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살리는 보람에 다시 출동합니다" 소방공무원의 24시
뉴시스
2020.11.08 13:59
수정 : 2020.11.08 13:59기사원문
코로나19 악조건 속 시민들 살릴 때가 가장 보람 전국 최다 구급출동 수원소방·구급대원 동행 취재 9일 소방의 날 앞둔 국민지킴이들, 궂은 일에 '앞장'
[수원=뉴시스] 박종대 안형철 기자 = "힘든 것도 있지만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보람에 다시 기운을 내서 현장으로 출동합니다."
‘소방의 날’(11월 9일)을 이틀 앞둔 지난 7일 오후 9시께 경기 수원시 권선동 남부119안전센터.
시민 활동이 많아질 수록 119 신고도 증가하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어서다.
오후 10시 7분께, 사무실 천장에 설치돼 있는 스피커에서 ‘띵동’ 벨소리가 울리자 안전센터 큰 철문이 열렸다. 구급 출동을 알리는 신호였다. 곧이어 구급대원이 탑승한 구급차는 쏜살같이 출동했다. 신고가 전달되고 구급차가 나갈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신고전화는 근처 아파트에 사는 주민이 복통을 호소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복통이 해소됐다고 답변해 다시 발걸음을 되돌려야 했다.
이날 출동한 구급대원은 "이런 비응급 신고가 전체 접수건수 80% 가량 차지한다"며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아침 9시까지 보통 20여 건의 출동을 한다"고 말했다.
오전 2시 16분 한 노숙인이 복통과 기침을 호소한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됐다. 남부119안전센터 소속 구급대원은 "신원 파악이 어려운 노숙인의 경우 받아줄 수 있는 병원을 찾아 몇 시간을 헤매기도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나중에 확진 판정을 받았을 때 역학조사가 힘들 것처럼 보이는 신고자는 병원에서 잘 받아주지 않는다. 멀리는 평택이나 서울까지 갈 때도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오전 3시 42분께, 수원을 대표하는 유흥가인 수원시청 뒤 이른바 ‘인계박스’에서 차와 사람의 추돌사고 신고가 접수됐다.
구급차가 인계박스에 진입하자 술에 취해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과 차량들로 도로 혼잡이 극심했다. 결국 구급차는 통행이 어려워지자 사이렌을 울렸다. 사이렌이 울리자 그제서야 차량들이 양보를 해주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엉켜버린 도로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 센터에서 인계박스까지 걸린 시간보다 인계박스 내에서 이동에 소요된 시간이 더 많았다.
이렇게 말 그대로 길바닥에서 허비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출동한 대원들은 더욱 노심노사할 수밖에 없다. 자칫 도착 지연으로 신고자 상태가 악화되거나 늦게 도착한데 따른 욕설과 폭언이 섞인 항의성 불만을 들을 수 있는 여지가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이다.
응급구조사 1급 자격증을 지닌 이상민 소방사는 "아까 낮에도 수원성빈센트병원 응급실로 신고자를 이송하고 나오자마자 호매실 쪽으로 다른 구급 건으로 출동해야 했다"며 "그런데 거리가 제법 떨어져 있기 때문에 빨리 가고 싶어도 불가피하게 못 가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럴 때는 미리 신고자에게 양해를 부탁한다는 연락을 하는데 이해를 못 하고 역정을 낼 때가 많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구급대원이 신고자를 상대하면서 겪는 감정노동 소모가 의외로 많고 또 화재 진압대원은 불을 끄러 들어간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암흑 속 공포’와 싸워야 한다.
자욱한 연기 속에서도 앞을 비출 수 있는 ‘연기투시용 랜턴’을 화재 진압장비로 산소통 세트와 함께 갖고 현장에 들어가지만 화재가 심한 경우 소용이 없다.
고색119안전센터 신준현(32) 소방교는 "광교신도시 신축 오피스텔 건설현장에서 불이 나 출동을 나간 적이 있는데 지하 3층 주차장에 화재 진압을 위해 내려갔다"며 "불이 나면서 연기가 자욱해 랜턴을 비추고 있어도 눈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컴컴한 상태였다. 그럴 때는 순간 겁이 덜컥 날 때도 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가 말한 화재현장은 2017년 12월 25일 발생한 수원시 이의동 광교신도시 SK뷰 레이크타워 공사현장이다. 이 불로 당시 근로자 1명이 숨지고 소방관 2명이 얼굴과 양손에 1∼2도 화상을 입었다. 또 근로자 12명이 연기 흡입으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고색119안전센터는 임야와 농지가 많은 지리적 특성으로 ‘벌집 신고’도 많다. 늦여름부터 초가을까지 많을 때는 하루에 대여섯 건씩 들어올 때도 있다. 최근까지 이곳 센터는 밀려들어오는 벌집을 제거해달라는 신고로 눈코뜰새 없이 분주했다.
이렇게 주·야간 분초를 다투면서 근무에 임하다 보면 어느새 퇴근시간이 다가온다.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긴장이 풀리면서 피로감이 급습해오지만 위급한 상황에서 한 생명을 살려냈다는 생각에 다음 출동을 기대하며 집으로 향한다.
이상민 소방사는 "한 번은 심정지 상태에 놓인 사람인데 신속하게 병원까지 이송해 의료서비스를 받아 생명을 구한 분이 있다"며 "나중에 병원에서 퇴원해서 당시 출동한 구급대 덕분에 살 수 있었다고 연락이 왔는데 정말 뿌듯했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남부지역에서 화재·구급 등 119로 접수되는 신고건수는 약 6000건에 이른다. 많을 때는 1만 건도 넘는다.
이러한 신고는 도소방재난본부 건물 안에 설치돼 있는 ‘재난종합지휘센터’(지휘센터)가 종합적으로 관리한다.
소방의 날을 하루 앞둔 오늘(8일)도 도민들의 안전을 책임지기 위해 경기소방은 투철한 사명감을 갖고 각종 화재나 사건·사고 및 재난현장을 힘차게 누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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