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김성은 "미달이 싫어하지 않아…꿈 이뤄줘 고맙죠"(인터뷰)
뉴스1
2020.05.10 05:41
수정 : 2020.05.10 09:53기사원문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전국민이 사랑한 아이, 미달이. 1998년 방송된 SBS 시트콤 '순풍산부인과'에서 어른 못지 않은 연기력과 끼로 사랑받은 미달이는 20년이 지나도 여전히 대중의 기억에 선명하다. 개구지고 귀엽고 자기 감정에 솔직한 미달이는, 캐릭터가 탄생한 TV시대를 지나 유튜브 등 SNS 시대를 맞은 후에도 클립영상과 '짤'로 현재진행형의 인기를 끌고 있다.
반면 3년동안 미달이로 산 배우 김성은의 삶이 시트콤처럼 마냥 웃음만 가득했던 것은 아니었다.
거대한 인기와 인지도가 어떤 의미인지 채 알기도 전에 세상에 나왔고, 미달이 이후의 삶은 쉽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홀로 떠난 유학길, 갑작스러운 부모님의 사업실패, 불안하게 시작한 20대에 아버지와의 갑작스러운 이별. 인생에 짙게 드리운 미달이의 그림자가 버거웠던 시절도 있고, 그로 인한 오해가 답답할 때도 있었다. 그렇게 수년을 보낸 김성은은 이제 더 단단한 마음과 더 유연해진 생각으로 자신의 삶과 미달이를 받아들였다.
1991년생으로 벌써 우리나이로 서른, 김성은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을 책으로 풀었다. '한뼘만 같이 걸을까요'에는 미달이로 살던 시절, 어린 김성은이 느낀 솔직한 생각 그리고 어른아이가 된 후에 겪은 방황과 극복이 진솔하게 담겼다. 김성은은 이 에세이를 쓰며 과거의 자신을 제대로 마주할 수 있었다고 했다. 더불어 유명인의 특별한 삶이 아닌, 대중의 가까이에 있던 아이가 어떻게 성장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솔직하게 풀어낸 글이라면서 작은 위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N딥:풀이】②에 이어>
-힘든 시기를 극복하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다면.
▶불안, 초조, 스트레스 등도 정신적으로 아픈 것이고 몸으로도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 부분이다.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몰라 속으로만 앓고 힘들어했다. 그러면서 좋은 사람들도 소개받고 사람을 통해서 에너지를 많이 얻었다. 물론 혼자 있는 시간도 중요하지만 결정적으로 자존감이 낮고 힘들었던 나의 마음을 밝게 이끌어준 것은 사람이었던 것 같다.
-누가 있었나.
▶내가 무엇을 하고 어디를 가냐에 따라서 많이 달라지는 것 같다. 혼자 여행을 많이 다녔는데 그때 알게 된 사람들이 있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이고 만나고 또 좋은 사람들을 소개받고 그러면서 좋은 기운을 얻었다. 내가 생각하지 못한 것들도 배우고 알게 됐다.
-대중의 오해 중에서 풀고 싶은 것이 있나.
▶아직도 내가 미달이를 싫어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10년 이상 지난 일이다. 그 당시에는 매체를 통해서 나의 이야기를 자세하게 할 수 없었다. 앞뒤 자르고 '미달이가 너무 싫다'는 것만 부각됐다. 사람들에게는 불과 얼마 전까지 '순풍산부인과'의 미달이었던 아이가 힘듦을 이야기했다는 것이 아직도 크게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 시간이 많이 흘렀고 지금은 미달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이 됐다. 그때의 미달이가 얼마나 귀엽고 감사한 아이인지 알고 있다. 나쁜 이야기는 오래 가더라. 그런데 시간이 많이 흘렀으니 이제 오해를 거둬달라. 간혹 댓글에 '미달이 싫다더니 미달이 이용한다'는 내용도 있는데, 당당하다. 나는 당당하게 미달이를 내세울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잖나.
-과거로 돌아가서 인생을 바꿀 수 있다면, 어떤 날로 돌아가고 싶나.
▶음, 과거를 수정하고 싶지 않다. 물론 내 인생의 모든 날에 후회가 없다는 건 아니다. 힘들었던 날, 일부러 나를 더 괴롭힌 날, 마음이 아팠던 날이 있었다. 지금 돌아보면 그런 시절도 내겐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나는 한 번도 온실 속의 화초였던 적이 없다. 야생화였다. (웃음) 비바람을 맞고 가뭄도 겪으면서 지금까지 온 야생화. 그것이 내게 더 가치가 있다고 본다.
-요즘 어떻게 지내나.
▶최근까지는 연극무대에 올랐는데 2월부터 코로나19 여파로 연극계가 올스톱됐다. 앞으로도 무대에 오를 것이고, 올해 하반기에는 책을 통해서 더 좋은 일을 많이 하고 싶다. 변한 저를 보여드리고 싶고, 도움이 될 곳에 힘이 되고 싶다.
-30대가 되니 어떤가.
▶나이는 글쎄. 20대를 시작했을 때보다 기분이 더 좋고 스스로를 컨트롤하는 방법을 알아가는 것 같다. 구체적으로 끊임없이 뭔가를 해보려고, 그리고 주도적으로 하는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 나이만 성인이고 어른이지는 않던 시절을 지나 지금이 됐다. 나름대로 어느 정도 삶을 보는 눈을 만들어 나아가는 중이다.
-주체적으로 사는 모습이 보기 좋다. 앞으로의 인생을 예상해본다면.
▶일단 '결혼'이 있었으면 좋겠다. 예전에는 안정감을 갖고 싶어서 결혼을 빨리 하고 싶었는데, '빨리' 시기는 지난 것 같고 일단 30대 중반까지는 결혼을 하고 싶다. 일도 많이 하고 싶다. 기회가 되면 연기하는 모습도 많이 보여드리고 싶고, 그렇지 않더라도 내가 빛을 낼 수 있는 곳은 많을 거라고 생각하고 긍정적인 모습으로 다가가고 싶다.
-책으로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나.
▶이 책은 특별한 삶을 산 유명인의 자전적 에세이는 아니다. 여러분 가장 가까이에 있다고 느껴진 사람의 즐거움 슬픔 등 다양한 모습이 담긴 책이다. 재미있게 읽어주시길 바란다. 요즘 주입하는 위로가 많지 않나. 그런 위로를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아주 작은 위로라도 느껴지면 좋겠다.
-미달이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평생을 걸려도 하지 못할 일을 너무 빨리 이뤄줘서 고맙고, 그로 인해 여러가지 아픔도 존재했지만 그 아픔에도 고맙다고 하고 싶다.
-스스로에게 하고픈 말은.
▶이제까지 잘 버텨줬다면, 앞으로는 잘 사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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