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친구·직장 선후배'…얽히고 설킨 라임 사태 인물들
뉴스1
2020.04.29 05:55
수정 : 2020.04.29 05:55기사원문
잠적했던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과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구속으로 희대의 금융사기 사건 수사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대규모 비리에 얽힌 복잡한 인물 관계가 주목을 받고 있다.
라임 사태의 모든 거래를 주도한 인물인 이종필 전 부사장은 지난 2007년 대신증권에 입사해 금융권에 발을 디뎠다. 이후 LIG투자자문, IBK투자증권, HSBC증권 등을 거치며 퀀트 부문에서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수차례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라임투자자문이 자산운용사로 전환을 준비하던 2015년 라임에 합류했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와는 사석에서 만나 가까워졌으며 입사 후 대체투자 부문을 맡아 환매중단 펀드의 기획과 운용을 진두지휘했다.
광주 출신의 사업가인 김봉현 전 회장은 라임의 배후 실세로 이번 사태의 몸통으로 꼽힌다. 라임은 지난 1월 환매 중단 펀드에서 195억원을 빼내 김 회장이 실질 사주인 스타모빌리티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은 초등학교 친구인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구속)에게 라임 관련 조사 상황 등을 전달받고 대가로 금품을 제공한 혐의도 받고 있으며 라임을 살리기 위해 정·관계 로비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행정관은 금융감독원 출신으로 청와대 경제수석실에서 파견 근무했다. 김봉현 전 회장, 이종필 전 부사장과 가까운 사이로, 이 둘을 소개시켜준 것도 김 전 행정관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행정관의 친동생은 스타모빌리티의 사외이사로 재직하기도 했으며, 회사 경영에 관여하며 봉급을 받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일신상의 이유로 사외이사직에서 물러났다.
라임 사태의 중심에 있는 증권맨들도 다수 구속됐다. 라임 펀드 부실 은폐 혐의 등으로 구속된 임모 전 신한금융투자 PBS(프라임브로커서비스) 본부장은 지난해 신한금투의 '연봉킹'으로 올라서기도 했다. 과거 에쿼티스와프팀장을 맡은 시절 큰 인기를 끈 절대수익추구형 스와프(ARS) 상품을 담당하며 라임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PBS 본부를 이끌며 라임 펀드에 총수익스와프(TRS) 대출을 제공하기도 했다.
임 전 본부장은 이 전 부사장과 함께 라임의 해외무역금융펀드인 플루토 TF 1호에서 부실이 발생하자 이를 은폐하기 위해 부실펀드의 구조를 변경해 손해를 입힌 혐의와 코스닥 상장사 리드로부터 라임이 자금 50억원을 투자해주는 대가로 1억6500만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임 전 본부장 밑에서 일하던 심모 전 신한금투 PBS본부 팀장도 이 전 부사장, 김 전 회장과 함께 도주 중에 붙잡혀 구속됐다. 심 전 팀장은 라임 펀드 자금을 코스닥 상장사 리드에 투자하는 대가로 금품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라임의 펀드를 1조원 가량 판매한 장모 전 대신증권 반포WM센터장은 이 전 부사장과 대신증권 선후배 사이다. 장 전 센터장은 라임 사태가 청와대와 연결됐다는 의혹이 흘러나온 계기가 된 인물이기도 하다.
장 전 센터장이 라임사태 피해자에게 김 전 행정관을 가리켜 '라임은 이분이 다 막았다'고 언급한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파장이 일었다. 장 전 센터장은 지난해 다른 증권사로 자리를 옮겼으나, 사태가 불거진 이후 퇴사했다.
라임 사태의 다음 퍼즐은 라임의 투자를 받은 다른 '회장님'들을 향하고 있다. 김모 메트로폴리탄 회장은 라임으로부터 3000억원을 투자받아 필리핀 리조트 인수, 서울 서초구 오피스텔 개발 등에 썼다. 그러나 메트로폴리탄의 사업 상당수가 회수 불능 부실 자산인 것으로 라임 펀드 실사결과 드러났다. 검찰은 라임 투자금의 상당 부분을 김 회장이 횡령한 것으로 보고 그를 쫓고 있다. 김 회장은 현재 인터폴에 적색수배가 발령된 상태다.
역시 현재 잠적한 이모 에스모 회장(엠엔픽쳐스 대표)은 '기업 사냥꾼'으로 이름을 떨쳤다. 모 배우의 전 남편이기도 한 이 회장은 자신이 실소유한 에스모를 통해 다른 코스닥 상장사를 인수하면서 라임으로부터 2000억원을 투자받았다. 에스모는 주가 조작 세력의 시세조종에도 이용된 상장사다. 이 회장은 이후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담보로 대출받은 뒤 잠적한 상태다.
이외에도 증권사 출신인 김모 전 수원여객 전무이사는 김 행정관과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선후배 사이로 김봉현 전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라임 자금이 들어간 수원여객에서 김 전 회장과 240억원대 공금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 현재 해외 도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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