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찜 싸갔던 문대통령 이번엔 '임명장'…정은경 '무한 신뢰'

      2020.09.11 11:41   수정 : 2020.09.11 16:43기사원문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충북 청주 질병관리본부 긴급상황센터에서 정은경 초대 질병관리청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2020.9.11/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충북 청주 질병관리본부 긴급상황센터에서 열린 정은경 초대 질병관리청장 임명장 수여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0.9.11/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질병관리청 개청을 기념해 축하패를 증정했다.

사진은 질병관리청 개청 축하패의 모습. (청와대 제공) 2020.9.11/뉴스1

(서울=뉴스1) 최은지 기자 = "정은경 본부장은 내가 뽑은 사람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진들과 모인 자리에서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에 대해 수차례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한다.

초대 질병관리청장에 정은경 본부장이 임명될 것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여기에 더해 문 대통령은 11일 정 신임 청장에게 임명장을 주기 위해 직접 질본이 있는 충북 청주로 향했다.

통상 차관급 인사에 대한 임명장은 국무총리가 전수하는 것을 고려할 때 대통령이 직접 친수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김홍희 신임 해양경찰청장과 유연상 경호처장이 차관급으로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직접 받은 바 있다.


다만 앞서 두 사례와 달리, 문 대통령은 임명장을 수여하기 위해 직접 질본으로 향했다. 의전의 격식을 위해 통상 수여식은 청와대에서 진행되는데, 업무 현장에서 임명장을 친수하기 위해 대통령이 직접 이동하는 것은 역대 최초다. 또한 인사 대상자의 공식 임기시작일(12일)보다 앞서서 임명장을 수여하는 것도 문재인 정부에서 처음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전쟁 중에 야전 사령관을 불러서 임명장을 주는 것이 아니고 직접 가셔서 임명장을 드리는 것"이라며 "그만큼 초대 질병관리청장에 대한 신뢰와 기대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고의 전문가 모셔라"…첫 여성 본부장·최장수 차관급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7년 7월 초대 질병관리본부장에 정은경 본부장을 직접 지명했고, 정 본부장에게 문재인 정부의 최장수 차관급 인사이자 초대 질병관리청장으로 임명하며 무한 신뢰를 보냈다.

질병관리본부장의 중요성에 대해 문 대통령은 2015년 메르스 상황을 통해 익히 잘 알고 있었다.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SNS에 질본관리본부장 인선 당시 문 대통령이 "국민 안전과 질병 관리에 대해서는 최고의 전문가를 모셔라. 정무적 의견이 개입될 여지가 없는 영역이 바로 안전"이라며 "특히 전염병은 초기 상황 대응이 매우 중요하니 경험이 있는 전문가를 반드시 모셔야 한다"고 말했다고 소개한 바 있다.

문 대통령과 정 본부장의 인연은 2015년 5월 메르스 사태로 거슬러 올라간다. 문 대통령은 당시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대표 자격으로 질본을 방문했는데, 질본 예방센터장이었던 정 본부장으로부터 브리핑을 받았다.

바이러스 앞에 모두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차분하게 설명하는 정 본부장이 문 대통령의 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임명은 당시에도 큰 관심을 받았다. 정 본부장은 2004년 질본이 생긴 뒤 첫 여성 본부장이자, 국장급의 긴급상황센터장에서 '실장'을 건너뛰고 본부장에 임명돼 파격 인사로 평가받았다.

◇"항상 감사하고 미안하다"…갈비찜 특식들고 질본 '깜짝방문'도

문 대통령의 용병술은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전염병 상황에서 대혼란을 보였던 과거와 달리, 정 본부장의 브리핑은 국민들에게 '신뢰'를 부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본부장은 정확한 코로나 확진 상황을 알리고 국민들에게 방역 수칙을 당부하며 혼란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정 본부장을 각별히 신경썼다. '방역과 경제' 투트랙 대응 기조에서 '방역' 부분은 정세균 국무총리 중심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질병관리본부의 판단에 신임을 부여했다.

문 대통령은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발생한 1월26일 정 본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질본 직원들의 노고를 격려했다. 2월12일 남대문시장을 방문했을 땐 정 본부장과 질본 직원들을 위해 홍삼액 제품을 구매했다.

'31번 확진자'가 나온 이후인 2월20일엔 정 본부장과의 15분간 통화에서 "만약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주시라"고 말했다. 방역에 대해서는 실무 수장인 질병관리본부의 판단에 전적으로 신뢰를 보내며 대통령과 정부는 뒷받침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대구 확진자가 급속히 증가하던 때 청와대 회의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정 본부장을 언급하며 "좀 허탈하지 않을까. 보통 이런 상황이면 맥이 빠지는데 체력은 어떤지"라며 "어쨌든 계속 힘냈으면 한다"고 걱정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월11일엔 갈비찜 '특식'과 함께 질본을 '깜짝' 방문했다.
취임 후 처음 질본을 찾은 문 대통령은 업무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오전이 아닌 오후 저녁시간대에 찾았고, 보고와 브리핑도 생략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정은경 본부장 등과 질본 근처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함께 했는데, 식사 장소 역시 정 본부장이 평소 즐겨찾는 곳으로 정하며 배려했다고 한다.


이날 취임 후 두 번째 질본을 찾은 문 대통령은 "여러분께는 항상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이라며 "질본이 청으로 승격된 사실 그 자체, 또 초대 청장의 임명식을 주인공인 질본 여러분들과 함께 가지는 것 자체가 대통령과 국민들이 보내는 최고의 감사며 격려 뜻이 담겨 있는 것이라고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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