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형 학교 재구조화' 위해 가우디 성당 찾은 서울시교육청 공무원

뉴스1       2020.10.11 16:33   수정 : 2020.10.11 16:33기사원문

서울시교육청 공무원 등 22명이 지난해 9월17일부터 8박10일 일정으로 다녀온 스페인·이탈리아 국외공무출장 계획과 보고 내용 비교.(박찬대 의원실 제공)/뉴스1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서울시교육청 소속 공무원과 교사들이 국외공무출장 보고서를 10건 중 4건은 엉터리로 작성해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들은 인터넷에 게시된 글을 복사해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일정과 장소설명만 적고 여행 감상평을 쓰는 등 부실한 보고서를 제출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1일 2017~2020년 서울시교육청 지방공무원과 교사 국외출장보고서 316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분석 결과 기존 출장보고서 전체를 복사하거나 온라인 블로그 등 인터넷에 게시된 내용을 일부 복사하는 등 표절 보고서가 50건(15.8%)에 달했다.

일례로 지난 2018년 9월8일부터 16일까지 노르웨이와 핀란드 등을 방문한 국외출장보고서를 보면 '노르웨이 교육제도'에 관한 설명이 지난 2012년 포털 사이트 한 블로그에 올라온 글과 동일하다.

또한 '학교폭력 문제'에 관한 설명에서는 지난 2014년 한국교육개발원 웹진 겨울호에 실린 '외국의 학교폭력 예방 프로그램 운영 실태'에 나온 대목과 동일한 문단이 적혀 있다.

해당 출장에는 1인당 478만1403원이 경비로 들어갔다.

일정과 장소 설명만 쓰여 있거나 여행 감상평을 쓰는 등 내용이 부실한 보고서도 64건(20.2%)으로 조사됐다. 관광 위주나 계획서와 일정이 다른 보고서도 19건(6.0%)이 있었다.

22명이 지난해 9월17일부터 8박10일 일정으로 스페인과 이탈리아를 방문한 국외출장에서는 시찰 명목으로 주요 관광지를 둘러본 경우가 적지 않았다.

보고서에서 이들은 가우디 대성당·가우디 구엘공원·알함브라 궁전·산토 토메 교회·톨레도 대성당·마드리드 궁전·밀라노 대성당 등을 방문했다고 기재했다.

해당 출장 목적은 '유럽 2개국의 학교 건축, 교육시설 공간구성 등 디자인 연구'와 '미래형 학교 공간 재구조화를 통한 미래인재 육성과 창의적 교육운영에 적합한 새로운 학교와 교실환경구축 방향성 모색'이었다.

출장 경비는 총 1억808만원으로 1인당 약 490만원이었다.

국외출장보고서 10건 중 4건 이상이 엉터리로 작성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교육청 소속 공무원·교사 국외출장 관리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시·도교육청 소속 공무원과 교사가 작성한 출장보고서는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이 등록돼 있는 경우도 있지만 교육청별로 공개 정도가 상이하고 교육청이 추진한 국외출장이 아니면 들여다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공무원 국외공무출장은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으로 규정하지만 교육공무원으로 규정되는 교사와 교육청 소속 지방공무원은 적용 대상이 아니다.


시·도교육청별로 '교육청 소속 공무원 공무국외여행 규정'을 시행하고 있지만 교육청 차원에서도 일괄적으로 관리하지 않아 국외출장 현황 파악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박 의원은 "일선 교사의 국외출장은 심사 권한이 학교장에게 위임되는 등 자체 출장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학교가 교육청에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교사 국외 출장 현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전국 교육청이 시행 중인 '교육청 소속 공무원 공무국외여행 규정'을 재정비해 확실한 심사와 보고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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