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무한연장법', 개정안에 유리한 통계만 인용..왜?

파이낸셜뉴스       2020.06.15 10:17   수정 : 2020.06.15 14:5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여당에서 내놓은 '전월세 무한연장법' 개정안에 인용된 통계가 논란이다. 최신 통계는 반영하지 않은 채 개정안에 유리한 자료만 기재해서다. 최신 통계대로면 개정안 제안이유 자체가 설득력을 잃는다.

해당 법안을 대표발의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굳이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며 "오해를 산 부분은 정정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통계 2014년까지만 인용 이유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달 9일 대표발의한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 첫 장에 기재된 제안이유에는 "우리나라 전체가구 중 주택의 자가 점유율은 2008년 56.4%, 2010년 54.3%, 2012년 53.8%, 2014년 53.6%로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반면, 임대차 가구 비율은 점점 늘어나고 있음"이라고 적혀있다.

박주민 의원실에 따르면 해당 내용은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 자료를 인용한 것이다.

문제는 최신 통계가 있음에도 2014년 자료까지만 가져왔다는 점이다. 국토부는 개정안이 발표되기 일주일 전인 이달 2일 '2019년도 국토부 주거실태조사'를 발표했다. 자료를 확인한 결과 2014년 이후로는 자가 점유율이 계속 늘어났다. 개정안 제안이유와는 정반대다.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는 자가 비율이 56.8%, 2017년 57.7%, 2018년 57.7%로 매년 증가 추세다. 2019년에는 역대 최고치인 58.0%를 기록하기도 했다. 개정안 제안이유에 쓰인 2014년과 비교했을 때, 약 5년 만에 자가 비율이 4.4%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임대차 가구 비율도 감소 중이다. 전세 비율은 2014년 19.6%에서 2016년 15.5%로 감소했다. 2019년에는 15.1%로 약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월세 가구까지 합쳤을 때 임대차 가구 비율은 2014년 43.5%에서 2019년 38.1%로 5.4%포인트 떨어졌다. "임대차 가구 비율은 점점 늘어나고 있음"이라고 기재한 박 의원의 개정안 제안이유와는 동떨어진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박주민 의원실 관계자는 "통계를 2014년까지만 인용한 건 굳이 의도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니다"라며 "법안을 발의한 이유가 단순히 자가점유율 하락이 아니라 저소득층의 주택점유율 형태 비율 중 월세가 늘고 있다는 점과 임대계약 중 월세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점을 주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이어 "1989년도 법 개정 이후 임대차 시장의 거주기간 부분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라며 "통계 부분이 오해를 산 만큼 향후 정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개정안 통과되면 임대차 시장 '흔들'

한편 개정안 주요 내용에 따르면 세입자가 월세 3기분을 연체하지 않은 이상 집주인은 세입자의 재계약 요구를 거절할 수 없다. 재계약을 할 땐 월세 또는 전세금의 인상 비율이 5%를 초과할 수도 없다.

집주인이 직접 살기 위해 세입자와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 '실거주해야 할 객관적 사유'가 필요하다. 다만 해당 사유가 허위로 드러나면 임차인이 부담한 이주비 및 2년간 임대료 증가분 합계의 3배를 세입자에게 배상해야 한다.


해당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반전세, 월세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 임대차 시장 전체가 불안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현재 어느 때보다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법 시행 이전에 전셋값을 올리거나 매달 일정 수익이 보장되는 반전세, 월세로 바꾸는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며 "공공임대주택을 크게 확보할 게 아니라면 중장기적 면에서는 주택 슬럼화, 가격 상승 등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도 "초저금리에 보유세 인상으로 부담을 느낀 집주인들이 반전세나 월세를 선호하면서 세입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전세 매물 부족으로 인한 전셋값 상승은 서울에서 외곽지역과 수도권 지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niki@fnnews.com 강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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