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韓 최저임금 높은 수준…저숙련 노동자 도태됐을 것"
뉴스1
2020.08.11 15:01
수정 : 2020.08.11 15:03기사원문
(세종=뉴스1) 김혜지 기자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1일 한국의 최저임금 수준이 회원국 가운데 "상당히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면서 "최저임금의 가파른 상승으로 인해 저숙련 근로자가 노동시장에서 밀려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구조조정을 밟아가고 있던 숙박음식점 등 일부 업종이 최저임금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이중 충격'을 받아, 해당 업종에 밀집했던 중소기업 종사자와 저소득층이 대거 노동시장에서 이탈했다는 분석이다.
OECD는 이날 발간한 '2020 한국경제보고서'에서 한국의 소득 불평등 문제와 관련해 이러한 진단을 내놨다.
OECD는 "한국은 OECD 국가 중 7번째로 소득 불평등도가 높은데, 이는 다른 대부분의 OECD 국가보다 임금 격차가 크고 소득 재분배는 제한적인 것에 기인한다"며 "노동시장 이중구조 완화와 근로자의 역량 강화, 고령 근로자의 일자리 질 강화, 연금 적정성 개선 및 사회 안전망 강화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인구 고령화와 숙련 편향적 기술 변화로 인해 불평등이 심화될 위험이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 정부는 이러한 높은 소득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표적으로 최저임금을 빠르게 인상하는 방안을 택했다.
OECD는 "한국은 2018년 최저임금을 16.4% 인상해 한국의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은 상당히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며 "특히 2019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10.9%로, OECD에서 리투아니아(38.8%), 스페인(22.3%)에 이어 3번째로 높았다"고 밝혔다.
이어 "최저임금의 가파른 상승은 임금 불평등 완화에는 기여했지만,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노동집약적 부문의 고용 증가율이 약세를 보인 것에서 알 수 있듯, 최저임금의 가파른 상승으로 인해 저숙련 근로자가 노동시장에서 밀려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내수 부족 또한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며 특히 한국의 중소기업은 정부의 각종 지원책에도 인건비 상승의 타격을 크게 받았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최저임금 이외에 고용보험 가입계층 확대 등 사회안전망 강화 정책은 코로나19 위기 기간에 효과적이었다는 취지의 평가가 나왔다.
OECD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실직은 정규직 근로자보다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집중됐고, 이는 위기 시와 평시 모두에 대비한 사회안전망 강화 필요성을 잘 보여준다"고 호평했다. 다만 "(한국에선) 대부분의 근로자가 고용보험에 가입했지만, 특히 비정규직 근로자와 소기업 근로자의 경우에는 관련 규정이 잘 준수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OECD는 "따라서 한국은 대부분 회원국에 비해 사회 안전망이 여전히 미약하다"며 "이들의 권리를 보다 잘 실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구체적인 정책 권고로는 위기 상황에서의 일정한 법정 사용자책임 도입과 상병수당(sickness benefit) 제도 도입이 언급됐다.
◇임금 불평등, 확실한 대안은?…"경쟁 촉진과 해고 요건 개선"
근로자 사이 임금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장 경쟁을 촉진하라는 권고도 함께 제기됐다.
OECD는 "경제력 집중과 경제적 지대는 기업간 수익 격차를 확대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임금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상품 시장의 경쟁도 촉진되어야 할 것"이라며 "대기업(재벌기업) 근로자는 중소기업 근로자에 비해 훨씬 높은 임금과 사회보호를 누린다. 따라서 상품시장 경쟁과 노동 이동성에 대한 장벽을 낮추려는 노력이 함께 시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법에 규정된 해고 요건의 '이중구조' 문제도 지적했다. OECD는 "고용보호 관련법은 집단해고(collective dismissals)와 관련해서는 유연하지만, 상용직 근로자의 개별해고(individual dismissals)에 대해서는 다른 OECD 국가보다 비교적 강력한 편에 속한다"면서 "이로 인해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강화되고 생산성에 부합하는 노동력 재배치가 저해된다"고 평가했다.
