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박사 구속'에 '텔렉시트'...경찰 "반드시 잡는다"(종합)
파이낸셜뉴스
2020.03.22 15:04
수정 : 2020.03.22 15:2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미성년자 등을 협박해 촬영한 성착취 음란물을 공유한 혐의를 받는 텔레그램 n번방 운영자인 일명 '박사'가 구속된 후 범죄 온상지였던 텔레그램에서 단체방들이 잇따라 사라지고 있다. 경찰이 텔레그램에서 발생하는 '디지털 성범죄'를 소탕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자신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 '텔렉시트(Telegram+exit)'가 이어지고 있다. 경찰은 국제공조 수사를 통해 텔레그램 내 영상물 유포 차단과 일당을 반드시 검거하겠다는 입장이다.
■2만명 '불법홍보'방 하루만에 '폭파'
해당 방은 각종 불법거래의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시켜주는 일종의 허브로서의 역할을 했다. 논란이 된 '박사방'과 마찬가지로 음란물을 공유하는 방의 링크가 올라오거나 대마초 등 마약판매, 불법 도박사이트, 사설 선물거래, 대포통장 및 신분증 판매를 홍보하는 글들도 끊임없이 올라왔다.
관련 내용에 관심이 있는 이용자가 해당 방에 입장한 후 값을 치르면 거래가 성사되는 구조다. 그러나 활발하게 운영되던 이 방은 예고도 없이 일순간에 사라졌다. 텔레그램은 방장이 방을 삭제하면 참여자들도 과거 게시물을 읽을 수 없고, 방에서 강제로 빠져나가게 된다.
앞서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조씨 등 박사방 운영자는 물론 돈을 내고 회원으로 가입한 이들까지 처벌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후 '텔레그램 탈퇴'가 인터넷 포탈사이트의 실시간 인기 검색어에 올랐고, n번방 단순 회원도 처벌이 가능한 지 여부와 텔레그램 기록 삭제 방법을 문의하는 글들이 잇따라 게시되고 있다.
텔레그램은 기록이 잘 남지 않다는 점에서 각종 범죄의 주요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텔레그램 내에서 불법거래를 시도할 경우 성사 가능성은 높은 편이라고 한 가입자는 전했다.
한편 경찰은 박사방 등 텔레그램 내 성착취 공유방에서 유포된 영상들이 해외 메신저 등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국제공조 수사 등을 통해 불법 영상물 유포자 및 회원 근절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경찰청 '디지털 성범죄 수사 태스크포스(TF)' 관계자는 "해외 공조에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공조를 통해 충분히 검거가 가능한 사안"이라며 "게임 전용 모바일 메신저인 디스코드 뿐만 아니라 '위챗' '큐큐' 등 해외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불법촬영물 유통 중인 사안에 대해 수사 중이며 삭제차단 요청도 병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텔레그램 성착취 영상물 사건을 공론화한 단체 '프로젝트 리셋'은 지난 20일 성명을 통해 "3월 18일 오후 기준 디스코드 내 디지털 성범죄 서버(대화방)는 112개에 달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디스코드 서버 검색 사이트에서 '야동'을 키워드로 입력하기만 해도 10개가 넘는 음란물·성착취 영상 공유방이 검색되기도 했다. 여전히 버젓이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박사방' 등 텔레그램 내 성착취 공유방의 경우 주범만 잡혔을 뿐, 이용자가 여전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며 "전국적인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계획을 세워서 (수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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