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 창고에 면세 고급화장품이 가득… "국내서 불법유통"
파이낸셜뉴스
2020.06.17 17:54
수정 : 2020.06.17 17:54기사원문
무허가 中도매상, 현금으로 거래
폐업건물에 화장품박스 쌓여있어
면세점에서 반출, 불법할인 판매
탈세 의혹에 시장질서 교란 우려
제보자는 업자들이 메신저 등을 통해 시중가의 20%에서 55% 할인된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한다고 전했다.
■고급 화장품 외딴 창고에 '수두룩'
박스에는 국내 고급 화장품 브랜드 제품이 담겨져 있었으며 모두 면세화장품으로 추정된다. 시중가 10만 원 이상을 호가하는 세트 여럿이 든 박스들로, 시중에선 방문판매 화장품으로 알려져 있다.
창고 안에는 화장품 박스가 수백개 쌓여 있었다. 인기척에 창고 밖으로 나온 업체 관계자에게 "몇 박스만 살 수 있겠느냐" 물으니 어눌한 한국어로 "소량은 팔지 않는다"고 답했다. 수십 박스 이상의 도매만 취급한다는 것이다.
낯선 이의 방문에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던 업자는 창고 문을 잠그고 정리 작업에 열중했다.
이와 관련, 제보자는 "중국인 업자들이 여행가이드를 통해 한국 면세점에서 제품을 반출해 판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면세점에서 화장품과 건강식품을 모아 일부는 중국으로 보내고 나머지를 한국에서 유통한다는 것이다. 돈이 되는대로 보내다보니 수출과 내수의 구분도 명확하지 않다.
제보자는 "(업자들이) LG생건 브랜드나 생활정원 건강식품, 아모레퍼시픽 설화수 같은 면세물품을 도매하고 있다"며 "카톡이나 중국 위챗, 틱톡 같은 걸로 한국이랑 중국에서 무허가로 할인해 판매하는데 불법이란 걸 알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제보자가 건넨 메신저에는 30% 내외로 할인된 가격으로 한국 고가 화장품을 판매한다는 내용이 가득했다.
■"인맥만 있으면...단속 걱정 안해"
주민 중 일부는 이 창고에서 물건이 차량에 실려 나가는 것을 목격했다고 한다.
주민 김모씨(50대)는 "트럭이 가끔 와서 화장품 박스를 엄청 싣고 나가더라"며 "중국 사람인 것 같은데 젊은 여자들이 들어와서 몇달 째 화장품 박스 등을 옮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영업은 위법 의혹이 짙다. 무허가 업자가 한국에서 화장품을 파는 것, 면세물품을 되파는 것, 샘플을 판매하는 것, 건강식품과 마스크를 신고하지 않고 파는 것 모두가 불법이기 때문이다. 전액 현찰거래로 탈세 우려 역시 크다.
코로나19로 영업에 직격탄을 맞은 화장품 판매업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는 점도 문제다.
제보자는 "가이드 통해 물건을 빼오는 건 인맥만 있으면 일도 아니다"라며 "비슷한 업자들이 경기도 곳곳에 꽤 많지만 어디다 신고하고 파는 게 아니라서 (관청이 알지 못하니) 단속 걱정은 안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해당 업체 업자명과 주소지를 제공하고 화장품책임업자로 등록했는지 여부를 확인한 결과 등록이 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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