◇소득은 늘었는데 여전히 불행?…문제는 '낮은 포용성'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국가 전체적으로 소득이 늘어남에도 국민의 행복 수준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OECD는 "한국의 1인당 소득 수준은 지난 수십년간 빠르게 증가해 현재 유럽연합 평균 수준이지만 OECD가 측정한 행복지수 항목 중 상위 20%에 포함된 항목은 주거가 유일하다"고 밝혔다.
특히 "사회적 연계와 주관적 건강, 환경, 일과 삶의 균형에서 점수가 낮았다"며 "이는 사회적 포용성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OECD는 대안으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등 사회 전반의 포용성을 높이는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OECD는 "한국 정부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공익위원 권고에 기초한 노동관계법령 개정안과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3건의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며 "이들이 국회에서 통과된다면 한국 근로자의 기본권은 크게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청년은 공부하고, 노인은 일한다"…아이러니 해소하려면?
앞서 OECD는 한국의 근로자들이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연령이 높고, 여성의 고용률이 낮은 탓에 효율적인 노동 자원 활용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거듭 지적한 바 있다.
이번에도 지적은 반복됐다. OECD는 "근로시간은 OECD에서 가장 길지만 노동 생산성은 근로자 1인당 생산성과 시간당 생산성 모두 낮은 수준이며 이는 중소기업과 서비스업의 낮은 생산성이 주요 원인"이라며 "따라서 노동 정책은 고용률과 생산성을 모두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동시에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주 최대 52시간제 도입 등 단순한 노동시간 단축 정책으로는 현상을 해결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OECD는 "다른 대부분의 OECD 국가에 비해 한국인들이 늦은 나이까지 일을 하는 것은 국민연금 제도의 미성숙을 비롯한 몇 가지 이유가 있다"며 "한국인들은 비교적 젊을 때 사업 부진, 직장휴폐업, 가족 돌봄 등의 다양한 이유로 생애 주된 일자리에서 강제로 퇴직한 후 임금이 낮은 비정규직 일자리를 주로 얻는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노인 빈곤이 초래되고 삶의 질과 생산성이 하락하고 장시간 근로가 확대된다"며 "근로자가 생애 주된 일자리에서 더 오래 일할 수 있도록 근로자와 고용주에 대한 인센티브 확대, 임금 유연성 확대, 일과 삶의 균형 제고, 평생학습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정년 추가 연장도 검토할 것을 권했다.
높은 고등 교육률 등으로 청년의 노동시장 진입이 늦어지는 문제에 대해서는 "진로 안내와 제도(counselling)의 개선이 필요하며, 특히 고용센터 자원을 확충하고 사업자의 보다 적극적인 개입을 유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 52시간제 도입은 '일단 성공'…"더 많은 노력 필요"
정부의 주 52시간제 도입에 대해서는 호평이 주를 이뤘다. OECD는 "개혁으로 연장 근로를 하는 대기업 근로자의 주 52시간 이상 근로 비율이 개혁 이전과 비교해 5%포인트(p) 또는 약 5분의 1 낮아졌다"며 "이 개혁으로 한국의 법정 최대 근로시간이 OECD 추세와 같아졌다"고 밝혔다.
또 "이번에 시행된 조치가 실질 근로시간, 근로자의 건강, 생산성, 복지를 넘어 노동시장 상황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을지 평가하는 것은 아직 이르지만, 몇몇 보고서는 기존에 시행된 조치가 산업재해 감소, 건강한 생활방식의 확산, 노동생산성 향상 등의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OECD는 "놀라운 것은 시간당 노동 생산성뿐만 아니라 1인당 노동생산성도 높아진 것"이라며 "이는 근로시간 단축분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시간당 노동생산성이 큰 폭으로 향상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다만 "근로시간 한도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옳은 방향으로 가는 첫 걸음이기는 하지만 한국의 장시간 근로 문화를 실효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첫 번째로 우려되는 것은 5인 미만 사업장과 일부 업종(운송 및 창고업, 보건 등)에 속해 있는 기업은 근로시간 한도 규제에서 제외되었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다음으로는 장시간 근로 관행을 지탱해온 공급과 수요 측면의 인센티브를 약화시켜야 한다"며 "공급 측면의 요인으로는 낮은 기술과 임금 및 향후 받을 연금에 대한 고려를 꼽을 수 있고, 수요 측면의 요인은 경기와 생산성에 따라 사용자가 고용을 조절하는 유연성의 제한과 관련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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