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코로나19 발원지' 다툼
파이낸셜뉴스
2020.03.20 17:19
수정 : 2020.03.20 18:29기사원문
근거는 없다. 발원지가 어디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발언의 배경은 사실상 필요하지 않다. 상대방 신경을 건드려 이목을 집중시키고, 국제적으로 이미지 쇄신만 하면 된다. 어차피 양국 정부가 상호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이상 코로나19가 어디서 발병했는지는 당장 밝히기 어렵다. 양국 갈등이 1단계 무역합의로 일단락되는 상황에서 생각지 못한 코로나19로 다시 불이 붙었다.
되짚어보면 발단은 '우한 바이러스' 혹은 '중국 바이러스'라는 말에서 시작됐다. 코로나19는 지난해 12월 31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위생건강위원회가 새로운 바이러스에 27명이 감염됐다고 발표하면서 세상에 드러났다. 현재까지 없었던 '신종'이기 때문에 정식 명칭이 없었다. 따라서 세계보건기구(WHO)가 'COVID-19'라고 이름을 붙이기 전까지 자연스럽게 우한 바이러스로 불렸다.
기다렸다는 듯 중국 관영 언론이 바통을 받았다. 중국 외교부도 가세했다. 이제는 '중국이 아닐 수도 있다'에서 '미국일 수도 있다'로 진화했다. 우한 세계군인체육대회에 참가한 미군이 전파했다는 설, 2만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미국 독감의 코로나19설 등이 제시됐다. 정점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찍었다. 그렇다면 근원을 파악해보라는 것이다.
미국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최근 브리핑에서 6차례나 '우한 바이러스' 용어를 사용하면서 "중국이 초기 대응 실패로부터 주의를 돌리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외국에서 온 바이러스'라며 중국을 겨냥했다.그러면서 그런 용어 자체가 미군이 우한에 바이러스를 퍼뜨렸을 수 있다는 중국 당국에 대한 반격이라고 설명했다.
양국 모두 설이라는 점을 이용했다. 어차피 확인 불가능하다. 사실 여부는 고려 대상이 아니며 세계의 여론만 주도하면 된다. 자존심 싸움이고, 국제적 이미지만 보면서 내달리고 있다.
세계 초강대국 두 곳이 이렇게 다투는 사이 코로나19는 세계적 대유행을 불러일으켰고, 일부 국가에선 손을 쓸 수 없을 지경까지 확산됐다. 중국도 한때는 전염병과 전쟁을 벌였으며 미국은 현재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어도 세계적 위기 극복을 위한 '협조'나 '공동대응' 등에는 여전히 별 관심이 없다. 경제와 안보 등 세계의 주요 이슈를 이끌어 가는 주요 2개국(G2)의 모습이다.
물론 양국의 신경전이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백신개발과 같이 세계에 이로움을 주는 것도 있다. 그러나 이를 두고 다툼이나 분쟁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경쟁에 가깝다. 백신개발 경쟁을 놓고 인상을 찡그릴 이들은 없다.
정지우 베이징 특파원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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