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장수기업도 직원 4명뿐… 불꺼지는 '소부장 메카'

파이낸셜뉴스       2020.07.19 18:05   수정 : 2020.07.20 08:31기사원문
코로나·최저임금 직격탄 경기 안산 반월산업단지
입주사 전년比 60곳이상 감소
저녁·금요일엔 아예 문닫는 곳도
수출길 막히며 매출은 '반토막'
"인수하려는 곳 없어 폐업 기로"
"무급휴직자 지원금받아 버틴다"

"공장 폐업을 수없이 고민했다."(권순배 SJ칼라산업 대표)

지난 15일 경기 안산 반월산업단지에서 만난 자동차 범퍼 도색업체 대표는 코로나19 여파와 최저임금 상승 등 이중고로 도저히 버틸 수 없는 막막한 심정을 이같이 토로했다. 인건비는 급격히 오르고, 코로나19로 매출은 최대 반토막 나면서 고사위기에 내몰린 도색업체들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실제 산단에는 7000여개 중소기업과 11만명 넘는 직원이 근무하고 있지만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아 활력을 잃은 모습이었다. 한산한 분위기에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매출 반토막, 고용 올스톱

반월산단은 수도권 최대 산단 중 하나로 전기전자, 기계 업종 등 중소제조업체들이 몰려있다. 하지만 이날 반월산단 내 권 대표 공장 약 300m 반경에는 '현위치 임대'라고 적힌 현수막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임계점에 이른 소규모 공장들의 폐업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한국자동차컬러범퍼공업협동조합을 이끌고 있는 권 대표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SJ칼라산업은 산단에 입주한 지 20년 넘은 장수기업이지만 현재 근로자는 범퍼 배송 2명, 도장 1명, 관리자 1명 등 최소인원인 4명뿐이다. 그는 "동종 기업은 전국 100여개에 이르지만 최저임금이 상승하면서 대부분 신규 고용이 올스톱됐다"며 "공장을 인수하려는 곳도 없어 기로에 섰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등으로 소비가 위축돼 차량 범퍼를 도색하는 사람들이 크게 줄었다. 서민들이 어려우니 차에 흠집이 나도 수리를 안 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조합 업체들의 이달 매출은 대부분 전년동기 대비 20~30% 이상 줄었다"고 설명했다.

발전기, 전동기 등을 생산하는 중전기 제조업체들은 수출타격으로 상황이 더 심각했다. 유신하 정인시스템 대표(한국중전기사업협동조합 이사장)는 "중전기 제조업계는 코로나19로 수출길이 막혀 최대 50% 이상 매출이 떨어졌다. 이는 유동성 확보를 위한 대출 증가로 이어져 재정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며 "미래 불확실성 고조로 제품 개발도 전면 보류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산업단지공단 '2020년 1·4분기 현황'에 따르면 반월산단 입주기업은 1년 전에 비해 60개 이상 줄었다. 올해 1·4분기 고용은 11만467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83명(2.5%) 감소했다. 생산액과 수출액은 각각 4.4%, 15.6% 줄었다. 코로나19 여파가 본격화된 2·4분기에는 고용과 생산, 수출 등 전반적 침체가 가속화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기반 흔들리는 소부장

해외의존도가 높은 소재·부품·장비 중기업계도 코로나19가 강타하고 있다. 같은 날 반월산단 인근 반월도금지방산업단지에서 만난 설필수 유일금속 대표(반월표면처리사업협동조합 이사장)는 평일 낮에는 공장을 가동하지만, 밤과 주말에는 문을 닫는다고 했다. 코로나19로 반도체, 자동차 등 대기업 수출 감소로 주문량이 급감해서다.

설 대표는 "코로나19 이전까지는 올해 매출을 50억원 선으로 예상했지만, 이제는 38억원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곳 산업단지는 저녁에 불이 켜져 있는 회사가 없고, 금요일에는 공장을 가동하지 않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업종들도 벼랑끝으로 몰리고 있다. 염색가공업 중소기업의 경우 코로나19로 의류판매 수출이 곤두박질치고, 최저임금은 올라 도미노 셧다운 사태를 겪고 있다.
반월패션칼라사업협동조합 기준으로 미국 수출은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한다. 하지만 미국 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일거리가 줄고 인건비 부담은 높아져 생산라인을 멈춘 공장이 늘고 있다. 구홍림 우성염직 대표(반월패션칼라사업협동조합 이사장)는 "미국 의류매장 주문이 끊기면서 월매출은 전년 대비 30% 이상 줄었다"면서 "어려운 곳은 직원을 잠시 쉬게 하고 정부 정책인 '코로나19 무급휴직 근로자 지원'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winwin@fnnews.com 오승범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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