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美 에너지 수입 목표 달성 불가능… 트럼프, 압박 나설듯

파이낸셜뉴스       2020.07.06 18:12   수정 : 2020.07.06 18:59기사원문
올해 수입약속 중 18%만 지켜
원유 가격 급락으로 구매 차질
농산물·공산품은 어느정도 이행

【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중국이 올해 초 미국과 1차 무역 합의했던 에너지 수입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1차 무역합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치적 중 하나이고 오는 11월 미 대선에서 에너지 업계가 중요한 표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어떤 형태로든 미국의 압박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미 공화당은 트럼프 행정부에 중국의 미 원유 수입 확대를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中, 올해 250억달러 수입해야


6일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양국은 올해 1월 초 1차 무역합의문에 서명하면서 향후 2년간 서비스, 공산품, 농산물, 에너지 등 4개 부문에서 2000억달러(약 245조원) 상당의 미국산 제품을 구매하겠다고 약속했다.

합의대로라면 중국은 이 가운데 석유, 천연가스, 정제유 등 미국의 에너지 제품을 올해만 250억달러(약 29조9000억원) 수입해야 한다.

그러나 미 상무부 5월 수출 통계를 분석한 결과 중국의 올해 1∼5월 미 에너지 제품 구매액은 20억달러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실제 구매액 목표치 달성을 위해 수입해야할 액수의 18%에 불과하다. 또 올해 전체 구매액으로 따질 경우 8% 수준이다. 1차 무역합의를 이행하려면 남은 7개월 동안 92%를 채워야 하고 매달 33억달러 가량를 수입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코로나19로 1~5월 공장 가동이 멈추는 등 에너지 수요가 감소한 반면 하반기부턴 경기부양 정책을 본격 가동된다고 해도 쉽지 않은 액수다.

더욱이 1차 무역합의에서 목표치를 수입량이 아니라 수입액으로 정한 것도 중국 입장에선 화근이다. 낮은 유가 때문에 쓸 양보다 수입량이 많아져 에너지 보유량만 갈수록 늘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앞서 중국은 1차 무역합의 중 미국산 농산물 구매도 제대로 이행할 수 없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나왔었다.

중국이 올해 사들여야할 미국산 농산물은 365억달러(44조7125억원) 어치였는데, 1·4분기에 구입한 농산물은 34억달러(4조1650억원)에 머물렀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하지만 미국이 강하게 압박하자, 중국은 곧바로 농산물 추가 의사를 피력했다. 주요 외신은 중국이 미국산 콩, 옥수수 등에 대한 구매를 늘릴 계획이며 국유 사업체들에게 미중 1단계 무역 합의 이행을 위해 노력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1차 무역합의 4대 부문 중 공산품 역시 지난 5월까지 195억달러를 수입해 연내 목표치 840억달러의 23% 수준으로 달성, 약속 이행의 안정권에 들어섰다.

에너지업계, 트럼프 핵심 지지층


따라서 미 에너지 업계에선 상대적으로 현 상황에 대한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WSJ는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런 에너지업계의 목소리를 지나칠 수 없을 것으로 풀이된다.

에너지 업계는 농가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지지층이다. 그는 올해 상반기 불거진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간 석유전쟁 때도 미국 셰일가스업계의 도산을 막기 위해 중재자로 나서 사상 최대 규모의 감산 합의를 이끌어 냈다.

이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이 올 대선이 오기 전 중국에게 어떤 식으로든 적극적인 에너지 수입을 요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부 텍사스의 산유지를 지역구로 둔 조디 애링턴 공화당 하원의원 등 다수의 의원은 지난달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서한을 보내 중국의 미 원유 수입을 늘리기 위한 조치를 하라고 압박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논평에서 "셰일가스 산업의 발전과 생산 증가는 필연적으로 유가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다. 높은 비용은 이들 업계의 아킬레스 건"이라며 "그러나 미국 정부와 재계, 금융계는 에너지 독립을 가능케 했던 셰일산업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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