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권행사 건물 매수업체 관리부장이 자물쇠 교체..대법 “권리행사방해”
파이낸셜뉴스
2020.10.16 06:00
수정 : 2020.10.16 06: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다른 사람이 유치권을 행사 중인 건물을 법원 강제경매를 통해 구입한 업체의 관리부장이 새로운 출입문 잠금장치를 설치했다면 권리행사 방해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권리행사방해 및 건조물침입 혐의로 기소된 M사 관리부장 A씨의 상고심에서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무죄로 본 원심을 깨고 사건을 유죄 취지로 서울남부지법 형사항소부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그런데 M사 관리부장 A씨는 같은 해 11월 초 해당 건물 출입문에 게시된 ‘유치권 행사 공고문’ 1부를 손으로 떼어내고, 드릴을 사용해 현대산업개발이 설치해 놓은 전자열쇠를 부수고 그 안으로 들어간 후 새로운 전자열쇠를 설치했다.
검찰은 A씨에게 권리행사방해 및 문서손괴, 건조물침입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A씨가 현대산업개발 소유의 문서를 손괴하고, 건물에 무단 침입, 현대산업개발의 권리행사를 방해했다는 이유에서다.
사건의 쟁점은 회사의 대표자가 아닌 관리부장이 직무권한 범위 내에서 행한 행위가 대표자가 '자기물건'을 취거(取去)한 행위와 다름없는지 여부였다. 권리행사방해죄는 '자신의 물건'에 대한 타인의 권리행사를 방해해야 성립하는 범죄다.
1심은 공소사실 전부를 유죄로 보고 A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무죄로 보고 나머지 혐의만 유죄로 인정, 징역 6월에 집해유예 2년으로 감형했다. 2심은 “대표이사가 직무집행행위로서 타인이 점유하는 물건을 취거한 행위는 회사의 대표기관으로서의 행위라고 평가되므로 권리행사방해죄에 있어서의 ‘자기의 물건’이라고 봐야 한다”고 전제한 뒤 “이 사건 아파트가 M사의 소유이고, A씨는 대표이사가 아닌 관리부장일 뿐인 점에 비춰볼 때 권리행사방해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우선 “법인의 대표기관이 아닌 대리인이나 지배인이 대표기관과 공모없이 한 행위라도 직무권한 범위 내에서 직무에 관해 타인이 점유하는 법인의 물건을 취거한 경우에는 대표기관이 한 행위와 법률적·사실적 효력이 동일하다”며 “권리행사방해죄가 규정하는 '자기의 물건을 취거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피고인이 M사의 대표기관이 아니기는 하나, M사로부터 위임받은 직무권한 범위 내에서 직무에 관해 한 행위로 M사의 대표기관이 한 행위와 다름없으므로 권리행사방해죄의 ‘자기 물건’을 취거한 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크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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