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 어떻게 증명하죠?" 임대차법 시행 2개월…부동산시장 '혼란'

뉴시스       2020.10.07 16:09   수정 : 2020.10.07 16:09기사원문
계약갱신청구권 두고 임대인-임차인 갈등 집주인 실거주 의심하는 임차인 생겨나기도 "내 집에 내가 들어가는데 입증할 건 뭐냐"

[서울=뉴시스] 박민석 기자 = 5일 서울 송파구의 부동산 밀집지역의 부동산 업체 게시판의 모습. 2020.10.05. mspark@newsis.com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 경기도 고양에 전세를 살면서 자신 소유의 서울 송파구 아파트에 전세를 준 A씨. 직장 문제로 서울로 이사해야 할 것 같아 세입자에게 이번 전세계약기간이 끝나면 나갈 것을 요구했다.

며칠 연락이 없던 세입자는 '실거주를 입증하라. 그렇지 않으면 나가지 않겠다'는 내용증명을 보내왔다. A씨는 "내 집에 내가 들어가겠다는데 어떤 방법으로 증명해야 할 지 모르겠다"며 혀를 내둘렀다.

#. 경기도 하남에 전세를 살고 있는 B씨. 아직 만기가 5개월가량 남았지만 집주인은 집을 팔아야 할 상황이 생겼다며, 이사비를 줄 테니 나갈 것을 요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업이 어려워져 집을 팔아 대출을 갚아야 하는데 전세가 껴 있으면 팔기가 어렵고, 가격도 낮게 책정된다는 이유에서였다.

B씨는 집주인의 전화를 계속해서 피하고 있다. B씨의 사정도 난감하다. 1년 사이 전셋값이 3억원 가량 오르면서 갈 곳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B씨는 "집주인의 상황도 딱하지만 계약갱신청구권으로 재계약을 할 계획까지 세워놓았던 터라 집주인의 전화를 쉽게 받을 수 없다"면서도 "권리를 주장하는 건 정당한 것이지만 한편으론 나쁜 세입자가 된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고 털어놓았다.

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임대차2법이 시행된 지 두 달여가 지났지만 전세시장은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갈등이 계속해서 빚어지고 있다. 부동산과 관련된 인터넷 카페나 카카오톡 오픈채팅에서는 하루에도 수십 건의 갈등 사례가 공유되기도 한다.

앞서 국회는 지난 7월30일 계약갱신청구권(2+2)과 전월세상한제(5%) 등을 핵심으로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정부는 다음날인 7월31일 국무회의를 열고, 당일부터 이를 시행했다.

현재 임대인과 임차인의 갈등을 야기하고 있는 법은 계약갱신청구권으로 임차인이 계약만료 6개월~1개월 전에 한 번의 연장(2년)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다만 임대인 또는 직계존비속이 거주하는 경우엔 예외다. 또 임차인이 허위 신분으로 계약을 하거나, 임차한 주택의 전부 또는 일부를 동의 없이 무단 증축·개조하거나 고의로 파손한 경우, 임대인이 임차인과 합의하고 이사비 등 상당한 보상을 제공한 경우 등이 포함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예외사항을 두고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임대인이 거주를 이유로 계약갱신청구권을 거절하는 경우 이를 의심하는 임차인이 생겨나고 있다. A씨와 같은 사례가 나오는 이유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2년 전 보증금으로 다시 전세를 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임대차시장은 임대차법 시행 이후 매물은 급감한 반면 보증금은 급등했다.

또 임대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계약갱신청구권을 거절해놓고, 보증금을 크게 올려 새로운 세입자를 구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를 막기 위해 임대인이 갱신 거절 후 제3자에게 임대를 한 경우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도록 했다. 더불어 실제로 집주인이 거주하고 있는 지를 확인하기 위해 해당 주택의 임대차 정보 현황을 열람할 수 있게 했다.

국토교통부는 임대인의 실거주 증명 방법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세입자가 납득할만한 객관적인 상황 설명은 필요하다고 해석했다. 임차인이 계약갱신청구권이라는 새로운 권리를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은 없다"며 "법을 만들 때는 공청회 등을 거쳐 문제점을 파악하는 등 구체적이고 꼼꼼한 과정이 필요하지만 이번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그렇지 못했다. 졸속으로 만들어진 셈이다"라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이어 "임차인을 보호하는 법이긴 하지만 너무 임차인 중심으로 돼 있어 임대인의 반발을 불러일으켰을 가능성이 있다"며 "법 시행에 있어서도 예고 없이 바로 한 부문도 문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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