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0건 세계 첫 달성, 98% 수술 성공률, 0건 기증자 사망사고

파이낸셜뉴스       2020.11.13 04:00   수정 : 2020.11.13 03:59기사원문
간이식 수술 최고 권위 서울아산병원의 기록들 
80% 이상이 생체간이식 수술
미국보다 비율 월등히 높고
생존율·안전성도 세계 최고 수준

국내 대학병원이 세계 최초로 간이식 7000건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난 1992년 뇌사자간이식 수술과 1994년 생체간이식 수술을 시작한 후 28년만에 생체 간이식 5805건, 뇌사자 간이식 1195건을 달성하면서 7000명의 말기 간질환 환자들이 장기생존하게 됐다고 12일 밝혔다.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시행된 전체 간이식은 총 1577건이다.

서울아산 병원은 505건으로 국내 전체 간이식의 약 3분의 1 규모다. 이는 세계 최다 건수다.

■세계 최초 개발한 수술법으로 '생체간이식'

미국은 전체 간이식 중 95% 이상이 뇌사자 간이식 수술이다. 하지만 서울아산병원의 전체 간이식 수술 중 80% 이상이 생체간이식 수술이다.

생체간이식 수술은 뇌사자 간이식 수술에 비해 수술이 복잡해 합병증 발생 위험이 더 높다. 미국에서 간이식이 활발한 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 메디컬센터는 2018년 108건, 2019년 115건, 샌프란시스코 UCSF 메디컬센터는 2018년 160건, 2019년 153건의 간이식을 기록했다. 의료 선진국인 미국의 간이식 생존율은 91%(1년), 84%(3년), 76%(5년)이다.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은 지난 1999년 기증자의 간 좌엽보다 크기가 더 큰 우엽의 간 기능을 극대화해 이식 수술의 성공률을 크게 향상시킨 '변형우엽 간이식'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 수술로 한 해 30건에 그치던 생체간이식 수술이 100건을 넘어섰다. 성공률도 당시 70%에서 95%를 기록하게 됐다. 특히 치료가 어려운 중증 환자를 제외시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98%(1년), 89%(3년), 88%(10년)라는 뛰어난 생존율을 기록했다.

또 서울아산병원의 생체간이식 수술환자 중 고위험군 환자는 전체의 20~25%를 차지한다.

면역학적 고위험군인 'ABO부적합 생체간이식'은 이식이 까다로운 성인 환자에서만 현재 세계최다인 720건의 수술을 기록 중이다. 지난 2017년에는 총 361건의 생체간이식(성인 349건, 소아 12건) 수술이 시행됐는데, 중증 입원환자 중 단 한명도 사망하지 않아 높은 안전성을 입증하기도 했다. 이승규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석좌교수는 지난 2000년 3월 세계 최초로 2대1 생체간이식수술을 성공했다. 이로써 기증자 간의 좌·우엽 비율이 기준에 맞지 않거나 지방간이 심하거나 혹은 수혜자 체격에 비해 기증할 수 있는 간의 크기가 작다는 등의 이유로 수술이 불가능했던 560명 이상의 말기 간질환 환자들이 새 삶을 얻을 수 있었다.

■간 기증자, 최소 절개로 부담 줄여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은 최근 기증자 간 절제의 90%를 복강경 수술, 최소 절개술, 그리고 손 보조 복강경수술(HALS)로 시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시행한 복강경 기증자 간 절제술은 190건 이상이며 최소 절개술을 이용한 기증자 간 절제술은 300건 이상을 기록중이다.

최소 절개술을 이용한 기증자 간 절제술로 회복 기간을 단축시키고 수술 흉터를 최소화해 간 기증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 지금까지 최소 절개술을 받은 300여명의 간 기증자 중 여성이 65% 이상이며 20~30대의 젊은 기증자가 약 80% 정도로 많았다.

생체간이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증자의 안전이다. 특히 복강경을 이용한 기증자의 우측 간 절제시 수혜자에게 담도 합병증이 발생할 확률이 더 높다. 하지만 최소 절개술은 담도 혈관에 기형이 있는 모든 기증자와 수혜자에게 이식편의 위치와 상관없이 적용 가능하고 기존 개복 수술과 비슷한 수준의 합병증 발생률을 유지하고 있다. 정동환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교수는 "간 기증자 최소 절개술은 간의 좌엽 또는 우엽에 상관없이 절제가 가능하고 복강경 수술과 동일한 장점을 가지고 있어 간 기증자들의 수술 후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며 "다만 수술을 집도하는 외과 의사가 해부학 지식이 풍부하고 생체 기증자 간절제술 경험이 충분할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이 1997년부터 2020년 7월까지 시행한 5800건 이상의 생체간이식수술에서 지금까지 수술을 받은 간 기증자 수가 6400여명에 달한다. 하지만 이들 중 단 한 건의 사망이나 심각한 합병증 없이 모두 건강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 석좌교수는 "간이식 수술에서 기증자의 안전이 가장 중요한 만큼 지금까지 기증자 수술 후 사망사건은 단 한 건도 없었다"며 "앞으로도 간 이식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간 기증자들의 수술 후 만족도 향상을 위해 기증자 수술법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아산병원에서 간이식 기술을 배우기 위해 지금까지 미국, 중국, 독일, 일본, 브라질, 러시아, 멕시코 등에서 찾아온 해외의학자가 200여명에 달한다.
또 간이식 수술을 받기 위해 서울아산병원을 찾은 해외 환자가 112명이다.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 의료진 15명은 지난 2011년 몽골 울란바트로 국립 제1병원을 찾아 몽골 최초 생체 간이식 수술에 성공한 후 현지 의료진에게 간이식 기술을 전수했다. 몽골과 베트남에 총 44번, 380여명의 의료진이 현지에서 총 64건(몽골 33건, 베트남 31건)의 간이식 수술을 진행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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