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선 절대 불가"…오프라인 매장 "만지고 느끼고 경험하세요"
뉴스1
2020.08.02 07:30
수정 : 2020.08.03 14:21기사원문
(서울=뉴스1) 강성규 기자 = 스툴을 직접 만들고 필라테스까지 배운다.
2300여 종의 화장품을 다 체험해 볼 수도 있다.
'문화센터' 얘기가 아니다. 최근 문을 연 오프라인 매장들이 '체험'을 내세우면서 나타난 변화들이다. 다양한 프로그램과 문화공간, 쌍방향 소통으로 브랜드와 제품을 경험해 볼 수 있도록 꾸몄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프라인 매장들이 온라인에 대응하기 위해 온라인에서는 절대 불가능한 '체험형'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온-오프라인의 시너지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문화·레저 업계도 체험형 공간이 '반전 카드'가 될 수 있을지 실험에 나서고 있다.
◇스툴 전시·제작 참여부터 필라테스까지…"제품 보단 체험을 제공"
홍대입구역에 위치한 무신사의 복합문화공간 '무신사 테라스'를 방문하면 1층 공간에 배치된 각양각색의 스툴들에 눈길이 쏠린다. 이곳에선 디자인 스튜디오 '제로랩'의 10주년을 기념해 무신사가 함께 마련한 '스툴 365' 프로젝트가 지난 17일부터 진행 중이다.
하루에 한개씩, 12월31일까지 365개의 스툴을 제작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목표다. 다음달 열리는 상반기 결산 전시회에는 제작자들뿐만 아니라 고객이 직접 디자인에 참여해 세상의 단 하나뿐인 '나만의' 스툴을 가질 수 있는 체험형 이벤트도 선보인다.
무신사 테라스는 지난해 '오프라인 패션문화 편집공간'을 표방하며 문을 열었다. 패션뿐 아니라 문화, 음악, 디자인, 전시 등 다양한 콘텐츠와 함께 콜라보레이션·한정판 제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다양한 문화 전시∙공연으로 고객을 끌어들이고, 이를 통해 협업 브랜드와 제품의 인지도와 로열티를 높이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게 무신사 측의 설명이다.
레깅스 등 애슬레저 시장의 강자 안다르는 올해 10월 삼청동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 예정이다. 안다르의 대표 상품 위주로 브랜드 정체성을 확고히 드러내는 동시에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 제품을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5월 오픈한 안다르의 첫 커뮤니티 공간인 '안다르 스튜디오 필라테스'는 애슬레저 의류와 밀접한 필라테스 레슨으로 유명세를 타며 매출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체험은 오프라인, 구매는 온라인에서"…'역발상' 눈길
'대면'을 통한 제품 '판매'라는 오프라인 매장의 기본 목적을 완전히 벗어난 매장들도 속속 늘고 있다. 시착∙시향∙시식∙시음 등 체험 콘텐츠를 극대화하고 있는 것이다.
언택트 시대 고객을 대신해 제품을 실시간 체험하고 평가하는 홈쇼핑, 라이브커머스 등이 주목받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간접적' 체험에 머물 수밖에 없다.
'아모레 성수'에서는 아모레퍼시픽 브랜드의 제품 2300여종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하지만 매장에서는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CJ ENM '메조미디어'의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방문객 중 20% 이상이 아모레 성수서 체험한 제품을 온라인에서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곳이 바로 패션업계다. 의류산업은 사이즈와 색상, 핏을 직접 확인한 후 구매하려는 고객들의 비중이 여전히 높다.
LF의 'LF몰 스토어'가 대표적이다. 온라인몰에서 상품을 주문한 후 오프라인 매장에서 픽업할 수 있는 스토어다. 매장에서 상품을 직접 살펴 본 다음 최종 구매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LF에 따르면 지난 24일 리뉴얼 오픈한 충남 당진까지 총 10개의 매장이 운영 중이다. 기존 9개 매장은 리뉴얼 전 대비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자동차부터 펀딩 플랫폼까지…"체험형 공간 전방위 확산"
판매보다는 '경험'에 주력하는 '체험형 오프라인' 공간은 업계를 막론하고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30일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에 프리미엄 라인인 제네시스 전시관을 오픈했다. 브랜드 최대 규모 전용 전시관이자 체험형 특화 공간이다.
