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긁혔는데 수리비 30만원… "휴가철 렌터카 피해 주의를"
파이낸셜뉴스
2020.08.18 17:33
수정 : 2020.08.18 19:46기사원문
업체, 소비자와 면책계약 악용해
작은 흠집에도 수리비 과다 청구
소비자 피해 계속되도 대안 없어
#. 대학생 지모씨(25)는 지난주 첫 자동차 여행을 완전히 망쳤다. 렌트한 차량을 반납하는 과정에서 업체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것이다. 범퍼에 긁힌 흔적이 남았는데 업체는 범퍼를 다 교체해야 한다며 30만원을 요구했다고 했다.
도색으로 되지 않느냐 물었지만 말이 통하지 않았다고 했다. 김씨는 "운전면허를 따고 떠난 첫 여행이었는데 마지막에 한 달 용돈을 다 날려버렸다"며 "범퍼에 다른 흠집도 있었고 운행에도 문제가 없는데 막무가내로 교체해야한다며 돈을 요구해서 화가 났다"고 억울해했다.
18일 금융감독원과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범퍼·문짝·바퀴덮개·앞덮개·트렁크리드·앞뒤 펜더 등이 경미하게 손상되는 접촉사고 발생 시 보험사는 부품교체비용이 아닌 복원수리비만 지급한다. 가벼운 접촉사고에도 부품을 무조건 새것으로 교체하고 비용을 보험사에 청구해 사회적 비용이 과도하게 발생하는 걸 방지하는 조치다.
하지만 렌터카는 이 정책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 렌터카의 경우 '자차보험', '일반보험'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상당수가 자동차보험이 아닌 업체와의 면책계약이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자동차대여표준약관'에 따라 사고 시 수리비 일부 또는 전부를 면제하는 계약을 소비자가 업체와 체결한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차량에 손상을 입힌 소비자들은 렌트카 업체에 차량 수리비를 지불하게 된다. 만약 업체가 손상된 부품을 전부 교체하겠다고 나서도 이를 제지하기 어렵다.
실제 피해사례도 잇따른다. 올해 초 서울 렌터카 업체에서 차량을 빌렸다가 수리비와 휴차료(수리기간 동안 차량을 운행하지 못해 발생한 피해비용)로 50만원 넘게 냈다는 김은하씨(23·여)는 "주차하다가 범퍼가 조금 쓸렸는데 다 교체한다고 하더라"며 "다른 쪽 범퍼엔 빌릴 때부터 흠집이 많았는데도 고치지 않고 빌려줬는데 그보다 작은 흠집에도 무조건 교체할 거라며 수리비를 달라고 해서 황당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피해가 계속되고 있지만 대안은 마땅치 않다. 렌터카 수리 및 휴차료 관련 기준이 모호해 사실상 업체 마음대로이기 때문이다. 일부 업체들은 계약 시 과도한 수리비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약관에 포함하기도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사회초년생과 여성상대로 과도한 비용을 요청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는 자동차대여 표준약관을 개정하는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렌터카 사업자가 수리를 청구할 때 차량 수리내역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도록 하고 사고의 경중에 따른 면책금의 적정 액수를 규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