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보릿고개, 한·일 항공사 실적 '여기서' 차이났다

파이낸셜뉴스       2020.10.28 18:09   수정 : 2020.10.28 18:09기사원문
日양대 항공사 초대형 적자 
올해 ANA 5조5000억원, JAL 2조5000억원 적자 예고 
한국 양대 항공사들, 적자와 흑자 줄타기 
韓, 중국발 미국향 화물기 시장 우위 선점 
日 ANA 무리한 확장경영 탓도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日 내년 LCC시장 정조준  



【도쿄=조은효 특파원】일본항공(JAL)이 파산한 지 꼭 10년째가 되는 올해, 회생에 성공한 JAL은 물론이고, JAL로부터 일본의 국적기 타이틀을 넘겨받은 전일본공수(ANA)가 나란히 조 단위의 초대형 적자를 낼 전망이다. 일본 항공업계로서는 한 마디로 '악몽의 한 해'다. 어렵기로는 한국의 항공사들도 마찬가지이나, '적자의 골'이 다르다.

한국의 양대 항공사가 분기별로 흑자와 적자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것과는 분명 대비되는 부분이 있다.

28일 현재 전일본공수(ANA)와 일본항공(JAL)은 2020년 회계연도(2020년 4월~2021년 3월)에 각각 5100억엔(5조4800억원), 2300억엔(약 2조50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기 실적만 가지고서는 비교에 무리가 따르나, 대한항공은 2·4분기 1101억원 영업이익 흑자에 이어 상반기에 총 273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1·4분기 7368억원 적자로 인해 2·4분기 1173억 흑자 선방에도 상반기 총 6194억 적자를 기록했다. 증권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3·4분기 약 382억원의 영업이익 흑자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경쟁사인 아시아나항공은 2·4분기 1151억원 영업이익을 냈으나, 3·4분기에는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자회사들의 실적 부진 영향으로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업종이 경기 '초민감 업종'인지라, 한국, 일본 항공사 너나할 것 없이 어렵지만, 적자의 깊이에 차이가 있다. 숫자만 놓고서는 한국의 양대 항공사들이 '선방'한 것인데, 항공업계에서는 크게 두 가지 이유를 제시한다.

■한국 항공사, 중국발 화물시장 우위

첫째는 화물이다. 그것도 '중국발 미국향 화물기 물동량'이다.

지금과 같은 여객 수요 보릿고개에서는 화물이 보험역할을 한다. 최근 중국경제가 회복세를 나타내는 것 역시, 화물기 시장에 숨통을 트이고 있다.

여객기 좌석을 뜯어, 화물을 실어나르는 것도 생존을 위한 차선책인데, 기본적으로 ANA와 JAL은 그간 한국에 비해 화물영업에 다소 소극적이었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화물기 시장이 포화상태였던 이유도 있다.

JAL은 자체적으로 화물기가 한 대도 없다. 다른 항공사로부터 빌려서 운항하기는 하지만, 열세에 놓일 수 밖에 없고, ANA는 중국에서 미국까지 날아갈 정도의 대형 화물기가 1~2대 밖에 되지 않는다. 한국 양대 항공사들이 10여대 가량 굴리는 것과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그간 중국발 화물 시장에 적극 뛰어든 한국 항공사들이 일본에 비해 중국 네트워크가 강하고, 이것이 실적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3·4분기 대한항공의 화물기 매출기 전년 동기 대비 70%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코로나19장기화로 화물운임이 낮아지고 있는 것은 경계할 부분이다. 화물 운임은 지난 5월 고점을 기록한 이후 9월 60%가량 하락한 1kg당 3.04달러 정도다.

JAL따라잡기 했던 ANA, 적자도 추월

둘째는 몸집 불리기가 위기 때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ANA와 JAL의 올해 적자 전망치가 3조원 가량 차이가 나는 것도 무리한 노선 확대 등 확장경영에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JAL이 파산과 회생의 시기를 보낼 때, '만년 2등'이었던 ANA는 JAL따라잡기에 열심이었다. 2015년 초대형기 A380 3기 발주, 세계 최초로 보잉787기 도입 등 최근 4~5년간 ANA는 확장경영의 시기를 구가했다. 그 결과 JAL을 추월해 '국적기' 타이틀까지 거머쥐었으나, 대가는 더 혹독했다. ANA의 올해 적자는 JAL의 약 2배인 5조5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JAL이 "고용만은 지키겠다"고 안간힘을 쓰는 반면, ANA는 2022년도까지 그룹 전체 사원의 약 3500명을 줄이는 구조조정을 실시하기로 했다. 도요타 등에 직원을 임시로 전보시키는 방안까지 나온 상태다. 또 대형 항공기 30대도 매각,폐기 등 처분키로 했다.

일각에서는 ANA가 항공기 매각, 폐기 처분으로 인한 '장부상 적자'를 내세우면서, 급여 삭감, 구조조정, 공적자금 확보의 근거로 삼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5조5000억원에 이르는 적자에도 가타노사카 도모히로 ANA홀딩스 사장이 "국제선은 내년 말에 수요가 100%까지 회복될 것"이라며 여객 수요 회복에 대응해 저비용(LCC)계열사들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것도, 아직은 ANA에 진짜 위기가 오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ANA의 보유 항공기는 대략 304기, JAL은 235기 정도다.

규모의 문제는 다시 한·일 비교로 이어진다. 현재 일본 양대 항공사들의 항공기는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대비로는 약 2배에서 많게는 약 3배 수준이다. 코로나 충격으로 국제선의 95%를 놀릴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자연히 규모가 큰 항공사들의 타격이 클 수 밖에 없는 부분은 분명 부인할 수 없다.

임금 부담을 지목하는 시각도 있다. 인건비 부담이 현실적으로 실적 악화기에는 부담이 되고, 이것이 그대로 실적으로 반영됐다는 것이다.

한국 항공사들이 급여 삭감 등으로 허리 띠를 졸라맨 반면, JAL은 급여 삭감 없이 버텼다. 위기 때 쌓아둔 사내 유보금을 풀었다고 한다. 급여삭감에 나선 ANA와도 또 한 번 비교되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日항공사 건재...韓 LCC업계 '위기 이후의 위기'

ANA와 JAL의 올 한 해 '장사'를 잘 못했다고는 하지만, 이것으로 한·일간 향후 항공시장 판세를 예단하는 것은 금물이다.

ANA과 JAL 뒤에는 일본 정부가 버티고 있다. ANA과 JAL이 자금 수혈에 적극 나서는 것도 이런 이유다. 양사는 내년 도쿄올림픽 개최 전 관광객 입국 규제가 풀릴 것으로 보고, 한·일 노선은 물론이고, 아시아 LCC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JAL이 100%출자한 저비용항공사(LCC)인 '집(ZIP)에어'는 지난 6월 방콕 취항을 시작으로 지난 16일 나리타~인천 노선에 여객기 운항을 개시했다.

ANA역시 내년 여객기 수요 회복에 대응해 LCC노선에 확대를 주요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코로나 충격으로 구조조정 중인 한국 LCC업계에 '위기 이후의 위기'가 예고된 것이다. 몸집의 역설이다. 위기 때에는 충격이 배가 되지만, 회복기에는 몸집을 앞세운 대형 항공사들이 유리한 게임을 전개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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