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위한다더니 상의 없이 임대 밀어붙여” 들끓는 구룡마을

파이낸셜뉴스       2020.06.08 17:15   수정 : 2020.06.11 09:46기사원문
구룡마을, 주민 vs 시 갈등 격화
100% 공공임대 계획 반대 여론
주민 "월세 저렴해도 감당 못해
생존권 침해시 집단행동 불사"
시 "임대 후 분양 있을 수 없어"

"주민을 위한 개발이라면서 주민들과 한 마디 상의도 없이 결정하는 게 말이 안 된다. 게다가 주말에 발표해 사흘 뒤 실시계획인가를 하겠다는 건데 날치기식이 아니면 무엇인가. 이렇게 나오면 주민 전체가 개발을 막고 구룡마을에서 살 것이다."(구룡마을 원주민 협의체)

"서울시가 주관하는 공공개발에서 임대 후 분양을 실시한 사례가 없다.

구룡마을 원주민들 전원에게 국민임대 수준의 입주권을 주고, 임대료도 낮춰 지원하는 방법으로 주거환경 개선을 하는 것이 최선이다."(서울시)

강남의 마지막 판자촌인 개포 구룡마을 사업이 서울시의 '100% 공공임대 개발' 발표로 또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시는 구룡마을 도시개발사업에 대한 실시계획을 11일 인가 고시하고 토지보상을 거쳐 구룡마을 도시개발사업 추진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시는 4000여 가구의 임대주택을 지어 이중 1107가구를 구룡마을 원주민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주택 면적은 전용 39㎡로 공급된다.

하지만 원주민들은 "서울시의 합의 없는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에 주민 대다수가 폭발직전"이라며 "우리는 판자촌에 살다 또 한평생 10여평대 임대에서 지내라는 말이냐"며 격앙된 반응이다.

■"이럴 바엔 구룡마을에서 계속 살 것"

8일 방문한 구룡마을에는 입구에서부터 '임대가 웬 말이냐? 분양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서울시의 갑작스러운 임대 공급 발표에 구룡마을 원주민들은 하나같이 반대 의사를 밝혔다. 지난 1986년 구룡마을에 정착한 최모씨(71)는 "몇 년 전에는 임대 후 분양을 하겠다고 했는데 공무원들 말이 어떻게 이렇게 손바닥 뒤집듯이 바뀌냐"며 "우리는 여기서 30년도 넘게 살고 있는 70~80 먹은 노인들이다. 그 작은 임대아파트 들어가서 살 바에는 여기서 남은 생을 보내고 갈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원주민 이모씨(69)는 "젊은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우리는 여기서 담배꽁초 주워서 하루에 몇천원씩 벌면서 살아간다. 아무리 임대주택 월세가 싸다고 해도 우리들이 그걸 감당할 수 없다. 임대 후 분양이라도 되면 희망을 품고 살 거 아니냐"라며 눈물을 흘렸다.

■협의체 "합의 없는 시 결정 황당"

구룡마을 주민 협의체도 합의 없는 서울시의 결정에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협의체 관계자는 "지난해 7월 서울시와 SH공사, 강남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시 고위관계자가 구룡마을 원주민의 임대 후 분양을 검토하라고 주문했다"며 "올 1월 27일 마지막 협의체 회의에서는 개발 등 이주 관련 사항을 결정하기 전 구룡마을 주민협의체와 상의하겠다고도 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강일 구룡마을 주민 협의체 회장은 "90%가 반대하는데 이게 어떻게 주민을 위한 개발인가"라며 "실시계획 인가 고시 전 주민들을 이해시키고 한 번이라도 더 상의해달라고 하고 있는데 서울시 관계부처는 전화를 받지도, 우리와 이야기할 생각도 없다"라고 토로했다.

코로나19발 집합금지명령 탓에 구룡마을 협의체는 시위도 할 수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협의체 한 관계자는 "아무리 코로나19 정국이지만 우리들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를 걸고 넘어지면 집단행동을 불사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서울시 "임대 후 분양 약속한적 없어"

하지만 서울시는 임대 후 분양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구룡마을 사업을 주관했던 시 고위 관계자는 "거주민들이 주장하는 임대 후 분양에 대해 단 한 번도 합의한 적이 없다. 이는 이번 경우 뿐 아니라 오랫동안 지켜온 시의 원칙"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다른 시 관계자도 "실제 서울시가 주도하는 공공개발에서 분양방식을 채택한 적이 없다"며 "이미 지난번 화재 등으로 거주지가 바뀐 원주민까지를 포함해 전원이 재정착 할 수 있는 영구공공임대를 추진하고 개발이익은 공공에 재투자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jhseo@fnnews.com 서제헌 강현수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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