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 재건과 전문인력 양성 중요성

파이낸셜뉴스       2020.05.13 12:28   수정 : 2020.05.13 12:28기사원문



세계 수출입 물량의 95% 이상은 선박에 의해 운송된다. 이를 전담하는 산업군이 해운업이다. 지난달 말 컨테이너 2만4000개를 싣고 다실 수 있는 HMM(옛 현대상선)의 세계 최대 컨테이너 1호선 '알헤시라스호'가 부산 신항에 입항, 거의 만선으로 출항해 주목을 받았다.

축구장 4배 크기로 우리나라 해운업 역사상 한 획을 그었다.

지난 2017년 국내 최대 해운사이자 세계 7위 컨테이너 선사이던 한진해운 파산은 해운산업 추락의 단초가 됐다. 해운 시황의 장기 침체에 따른 한국 해운업계 위기감은 갈수록 심화돼 정부는 해운산업 재건을 위해 5개년 계획을 수립하기에 이르렀다. 세계 최대 3대 선사인 머스크(덴마크), MSC(스위스), CMA-CGM(프랑스)는 2010년 이후부터 컨테이너를 한번에 1만5000개 이상 실어 나를 수 있는 선박을 보유하기 시작했다. 한번에 많은 수량의 컨테이너를 운반함으로써 운송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장하게 된 것도 이같은 이유다. 규모의 경제에 기반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운업은 선박금융업, 물류업과 함께 항만업, 조선업, 조선기자재업, 선용품업, 선박검사업(선급), 선박수리업 등의 분야들로 구성된다. 해사산업 생태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상위 산업군이다. 선박 건조를 발주하는 해운선사들은 수천억원에 달하는 건조자금 조달을 위해 금융권과 연계될 수 밖에 없다. 화물주 또한 대량의 화물구매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금융권과 분리될 수 없다. 해운과 물류, 선박금융이 온전히 갖춰지면 선박 발주와 건조 여건이 조성된다. 이같은 여건을 기반으로 조선과 조선기자재, 선용품, 선박검사, 선박수리 등의 업종들이 항만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상호 시너지효과를 발하는 숙명적 메커니즘을 따르게 된다. 이들 업종 하나라도 취약하면 해사산업 생태계 전체의 경쟁력 향상에 영향을 준다.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연간 총 수출액 평균의 10% 이상도 해운업과 연관된 해사산업 생태계가 담당했다.

해사산업 생태계를 열강의 반열에 올려놓은 일등공신으로 해기사들과 해외송출 선원을 빼 놓을 수 없다. 1960년대 후반부터 한국 해기사와 선원들은 미국과 일본선주의 선박에 승선해 순수 외화를 벌어 들여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초석을 다지는데 크게 기여했다.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부터 승선 경험이 있는 해기사와 선원들에 의한 국적선 선주사들이 늘기 시작해 오늘날 국내 해운업의 근간을 이루게 됐다. 해사산업 생태계 전반에 걸쳐 해기사 출신이 중역으로 대거 포진돼 있는 이유는 선박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수록 선박운용에 투입되는 관리비 절감에 따른 해운업 또는 선박관리업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때문이다. 반대로 1980년대 중반부터 시작한 일본 조선소 몰락 배경에는 배의 운용과 설계를 담당할 수 있는 전문 인력 부족 때문이었다. 경제 성장에 비롯된 고임금은 조선소에 젊은이들을 잡아둘 수 없었고, 결국 기존 인력은 고령화의 늪에 빠져드는 결과를 낳았다. 1970년대 초반 우리나라 최초 초대형 유조선의 성공적 건조에도 해기사들의 경험이 크게 기여했다는 점도 이와 연관짓지 않을 수 없다.
배를 직접 본적도 없고 만져본 적도 없는 상황에서 배를 건조하는 데에는 승선 경험이 있는 해기사들의 조언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급변하는 초경쟁 시대에 복잡하고 다양한 첨단 기술로 집약된 선박 건조에는 승선 경험이 있는 해기사와 설계 인력의 협업이 더욱 중요하게 됐다. 해사산업 생태계인 선박금융, 물류와 항만, 해운과 조선, 조선기자재, 선박관리와 수리, 선박검사 등이 동반성장의 산업군이라면 이들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융합형 해사 전문인력 양성이 필수임을 명심해야 한다.

도덕희 한국해양대 총장

roh12340@fnnews.com 노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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