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봉쇄설’에 열도 패닉… 마트에 화장지·쌀·라면 동났다
파이낸셜뉴스
2020.03.26 17:11
수정 : 2020.03.26 18:58기사원문
코로나에 떠는 日 현지 표정
화장지 1인 1점 판매 제한하기도
도쿄도지사 ‘봉쇄 경고’ 기름부어
GDP 10% 56조엔 대책 준비중
26일 오전 7시께 도쿄 미나토구의 한 식료품 판매점에선 쌀 포대가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전날 오후 쌀 포대(10㎏짜리)가 매대에서 상당수 소진된 데 이어 이날 오전엔 하나도 남지 않았다.
이른 아침부터 장보기에 나서서 운 좋게 마지막 쌀을 거머쥔 한 중년 여성은 계란과 신선식품들도 대거 사 모은 뒤 빠르게 계산대를 빠져나갔다.
화장지는 도쿄 신주쿠와 인근 사이타마현 등에선 최근 공급이 이뤄지고 있으나 이 역시 '1인 1점' 판매룰에도 불구하고 내놓기 무섭게 빠지고 있다. 미나토구와 여타 지역에서는 아직 화장지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급기야 일본제지연합회의 야지마 진 회장이 최근 "1주일 정도 내에 품귀상황이 해소될 것"이라며 불안감을 달래기 위한 기자회견을 열 정도이나, 도쿄봉쇄설과 더불어 화장지 사 모으기도 쉽게 사그라들진 않는 모양새다. 봉쇄 시엔 유럽과 마찬가지로 개개인의 외출금지, 점포 폐쇄 등이 예상된다. 유통망에도 타격이 가해지면서 생필품 조달에 어려움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잠시 주춤했던 사재기에 기름을 부은 건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의 봉쇄 경고가 이어지면서부터다. 사실 이달 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선 일부 네티즌이 도쿄도 봉쇄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엿보이긴 했다.
그러다 도쿄올림픽 1년 연기가 결정된 직후 지난 23일 고이케 지사가 봉쇄 가능성이 있다고 발언한 데 이어 이틀 뒤인 25일 오후 8시께 '감염 폭발, 중대 국면'이란 패널을 들고 외출자제를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열자 '설마 했던 일이 현실이 되는 것 아니냐' '봉쇄로 가는 수순을 밟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도쿄도의 감염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23일 16명, 24일 17명에 이어 25일엔 최다 41명의 감염이 확인됐다. 고이케 지사는 "감염경로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하마다 아쓰오 일본 도쿄의과대 교수는 NHK 등 일본 언론에 "도쿄는 최근 3일간 70명 이상의 감염이 확인되는 등 감염 확대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며 "오버슈트 (환자의 폭발적 급증)가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일본의 한 원로 언론인은 "그간은 도쿄올림픽 개최 문제로 검사 자체를 억누르고 있었으나, 올림픽 개최가 1년 뒤로 연기됨에 따라 검사 수 확대로 감염자가 크게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사히신문은 도쿄 봉쇄를 일컬어 '자본의 봉쇄'가 될 것이라며, 코로나 감염 폭발이 발생하면 일본의 사회·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헤아릴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자민당 내부에선 4월 초 아베 내각이 내놓을 비상경제대책에 대해 "크면 클수록 좋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이로 인해 현재 긴급경제대책 규모가 일본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10%에 해당하는 56조엔(약 620조원)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 트럼트 행정부가 GDP 대비 9.3%에 해당하는 2조달러짜리 대책을 내놓자 일본도 GDP의 10%로 규모를 키운 것으로 풀이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정부가 56조엔짜리 대책을 검토 중이며,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소득 감소, 소비절벽에 대응하기 위해 오는 5월부터 소득 수준별로 가구당 최대 20만~30만엔(약 220만~330만원)씩 현금지급을 구상 중이라고 보도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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