정 : 2020.03.20 04:00기사원문
경영사상가 글레드웰의 신작
오해에서 비롯되는 오류들
사례 통해 조목조목 짚어주며
타인의 진실에 다가가는 법 제시
내 눈앞의 이 사람은 적일까, 동지일까. 누가 거짓을 말하고 진실을 말하는지 우리는 알 수 있을까. 낯선 사람은 얼마나 우리에게 정직할까. 그의 표정과 행동, 말투를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그에 대해 진정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직면하면 누구든 "알 수 없다"고 말할 것이다. 그게 사실이다. 하지만 말은 그렇게 해도 무의식 중에 우리는 '상대를 보면, 대화하면, 느낌으로 모든 것을 알 수 있다'고 착각한다. 살아온 인생의 경륜이 나 자신을 내 안에서 전지전능한 존재로 만들어버린다. 순간순간 우리 자신을 돌아보고 겸손해져야 할 이유다.
세계적인 경영사상가 말콤 글레드웰이 6년만에 들고온 신작에서 하는 이야기 역시 우리의 삶에서 가장 많이 일어나는 한 가지 오류에 대한 것이다. 그것은 우리의 근거없는 자신감이 만들어내는데 마치 코끼리의 코를 만지면서 코끼리가 뱀과 같은 모습일 것이라고 상상하는 일이 매일매일 일어나고 있다. 결국 경찰은 무고한 사람을 체포하고, 판사는 죄지은 사람을 석방한다. 믿었던 외교관은 타국에 기밀을 팔고, 촉망받던 펀드매니저는 투자자에게 사기를 친다. 눈앞의 단서를 놓쳐서 피해가 커진 범죄부터 피의자가 뒤바뀐 판결, 죽음을 부른 일상적인 교통단속까지 저자는 우리가 모르는 사람을 안다고 착각해서 비극에 빠진 여러 사례를 보여준다.
저자는 책 속에서 여러 사례를 들며 개인이 타인과 상호작용할 때 저지르는 오류를 조목조목 짚어낸다. 이후 그 이유를 인간 본성과 사회 통념에서 찾아낸 뒤 타인의 진실에 다가가기 위한 방법을 제시한다.
그는 우리가 타인을 오해하는 이유에 대해 세 가지를 제시한다. 우리가 타인이 정직할 것이라고 가정한다는 것, 타인의 태도와 내면이 일치한다고 착각한다는 것, 행동과 결합하는 맥락의 중요성을 간과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세가지 전략은 과연 틀린 명제인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우리가 상대를 정직하다고 가정하지 않는다면, 눈치로라도 상대를 파악하려 하지 않는다면 사회생활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저자는 "대안으로 신뢰를 포기하는 것은 더 나쁘다"라며 "우리의 단정이 아무리 끔찍한 위험을 수반하더라도 진실을 기본값에 놓지 않으면 사회가 굴러가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인가. 저자는 "우리가 낯선 이를 해독하는 우리의 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몇 가지 단서를 설렁설렁 훑어보고는 다른 사람의 심중을 쉽게 들여다볼 수 있다고 여기지 말 것. 우리가 스스로 자신을 미묘하고 복잡하며 불가해하다고 여기듯 상대에 대해서도 그렇게 생각하며 이중잣대를 들이대지 말 것을 말한다. "네 이웃을 내 몸 같이 여기라"는 예수의 말과 다를 바 없는 얘기다. 결국 뻔한 얘기지만 "타인은 쉽게 알 수 없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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