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 조기은퇴 꿈꾸는 파이어족…방법은?

뉴스1       2020.07.27 06:40   수정 : 2020.07.27 09:11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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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제공)© 뉴스1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 우리나라 직장인 4명 중 1명은 자신이 '파이어족'이라고 답했다. 파이어족(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은 30대 후반이나 40대 초반에는 은퇴하겠다는 목표로 젊을 때부터 은퇴 자금을 마련하는 이들을 일컫는다.

파이어족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젊은 고학력·고소득 계층을 중심으로 확산됐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회의감, 직장에서의 성공보다 본인의 일상과 행복을 중요하게 여기는 밀레니얼 세대의 가치관이 주요 원인이 됐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지난달 24~26일 직장인 8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41%)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27.4%가 '나는 파이어족'이라고 답했다. 여성(23.8%)보다 남성(32.4%)이, 20대(21.3%)보다는 30대(29.5%)에서 긍정 응답 비율이 높았다.

파이어족은 은퇴 후 아예 일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다. 돈을 벌기 위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며 시간을 낭비하기보다는, 빠른 기간 안에 경제적 자유를 달성해 지금보다 더 많은 시간을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일에 쓰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설문조사 결과 조기은퇴 이후의 목표 중 1순위는 사업·창업(33.1%)이었다. 특별한 계획 없음(23.8%), 부동산·주식 등 투자(20.6%), 인생 2모작·노후준비(20.0%) 등이 뒤를 이었다.

파이어족 공식에 따르면 연 생활비의 25배를 벌어놔야 조기 은퇴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년 동안 생활비로 3000만원을 쓴다면 7억5000만원을 모으면 된다. 이 돈을 부동산이나 주식 등에 투자해 일정 수준의 수익을 낸다면 물가상승률에 대비할 수 있다. 최근에는 저금리·저성장 시대를 고려해 33배 또는 40배를 벌어놔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뼈를 깎는 수준의 재테크 전략은 필수다. 우선 불필요한 지출을 막아야 한다. 파이어족은 보통 소득의 70%이상을 저축한다. 설문조사 결과 자신이 파이어족이라고 답한 이들의 월 평균 급여는 267만원이었다. 그중 41.4%를 저축해 월 평균 저축금액은 110만5000원으로 집계됐다. 고소득이어야 하고, 70%이상을 저축해야 한다는 파이어족의 공식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다만 용돈비율은 월 급여의 22.0%로 저축비율의 절반에 그쳤다. 또 자신이 파이어족이라고 답한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월 평균 58만7000원의 용돈을 사용했지만, 현재는 40만8000원으로 줄였다고 답했다.

이처럼 지출을 줄이는데 한계가 있다면 부업으로 소득을 늘리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직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높여 연봉을 올리는 것은 물론이고, 블로그 또는 유튜브를 통해 광고 수입을 얻거나, 사업이나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들이 많다.

직장인 오모씨(35)도 최근 자신의 관심분야였던 레고와 유튜브를 접목시킨 채널을 개설했다. 퇴근 후나 주말에 짬이 날 때면 카메라 앞에서 신제품 레고를 언박싱(unboxing·구매한 상품의 상자를 개봉하는 과정)하고, 레고 캐릭터들로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어 찍은 영상을 편집해 유튜브에 올린다.

오씨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함께 일을 빨리 그만두고 싶은 생각에 유튜브를 시작하게 됐다. 아직 유튜브를 통한 수익이 나지는 않고 있지만, 차곡차곡 구독자를 쌓아가는 중"이라며 "목표자금을 모으면 은퇴 후 유튜브 관련 콘텐츠 회사를 운영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투자를 통해 은퇴자금을 효과적으로 늘리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같은 금액을 저축하더라도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은퇴자금을 마련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에 따르면 30대 가구 평균소득(5982만원)의 70%를 저축(4187만원)한다고 가정했을 때 연평균 수익률이 0%라면 은퇴자금 10억원을 모으는데 25.9년이 걸린다. 그러나 수익률이 3%면 18.3년, 4%면 17.1년, 5%면 16.1년으로 기간이 줄어든다. 수익률이 1%p 높아지면, 은퇴가 1년 이상 빨라지게 되는 셈이다.

물론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금융과 경제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요구된다. 높은 기대수익은 높은 위험을 동반하기 때문에 자신의 투자성향과 재무목표 수준에 맞게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 특히 부동산이나 주식에 투자했는데 금융시장이 악화하면 은퇴 후 생활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김은혜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책임연구원(CFP·국제공인재무설계사)은 "기대수명 증가에 따라 계획보다 더 많은 은퇴자금이 필요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최빈사망 연령은 88세(남성 85세·여성 90세)로 사실상 100세 시대에 진입했다. 은퇴를 앞당길수록 은퇴 기간이 그만큼 증가한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막연하게 은퇴를 두려워할 게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몇살에 얼마를 모으겠다고 재무목표를 확실하게 세우고, 이를 실천한다면 30대에 은퇴를 못하더라도 주도적으로 은퇴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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