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손·소인?…한글날 맞은 국회, 한자어·일본식 법률용어 들어낸다

뉴스1       2020.10.09 11:27   수정 : 2020.10.09 11:27기사원문

국회가 제574주년 한글날을 맞아 663개 법률안 속 어려운 한자어·외래어 등 용어를 대거 정비한다. 사진은 지난 2015년 1월26일 41년 만에 처음으로 '한글' 국회상징물이 설치되는 모습. 2015.1.26/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382회 정기국회 개회식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며 개의를 선언하는 박병석 국회의장. 2020.9.1/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김진 기자 = "우편물과 그 취급에 필요한 물건은 '해손'을 부담하지 아니한다(우편법 제7조 3항)."

"'세이프가드조치'의 기간은 4년을 초과하여서는 아니된다(불공정무역조사법 제17조 3항)."

"자기자본은 직전 사업연도말 '대차대조표'의 자산총액에서 부채총액을 차감한 금액을 말한다(공인회계사법 제29조 2항)."

법률 속 지나치게 어려운 한자, 일본식 표현, 외래어 용어가 대거 우리말로 순화될 전망이다. 9일 한글날을 맞아 국회 법제실(사무총장 김영춘)과 법제처(처장 이강섭), 국립국어원(원장 소강춘)은 순화가 필요한 법률용어 416개를 선정해 663개 법률안에 대한 상임위원회별 일괄 개정을 추진한다.

해당되는 상임위는 정보위와 각종 특위를 제외한 16곳이다. 상임위별 법안 사례를 살펴보면, 우편법(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조항 중 '해손(海損)'은 축약 한자어로 의미 파악이 쉽지 않아 '항해 중 발생한 손해'로 풀어쓴다.

근로기준법(환경노동위)의 '전차금(前借金)'도 '미리 빌린 돈'으로, 식물방역법(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의 '약해'는 '농약 피해'로 바꾼다. 경찰공무원법(행정안전위) 내 '품행이 방정(方正)한'은 '품행이 바른'으로 쓴다.

여권법(외교통일위)의 '소인(消印)'은 '구멍을 뚫다'로, 치매관리법(보건복지위)의 '지남력(指南力)'은 '인지력'으로 변경한다. 하천법(국토교통위)의 '물양장(物揚場)'은 '소형선 부두'로 바꾼다.

불공정무역조사법(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속 외래어인 '세이프가드조치'는 '긴급수입제한조치'로, 공인회계사법(정무위)의 '대차대조표'는 일본식 표현인 만큼 '재무상태표'로 순화한다. 민간투자법(기획재정위)의 일본식 표현인 '지불'도 '지급'으로 바꾼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전날(8일) 각 상임위원장에게 개정이 필요한 법률안 목록과 함께 서신을 보내 협조를 당부했다.

박 의장은 "누구나 법을 쉽게 읽고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우리 헌법이 이룩하고자 하는 법치주의 실현의 기초이자 국회의 책무"라며 "여전히 법률에 어려운 한자어나 일본식 표현 등이 많이 남아 있어 국민의 일상 언어생활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박 의장은 오늘날 국회의 한글 상징을 처음 추진한 인물이기도 하다. 재선 시절이던 2004년 '나라 국(國)'이 들어간 국회상징을 한글로 바꾸는 국회규칙 개정안을 최초로 대표발의했다. 19대 국회 부의장을 지냈던 2014년에는 관련 개정안의 본회의 의결을 이끌어내 41년 만에 한글상징이 국회 본회의장에 걸리는 성과를 이뤘다.


개정안은 국정감사 이후 각 상임위별 논의를 거쳐 본회의에 오를 전망이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국회 법제실과 법제처, 국립국어원이 정비대상 법률용어를 발굴해, 6개 상임위가 개정안을 처리한 바 있다.

이번 개정안의 처리 시점과 관련해 국회 관계자는 "상임위별 사정에 따라 논의를 하게 될 것"이라며 "(국회 차원에서) 특정 목표 시점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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