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오너가, 10조원대 상속세 어떻게 마련하나..시나리오는?
파이낸셜뉴스
2020.10.26 15:00
수정 : 2020.10.26 15:54기사원문
■연부연납·배당 확대만으론 재원 마련 어려워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 지분은 삼성전자 4.18%, 삼성생명 20.76%, 삼성물산 2.9%로, 지난 23일 기준 약 18조2400억원에 이른다. 상속세율 60%를 적용한 현행 상속세법령에 따라 이 회장의 유족이 내야할 상속세는 현재 기준 약 10조9000억원이다. 연부연납 제도를 통해 5년간 6회에 걸쳐 상속세를 분납할 순 있지만, 오너가가 보유한 현금과 배당 확대 정책만으로 매년 1조8000억원 규모의 현금을 조달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계열사 지분 매각이 불가피한데, 문제는 그룹 지배력 약화를 어떻게 최소화하느냐다.
현재 삼성그룹 지배구조는 오너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기타 IT계열사로 이어진다.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가장 주목되는 계열사는 삼성물산이다. 삼성물산은 공식적인 삼성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대주주(17.3%)로 있는데다, 지배구조 상단에 위치해 있어 그룹 내 중요도가 높다. 이런 이유로 삼성물산 보유지분이 낮아지는 방식의 의사결정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
이번 상속의 핵심인 삼성전자(주식가치 약 15조원)에 대한 지배력을 지키면서 오너가의 세 부담이 적은 방안으로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증여받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을 삼성물산에게 증여해 9조원 규모의 상속세를 회사가 내게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을 통해 간접적으로 삼성전자 지배력을 유지하고, 자산수증이익(증여이익)도 삼성물산이 법인세 형식으로 냄으로써 부담을 덜게 된다. 은경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에 대한 현재의 지배권을 유지하는 가운데 세 부담과 오너 3세간의 상속 형평성 이슈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삼성SDS 등 일부 계열사 지분 매각할 수도
이 부회장 등이 보유한 삼성 계열사 지분으로 주식담보대출을 받거나 일부 매각하는 방안도 고려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지분 매각 부담이 덜한 계열사는 삼성SDS다. 삼성SDS는 이 부회장이 9.2%(약 1조2300억원)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그룹 지배구조 하단에 있는데다 정부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등 우려 요인이 있어왔다.
삼성전자 지분을 일부 매각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현재 그룹 내 특수관계인 및 계열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율은 행사 가능한 의결권을 훌쩍 넘어섰다는 판단에서다. 이는 삼성전자의 최대주주(8.5%)인 삼성생명에 대한 규제 때문이다. 공정거래법 제11조는 대기업집단 소속 금융·보험사가 보유하고 있는 국내 계열사 주식의 의결권 행사에 대해서는 총 발행주식의 15%까지만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삼성생명 등 삼성그룹 내 삼성전자에 대한 지분율은 총 20.9%로, 5.9%의 지분율에 대해서는 어차피 의결권이 제한된 상황인 만큼 현금화를 염두에 둘 수 있다는 취지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속받은 삼성전자 일부 지분에 대한 매각은 불가피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러한 과정에서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의 경우 상속받은 삼성전자 지분을 다 매각하고, 삼성그룹 계열사의 지분을 매입하면서 계열 분리 수준으로 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험업법 개정안, 지배구조 개편 변수로
지배구조 개편에는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주요 변수로 작용한다. 이 법은 보험사의 계열사 주식 보유 한도를 총자산의 3% 이내로 규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경우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5.5% 가량을 처분해야하기 때문에 경영권 위협에 노출될 수 있다.
문지혜 신영증권 연구원은 “상속세 납부를 위한 특수관계자의 삼성전자 지분매각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으나 실제 매각할 가능성은 낮다”며 “보험업법 개정 시 특수관계자의 삼성전자 지분율이 대폭 낮아지기 때문에 경영권 방어 등을 위해 삼성전자 및 주요 관계사의 지분 매각은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고 판단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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