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노조집행부, 코로나 극복 위해 통큰 결단…고통분담 호소

뉴스1       2020.03.29 06:01   수정 : 2020.03.29 06:01기사원문

한국지엠(GM) 노조원들이 행진하는 모습2018.10.31/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쉐보레가 글로벌 SUV ‘트레일블레이저(Trailblazer)’를 공개한 모습 왼쪽부터 행사에 참석한 한국지엠 카허 카젬(Kaher Kazem) 사장, 김성갑 한국지엠 노조위원장, 로베르토 렘펠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 사장, 신영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 노동조합 지회장© 뉴스1


김성갑 한국지엠지부 지부장 성명서(한국지엠지부 제공)© 뉴스1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고참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2019년 임단투(임금단체협상투쟁)은 이젠 끝내고 2020년 임단투를 준비하자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습니다."

한국지엠(GM) 노동조합 현 집행부 정책실장의 말이다. 그는 노사가 지난 25일 2019년 임금교섭 잠정합의안을 도출한 것에 대한 지부장 성명서를 전달하면 100명 중 3~4명만 질문을 한다고 했다.

그러나 노조 내부에선 일부 대의원과 교섭대표를 중심으로 반발이 나오면서 진통이 일고 있다. 대부분 전임 집행부 구성원들로 이번 잠정합의안은 지부장 독단인 데다 작년 성과급 미지급 등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현 집행부는 2018년 구조조정 당시 합의사항에 묶여 있는 협상을 계속하기보단 2020년 새로운 투쟁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번 임금교섭 잠정합의는 새로운 투쟁을 위한 준비단계라는 설명이다.

실제 2018년 정부의 자금 지원과정에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배리 앵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2018년과 2019년의 기본급을 동결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집행부 관계자는 "2018년 군산공장 폐쇄 당시 산업은행과 GM글로벌 간 합의안에 2년간 임금동결 조건이 있었고 그 통제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이는 전임 집행부도 받아들인 부분이다. 인계받은 입금교섭 요구안에도 비정규직 복직 문제만 있었다"고 말했다.

집행부는 그러면서 반발이 나오는 이유에 대해 성과급 미지급 부분이 클 것으로 추측했다. 2018년 법인을 분리한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TCK) 경우 팀장급 이상 임원 중심으로 2019년에 대한 성과급을 받은 만큼 한국GM도 받아야 하는데 투쟁하지 않는 것에 대한 반발이라는 것이다.

집행부는 잠정합의안엔 대신 2019년 교섭당시 쟁점사항이었던 Δ바우처 적용 범위 확대 Δ비정규직 복직 Δ법인분리 당시 반대 투쟁에 대한 사측의 손해배상소송 문제 해결 단초 등이 담겼다고 강조했다.

가시적인 성과로는 차량 인센티브 프로그램이 꼽힌다. 노조 조합원이 부평공장 생산 신차를 구매할 때 1인당 최대 300만원을 지원하는 내용으로 회사 측에서 먼저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합원이면 트레일블레이저와 말리부는 각각 300만원, 스파크는 100만원의 추가할인을 받을 수 있다.

집행부가 내세운 또다른 성과는 비정규직 복직 문제다. 2018년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 등으로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 46명 중 20명은 지난 1월 복직했고, 나머지 인원들 복직도 시간문제라는 게 집행부 측 설명이다.

아울러 코로나19 여파로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공급과 수요 모두 급감하는 전례 없는 위기 상황이라는 점도 작용했다. 최근 미국에서 확진자가 크게 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GM의 주요 수출 지역이 북미인 만큼 위기감이 더욱 커진 것이다.

이 관계자는 "GM의 세계 공장이 셧다운에 들어간 가운데 현재 돌아가고 있는 공장은 한국GM뿐"이라며 "유일무이하게 코로나를 통제할 수 있는 나라로 부상하면서 한국GM의 위상도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세계 각국 공장서 부품이 조달되지 않으면 소용 없기 때문에 미 트럼프 정부의 이동 제한 조치 등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지금은 노사가 힘을 합쳐 한미 각 정부에 회사가 처한 어려운 사정을 호소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집행부는 반발의 목소리도 존중한다고 밝혔다. 과거엔 GM본사가 한국GM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시기여서 노조와 파트너십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현재는 부평공장과 창원공장에 역할이 부여되고 생산량을 끌어 올려야하는 시기여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집행부는 임금협상안에 대한 조합원들의 찬반 의견을 묻는 투표를 오는 30일부터 이틀에 걸쳐 진행할 예정이다. 찬반 투표에서 투표인의 과반수가 찬성할 경우 임금협상이 최종 타결된다.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 김성갑 지부장은 지난 26일 성명서에서 "아쉽고 부족한 것들 2020년 임단투에서 반드시 만회하겠다"며 "지금부터는 현장 조직력을 새롭게 다지고 강한 투쟁대오를 구축해야한다. 그러기 위해선 조합원 동지들의 동의가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글로벌GM 미국 공장과 멕시코 공장이 가동을 중단했고 북미 하역 노동자들은 코로나19여파로 작업을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한국GM도 코로나 팬데믹 공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지부장은 당초 강성으로 알려졌지만, 회사 측에서도 합리적인 인물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김 지부장은 최근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철탑 농성만 하고 욕설이 들어간 플래카드를 걸면 차가 좋다 한들 누가 사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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