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진 "여보 미안, 의리없는 우파로 괜히 전향했나 싶다…이젠 속도조절"
2020.08.20 08:18
수정 : 2020.08.21 07:57기사원문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광복절 집회에 갔다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차명진 전 새누리당 의원이 "괜히 (좌파에서 우파로) 전향했나 싶다"며 우파의 의리없음을 한탄했다.
차 전 의원은 15일, 이사 계획이 있었지만 비가 오는 관계로 취소하고 광복절 집회에 참석했다가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아 19일 오후부터 격리병상에서 치료 중이다.
차 전 의원은 19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그동안 '철 없는' 자신으로 인해 속앓이를 심하게 했던 부인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담는 한편 보수우파에 대한 섭섭함이 담긴 편지를 띄웠다.
"여보, 미안하오"라는 말로 편지를 시작한 차 전 의원은 "왜 나는 이렇게 하는 일마다 꼬이지, 인생 마무리기에 접어 들었으면 조심도 해야 하건만 왜 나는 앞만 보고 달리다 매번 돌부리에 걸려서 넘어지는걸까"라고 걸어온 길을 돌아 봤다.
이어 차 전 의원은 "수많은 기사에서 '차명진 쌤통이다', '잘 걸렸다'라는 글로 도배를 한 거 보고 당신 마음이 얼마나 찢어졌을까"라며 부인에게 미안함을 나타냈다 .
차 전 의원은 "우리 편이라는 사람들은 이 난국에 다 어디 갔고 내가 25년 몸 담았던 미통당에서 대놓고 그 사람은 이미 우리 당 아니다 소리 하는 거 보고 당신이 무슨 생각했을까"라는 말로 미래통합당에게 심한 배신감을 드러냈다.
차 전 의원은 "내가 얼마 전 '우파는 의리가 없다면서 괜히 우파로 전향했다'고 하자 당신이 손가락을 위로 가리키며 저 분(하나님)이 있잖아, 하던 말 기억나오?"고 한 뒤 "이번에 (완쾌 돼) 나가면 방향은 안 바꾸되 속도는 쫌 조절할 것"이라고 강성 우파에서 한발짝 물러설 뜻을 드러냈다.
차 전 의원은 "언젠간 나도 당신한테 장미꽃 한다발을 선물할 날이 올거요"라며 편지를 닫았다.
차명진 전 의원은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강성 운동권으로 이름났다.
서울대 재학시절 유시민(노무현재단 이사장) 등과 함께 학생운동에 뛰어들어 강제징집까지 당한 차 전 의원은 복학 후 노동운동 현장으로 눈을 돌려 인천 주안공단의 자동차 부품업체 경인산업에 위장 취업했다.
부인도 이른바 현투(노동현장 투쟁)시절 구로공단에서 만나 사귀다가 결혼했다.
차 전 의원은 1985년 구로공단, 부천지역 일대 현투 중심인물이었던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1985년 결성한 서울노동운동연합(서노련)에 가입하는 등 지금까지 김 전 지사와 한몸처럼 움직여 왔다.
김 전 지사를 따라 서노련과 민중당을 거쳤던 차 전 의원은 교수의 꿈을 갖고 학업에 전념할 생각이었지만 김 전 지사의 요청으로 1995년 민자당에 입당, 좌파에서 우파로 변신한 뒤 강경 우파로 뿌리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