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의 '묘수'...운명 걸린 LG 숨통 틔웠다
파이낸셜뉴스
2020.03.29 12:15
수정 : 2020.03.29 12:15기사원문
"최대한 마련해 보겠습니다.
"
그러나 출발 직전 문제가 터졌다. 중국 정부가 아시아나항공의 전세기 입국을 허가하지 않았다. 중국의 한국발 입국 제한 조치가 큰 변수였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29일 "(당시) 중국의 전세기 입국 허가가 계속 떨어지지 않아 불안했다. 정기 노선편이 있었지만, 코로나19 무감염 확인증을 받은 직원들이 일반 승객들과 함께 타야하는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었다"고 했다.
LG디스플레이는 대한항공에 긴급하게 도움을 요청했다. 지난 26일 오전 8시 55분 인천공항에서 출국한 대한항공 KE865편을 통해 직원 290명은 중국 광저우로 무사 입국했다.
대한항공이 나서자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된 것을 놓고 세간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자세히 보면 이상한 점이 있다. 오전 8시 55분에 출발한 KE856편은 대한항공이 정기적으로 운항하고 있는 노선이다. 일반적으로 4자리 숫자로 구성되는 전세기 편명과는 다른 것이다. 대한항공이 단기간에 LG디스플레이의 중국 전세기 출장을 완수시킨 '묘수'가 여기에 숨어 있다는 분석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번 전세기를 띄우는 데 국토교통부와 중국 정부로부터 이미 사업 승인을 받은 '정기 운항편'을 활용했다고 전했다. 항공 노선은 크게 정기적으로 운항하는 정기 노선과 부정기 노선으로 구분되는데, 전세기는 보통 일회성 운항이기 때문에 부정기 노선으로 분류된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중국 정부는 기존에 있던 정기 노선도 운항을 제한했다. 부정기 노선은 허용되기 더욱 어려운 조건이었던 것이다. 항공업계 고위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코로나 사태 이후 항공기 신규 취항을 보수적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더욱 심해졌다"며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모두 정기 운항편이 있는데, 부정기 운항을 허가 받는건 사실상 불가능 했을 것"이라고 했다. 아시아나항공 전세기의 중국 입국 허용이 되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대한항공은 다르게 접근 했다. 기존의 정기 운항 노선을 이용 하되, 실질적으로 LG디스플레이의 직원들만 탑승할 수 있는 전세기를 띄우는 '운영의 묘'를 발휘했다. 대한항공이 이달 광저우행 정기 노선에 대해 운휴 결정을 내리면서 가능해졌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미 운영을 중단한 노선을 다시 살린 것이어서 LG디스플레이 직원들만 탑승토록 했다"며 "이미 허가가 된 노선이기 때문에 중국측에서도 비교적 쉽게 허용을 해준 것 같다"고 했다. 때문에 LG디스플레이 직원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세기를 활용해 중국으로 간 첫 기업인이 됐다.
다른 항공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영 조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국적 항공사로서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면서 "지난 1월 중국 우한 지역에 국민들을 수송하기 위해 전세기를 띄운 데 이어, 이번에 LG 직원들을 광저우에 보내면서 산업계 숨통을 틔우는 역할을 한 것"이라고 했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김서원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