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잃은 과잉 유동성… 파국 막으려면 통로 터줘야
파이낸셜뉴스
2020.07.26 18:08
수정 : 2020.07.26 19:45기사원문
생산·투자는 자금줄 말라가는데
부동산금융·주식예탁금 최대
제3의 통로 없으면 결국 부작용
민자유치펀드 확대 등 고려할만
주식과 부동산 시장을 교란해온 고삐 풀린 과잉유동성이 최대 변곡점을 맞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정처없이 떠돌던 자금의 힘으로 그동안 유동성 장세가 연출되면서 실물경기와 주가 간 괴리가 한계상황까지 커졌다.
부동산 시장도 7·10 부동산 대책에 따른 수도권 주택공급 계획이 임박하면서 '패닉 바잉'을 잠재우며 집값 상승세가 둔화될 조짐이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국내 통화량(M2·광의통화)은 3053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4월 사상 처음으로 광의통화량이 3000조원을 넘어섰고 한달 만에 35조4000억원이 증가했다. 긴급재난지원금 등 벌써 3차례 추가경정예산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생산과 투자엔 돈이 말랐다. 지난 5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63.6%로 11년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5월 전산업생산은 4월 대비 1.2% 감소했다. 올 들어 5개월 연속 감소세로 2000년 8~12월 이후 20여년 만의 최장기간 감소다. 수출 전망이 악화하면서 설비투자도 5.9% 줄었다.
반면, 주식시장 투자자 예탁금은 총 50조5100억원으로 역대 최대이고, 3월 말 기준 부동산 금융은 2105조3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2100조원을 넘어섰다. 경기부양을 위해 푼 돈이 투기적인 자산시장으로만 몰린 것이다. 부동산 사모펀드가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2017년 5월 말 51조원이던 부동산 사모펀드 규모는 104조원(22일 기준)으로 3년2개월여 만에 2배 이상 늘었다. 여기에 '제2의 라임 사태'로 불리는 옵티머스자산운용처럼 공시와 달리 투자한 부동산 투자액까지 합하면 104조원을 웃돌 수도 있다.
부동산 사모펀드는 개인과 달리 부동산 투자 시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소득에 따른 대출한도가 없다. 다주택자도 펀드를 통하면 양도세 중과를 피할 수 있다. 펀드가 일정 정도의 양도세만 부담하고 개인투자자는 배당소득세와 금융소득 종합과세(2000만원 이상시)만 부담한다. 실제 올 상반기 펀드 이익배당금 9조5972억원 중 사모펀드 비중은 8조1566억원으로 85%에 달했다.
과잉유동성의 쏠림현상은 3·4분기에 최대 위기를 맞을 전망이다.
지난 23일 발표한 한국의 2·4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마이너스(-)3.3%를 기록, 1998년 1·4분기 이후 22년3개월 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냈다.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인 -0.2%를 하향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실물경제와 주가 간 괴리감이 커질 우려가 크지만 마땅한 대안 투자처가 없을 경우 유동성 장세는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동산이 계속 오르다가 터질 수도 있는데 주식이라는 대안으로 갈 수 있다"면서 부동산으로 쏠렸던 유동성이 주식으로 흩어지는 효과가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부동산 쏠림 문제와 관련,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값 안정화 정책으로) 시장이 당장은 안정화되겠지만 눈치를 좀 더 보다가 펀드나 주식 쪽에 투자처가 없으면 결국 부동산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부풀어 오를 대로 부푼 자산시장의 과잉유동성을 막아 파국으로 가지 않기 위해서는 시중유동성이 흘러갈 수 있는 통로를 터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구상 중인 국민들이 함께 참여해 수익을 향유할 수 있는 민자유치펀드 등을 확대하는 게 대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권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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