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훈장 추서한 문대통령 "전태일은 '아직 멀었다' 하시겠지요"

뉴스1       2020.11.12 16:44   수정 : 2020.11.13 14:49기사원문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고(故) 전태일 열사 훈장 추서식에서 의장병이 들고 있는 추서판에 부장을 걸어주고 있다. 왼쪽은 전 열사의 둘째 동생 전옥순. 2020.11.12/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고(故) 전태일 열사 훈장 추서식에서 유가족에게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수여한 후 환담장으로 이동 중 로비에 전시된 전태일 평전 및 태일실업 설립 계획서를 보며 대화하고 있다. 2020.11.12/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전태일다리에서 열린 전태일열사 50주기 버들다리 축제에서 전태일동상에 목도리가 둘러있다.
2020.11.7/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구교운 기자 = 22살의 청년 전태일은 1970년 11월13일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법전과 함께 자신을 불에 태웠다.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이던 '학생 문재인'은 전태일 열사의 죽음으로 노동운동에 눈을 떴고, 그로부터 50년이 흘러 '대통령 문재인'은 영원한 청년 전태일에게 훈장을 추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 청와대 본관에서 전태일 열사 국민훈장 무궁화장 추서식을 열고 무궁화장을 추서했다. 고인이 1970년 11월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마라!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치며 분신한 지 50년 만이다.

국민훈장 무궁화장은 국민훈장 5개 등급 중 1등급으로, 노동계 인사에게 무궁화장 추서는 처음이다.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로 노동운동에 헌신한 고 이소선 여사는 지난 6월 6·10민주항쟁 기념식에서 2등급인 모란장을 추서받았다.

이날 추서식에는 전태일 열사의 가족 전태삼(첫째동생)·전순옥(둘째동생)·전태리(셋째동생)씨와 친구인 최종인·이승철·임현재·김영문씨,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추서식 이후 열사의 유가족, 친구들과 환담한 자리에서 전태일 열사의 죽음이 본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말하며 노동존중사회를 향한 정부의 강한 의지를 다시금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전태일 열사에게 드린 훈장은 노동존중 사회로 가겠다는 정부 의지의 상징적 표현"이라며 "50년 걸렸다. 50년이 지난 늦은 추서이지만 우리 정부에서 전태일 열사와 이소선 어머니께 훈장(지난 6월10일 기념식 때 모란장)을 드릴 수 있어 보람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태일 열사는 근로기준법을 독학하다가 어려운 국한문혼용체에 한탄하며) '나에게 근로기준법을 가르쳐 줄 대학생 친구 한 명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늘 안타깝게 생각했다"며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 1970년에 저는 고3이었다. 노동운동과 노동자들의 어려운 처지에 대해 처음으로 눈을 뜨는 계기가 됐고, 나중에 노동변호사가 됐다"고 회고했다.

문 대통령은 "저는 전태일 열사의 부활을 현실과 역사 속에서 느낀다. 군사정권에서 끊어졌던 노동운동이 전태일 열사를 통해 되살아났다"고 평가했다.

그는 "전태일 열사가 했던 주장이 하나하나 실현되고 있다. 하루 14시간-주 80시간 노동이 연 1900시간 노동으로, 하루라도 쉬게 해 달라는 외침이 주 5일제로, '시다공'의 저임금 호소가 최저임금제로 실현됐다"며 "노동존중사회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고, 발걸음은 더디지만, 우리의 의지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태일 열사와 함께 활동하던 '삼동친목회' 동지들도 전태일 열사를 회고했다.

최종인씨는 "태일이는 가장 정이 많은 사람이었고 정의롭게 일하던 친구들의 리더였다"며 "근로기준법에 불을 붙이며 태일이가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쳤고, 쓰러진 태일이의 불을 잠바(점퍼)로 급히 껐다. 그때 쓰러졌던 태일이가 다시 벌떡 일어나 '친구들아, 싸워다오! 외쳤다"며 열사의 분신 장면을 떠올렸다.

최씨는 "하지만 우린 어떻게 할 줄 몰랐다. 오늘까지 50년이 지났고, 우리들은 70이 넘었다"며 "그동안 전태일기념관 하나가 꿈이었는데, 지난해 청계천상가에 세워졌다. (오늘 훈장 추서까지 더해) 감격스럽다"고 이야기했다.

김영문씨는 "감개무량하다. 대통령님과 함께 친구 전태일을 얘기할 수 있어 너무 좋다", 이승철씨는 "태일이가 참 보고 싶다. 분신항거 50년을 맞아 (훈장 추서가) 너무 벅차다. 태일이를 지금 만나면 '너는 어떻게 받아들이냐'고 물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전태일 열사의 유족들도 "국민들이 잊지 않게 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전태삼), "대통령의 노동존중이 없었다면 새로운 노동의 역사를 쓴 이런 날은 오지 않았을 것"(전순옥), "오빠의 죽음에 의미를 심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전태리)면서 훈장 추서에 감사를 표했다.

이수호 이사장은 "(2016년) 추운 겨울 촛불을 들었던 의미와 힘을 대통령께 위임해드렸다. 촛불정부가 노동중심사회를 위해 앞장서 주셔서 고맙다"면서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고 한 전태일은 지금 뭐라고 얘기할지 궁금하다"고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전태일 열사는 '아직 멀었다'고 하시겠지요"라고 답했다.

다만 "노동존중 사회로 가야겠다는 의지는 분명하다. 아까 전태일 열사의 부활을 얘기했는데, 분신 후 수없이 많은 전태일이 살아났다"며 "노동존중 사회에 반드시 도달할 것이라는 의지를 가지고 수많은 전태일과 함께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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