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서 '제목없음' 검색에 음란물 '가득'
파이낸셜뉴스
2020.11.04 07:00
수정 : 2020.11.04 06:59기사원문
성인인증 하지 않고도 사용 언어 전환하자
'딥페이크물' 비롯한 음란물 그대로 노출
시민단체 등 "구글에 대한 제재 및 정치권 입법활동 필요"
[파이낸셜뉴스] 해외 포털 사이트 '구글'에서 성인인증을 하지 않고도 음란물 및 디지털성범죄물을 버젓이 볼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지적하고 개선 여부 등을 구글코리아에 문의했다. 구글코리아 측은 "본사와 확인해보겠다"며 사안 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4일 IT업계 등에 따르면 구글 사이트의 사용 언어를 특정 언어로 설정할 경우 사용자 연령에 관계없이 음란물 등 유해콘텐츠가 검색되고 있었다. IP주소를 우회하거나 로그인, 성인인증 절차 등은 필요치 않다.
성(性)과 무관한 단어를 검색했을 때도 음란물은 검색됐다. '제목없음'이 대표적인 예다. 사용 언어를 바꾸고 구글 검색창에 '제목없음'을 입력하자 마치 성인물 검색어라도 입력한 양 각종 노출 사진들이 검색 결과에 노출됐다.
뿐만 아니라 연예인 얼굴과 음란물을 합성한 '딥페이크'물이나 아동 성착취물 등 디지털성범죄물도 노출되고 있었다. 앞선 검색과 마찬가지로 로그아웃을 한 검색창에 '딥페이크 포르노'를 입력하자 디지털성범죄물 수백 개가 검색됐다.
다만 이 게시물을 통한 유해사이트 접속은 차단된 상태다. 방심위가 이 같은 해외 유해 사이트에 대해 '접속 차단'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심위는 지난 1월부터 9월까지 국내외 플랫폼 및 불법 사이트 게시물 4229건에 디지털성범죄정보 사업자 자율규제를 요청했다. 이들 가운데 해외 불법 사이트 비중은 약 87%로, 3705건에 달했다.
문제는 이들 유해 사이트에 대한 접속을 차단하더라도 포털 검색어까지 차단할 수 없어 음란물이 검색 결과에 노출되는 것은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구글 검색 결과는 사실상 불법 게시물들의 '미리보기'인 셈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의 경우 일부 성적인 단어나 관련 비속어를 검색할 경우 자체적으로 검색 결과물을 차단하고 있다. 다만 관련 은어나 비속어가 워낙 다양해 원천적인 차단은 인스타그램도 어려운 실정이다.
■방심위 지적에 "사안 확인해 보겠다"
또 구글이 자체적으로 제공하는 '세이프 서치(safe search)' 기능도 실효성은 떨어진다. 이 기능으로 음란물 등 정보를 검색 결과에서 제외할 수 있지만 클릭 한 번으로 간단하게 해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방심위는 최근 여과 없이 '딥페이크물' 등이 검색되는 문제를 구글코리아에 지적했다. 구글 코리아는 "관련 사안에 대해 본사와 연락해 보겠다"는 답변을 내놓은 상태다.
방심위 관계자는 "다른 나라는 합법이라 할 수 있을지라도 대한민국을 상대로 서비스를 한다면 키워드 검색 알고리즘을 조정하는 노력 등을 더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 같다"며 "(성인물 등에) 사용되는 공동 키워드가 있을 테니 변화가 있으면 좋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센터 대표는 "텔레그램 성착취 피해자들의 영상이 구글 검색을 통해 노출되기도 한다"며 "국내 이용자 모두 이용할 수 있는 포털인 만큼 구글에 대한 제재 및 정치권의 입법 활동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포털과 플랫폼에 각종 범죄정보가 유통되면서 디지털성범죄가 만연해지고 있다"며 "특히 해외 포털 사업자의 책임감이나 자율규제가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 조윤진 인턴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