이곳에선 제네시스 전 차종을 살펴볼 수 있음은 물론 시승 체험까지 할 수 있다. 제네시스 수지는 'Technical', 'Convenient', 'Compare' 등 3가지 상설 시승 프로그램을 운영해 체험을 극대화할 예정이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와디즈가 지난 4월 성수동에 차린 '공간 와디즈'도 떠오르는 핫플레이스다. 이곳에선 테크·가전부터 패션·잡화, 홈리빙, 뷰티, 푸드까지, 와디즈에서 펀딩이 진행 중인 다양한 제품을 직접 체험을 해볼 수도 있다.
궁극적인 목표는 메이커(제작·판매자)와 서포트(지원·구매자)의 '소통 강화'다. 이를 위해 제품 전시장뿐 아니라 스타트업 관련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는 '스퀘어', 제품을 현장에서 바로 구매할 수 있는 '메이커 스토어', 창작자가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워크스테이션', 영화 시사회·네트워킹 파티를 열 수 있는 루프탑까지 다양한 공간이 마련돼 있다.
◇"모든 역량 총동원"…문화·레저업계, "체험 극대화가 살길"
영화 등 문화, 테마파크 등 레저업계에서도 '체험형' 콘텐츠와 플랫폼들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온-오프라인 채널이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엮인 다른 업계와 달리 '물리적 공간' 그 자체를 기반으로 하는 이들 업계는 체험형 요소 극대화에 더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15일 영화 '반도'는 IMAX부터 4DX, ScreenX, 4DX SCREEN, SUPER 4D, ATMOS관까지, 국내 영화 최초 '6포맷'으로 개봉됐다.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대표적 멀티플렉스 영화관들이 자랑하는 최첨단 영상∙음향 장치와 특수관이 총동원 됐다. 코로나 사태에 따른 '극장 기피증', 넷플릭스 등 'OTT' 시장 강세에 맞서 총력전에 나선 셈이다.
CGV 아이맥스 특수관에서는 초대형화면으로 몰입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CGV 4DX와 롯데 슈퍼 4D관에서는 좀비와의 추격신 등에서 요동치는 효과장치로 마치 영화가 현실인 것처럼 빠져든다. 메가박스 ATMOS관에서는 차량 충돌음, 좀비들의 울음, 총격음 등 다양한 사운드가 연출에 맞게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생생함과 몰입도를 높인 댜앙한 체험이 가능한 특수관 상영이 입소문을 타며 반도는 개봉 14일만인 29일, 손익분기점인 300만명을 돌파했다. 이는 올 2월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 된 이후 최대 관객수다. 영화 업계는 29일 개봉한 '강철비2:정상회담' 등 하반기 국내외 기대작들도 모두 여섯 포맷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영화 외 다양한 콘텐츠를 실감나는 포맷을 통해 선보일 계획도 갖고 있다. 프로야구 경기, 콘서트, 뮤지컬 등을 IMAX, 4DX 특수관에서 상영해 '직관보다 더 직관같은'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일례로 CGV는 지난 5월 'LOL' e스포츠 경기를 3면 ScreenX 특수관에서 생중계해 호평 받은 바 있다.
레저업계도 기존에 없던 프로그램들을 내놓고 있다. 롯데월드타워에서 24일부터 운영되는 '스카이 브릿지'가 대표적이다. 월드타워 꼭대기에 위치한 541m 높이의 다리 위에 직접 올라가 다양한 퍼포먼스와 함게 서울을 조망할 수 있는 '체헝형' 전망대다. 또 롯데물산은 롯데월드타워 534m 높이의 야외 최상층부와 월드파크 잔디광장에서 8월 한 달간 '세상에서 가장 높은 캠핑장'을 운영한다.
호텔업계도 이색적인 체험형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호텔 고유의 역할인 '휴식'과 '숙박'에다 객실 안팎에서 즐길 수 있는 레저, 액티비티, 쇼핑, 문화, 먹거리 등이 결합된 프로모션들을 마련해 고객몰이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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