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3시 하교, 부모는 7시 퇴근..노동개혁 없이 돌봄공백 못 메운다
파이낸셜뉴스
2020.07.26 17:46
수정 : 2020.07.26 17:46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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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교·퇴근 사이 3~4시간 공백
아이·부모 만족도와 상관없이
혼자 둘 수 없으니 시간 때우기식
탄력근무제 등 현실의 벽 여전
전일제학교 확대하는 독일
합계출산율 1.59명까지 올라
#. 초등학교 1학년과 2학년 아들 둘을 둔 직장인 김모씨(42)는 퇴사를 고민 중이다. 아내와 자신 중 이젠 한 명이 육아에 전념해야 하기 때문이다. 맞벌이인 김씨 부부는 나름대로 여러 방법을 시도해봤다.
돌봄교실에 방과후수업까지 마쳐도 퇴근시간보다 빠른 아이의 하교시간 때문에 육아 단축근무를 번갈아 사용했지만 돌아온 건 동료들의 눈치와 줄어든 월급, 밀린 승진이었다.
정부가 일·가정 양립을 도모하기 위해 각종 돌봄정책을 쏟아내면서 가시적 성과가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26일 정부에 따르면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과 탄력근무제 등 직장인 부모들이 돌봄을 병행할 수 있게 하는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정책은 300인 이상 사업장에만 해당돼 중소기업의 직장맘·대디에겐 먼 나라 이야기다. 대기업에서도 직장 내 눈치가 여전해 현실의 벽은 높기만 하다.
저출생 문제의 핵심인 맞벌이 부부의 육아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다양한 대책을 내놨지만 현실은 여전히 냉담하다. 더구나 코로나19를 계기로 직장 내에서 우리 사회의 돌봄시스템이 취약하다는 점이 드러났다는 우려도 나온다. 코로나19 이후 아이들이 집안에서 지내는 시간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직장맘들이 애태우고 있다. 아이 돌봄시간이 더욱 늘어난 반면 코로나19로 직장 내 성과도 중요해지면서 출산·육아 고충이 더욱 커졌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직장 퇴근시간과 아이들 하교시간의 미스매치가 직장맘·대디들의 최대 고충으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맞벌이 부부에게 가장 육아공백이 크다고 여겨지는 때는 초등학교 시기다. 초등학교 돌봄교실은 학기 중 오후 5시, 방학 중엔 오후 3시면 대부분 종료된다. 오후 6~7시 퇴근하는 직장인들에게는 퇴근시간까지 공백이 생긴다. 김씨 사례처럼 견디다 못해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가 늘어나다 보면 육아와 출산 자체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직장인 부모들의 노동시간과 아이의 교육이 끝나는 시간을 맞추기 위해 독일의 전일제학교 같은 제도 도입도 주장하고 있다. 아이들이 하루 종일 학교에서 활동하는 독일 전일제학교는 부모의 맞벌이 여부와 관계없이 선택제로 운영된다.
현재 전체 학생의 60%가량이 이용할 수 있고 부모들이 일정 비용을 부담한다. 교사의 주당 근무시간이 늘어나지 않도록 유연탄력근무제도를 도입하고 근무환경도 개선했다.
독일은 이 같은 제도를 확대한 2002년 1.34명에 불과하던 합계출산율을 2016년 1.59명까지 끌어올렸다.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이 가져온 결과다.
우리나라도 규모는 훨씬 작지만 이와 비슷한 학교돌봄 수요가 매우 높은 편이다. 정부가 학부모를 대상으로 지난 2019년 10월부터 2020년 1월까지 2020학년도 범정부 초등돌봄 수요조사를 실시한 결과 마을돌봄(26.6%)보다 학교돌봄(73.3%)을 훨씬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돌봄 위한 노동환경 개혁해야
전문가들은 일·가정 양립이 자리를 잡으려면 직장내 돌봄에 대한 전향적 시각변화와 전반적인 노동시간 개혁이 함께 가야 성공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미 제도적으로 도입된 육아휴직, 돌봄휴가를 사용할 경우마저도 직장맘들은 인사와 임금상 불이익을 받을까 불안을 느끼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실제로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발표한 '2019 경력단절여성 등의 경제활동실태조사'에 따르면 경력단절 경험이 있는 만 25~54세 여성 398만957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경력단절 당시 일자리를 그만둔 이유에 대해 '자녀 육아, 교육 때문'이라는 응답이 11.1%를 차지했다. 전체 응답 중 3번째로 많은 비중이다.
취업포털 등 각종 기관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데 시급한 제도로 '탄력적 근무제도 시행'과 '이를 지원하는 조직 분위기'가 압도적으로 높다.
스테파노 스카페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고용노동사회국장은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열린 '2019 국제인구콘퍼런스'에서 한국이 급격한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려면 유연근무제와 육아휴직을 활성화하고 아동수당 대상을 더 넓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가족·사회적 관점에서의 독일 전일제학교 실태 분석 연구' 보고서를 작성한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독일은 이미 1960년대에 주40시간 노동이 정착된 나라"라며 "부모가 기본적인 돌봄을 하되 사회가 충분히 도와주는 방향으로 가기 위해선 노동시간 개혁 없이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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