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내 복잡한 與…"추미애니까 버틴다" vs "윤석열 대망론만 키웠다"
뉴스1
2020.11.22 09:00
수정 : 2020.11.22 09:00기사원문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추미애 법무부장관 '스타일'의 문제일까. 연일 도마에 오르는 추 장관의 행보를 두고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는 '이젠 추미애가 버겁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유력 대권주자이자 각각 당과 내각을 대표하는 이낙연 당대표와 정세균 국무총리는 추 장관에 대한 국민들이 느끼는 피로도에 답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에 몰렸다.
이 대표는 지난 17일 관훈토론회에서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 격화로 국민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추 장관은 비교적 스타일 쪽에서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추 장관이 '피의자 휴대전화 비밀번호 공개법 추진하겠다'고 나서자 참여연대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 진보 진영에서도 반헌법·반인권법적이라는 강한 반대가 나오는 데 대해서도 "신중해야 한다"며 "피의자 휴대전화 비밀번호까지 열라는 것은 진술거부권에 대한 훼손이 아닌가 하는 문제제기가 일리 있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가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추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 대한 사나운 민심을 전달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청와대와 이 대표 모두 해당 보도를 부인해 일단락 됐지만, 그만큼 당내 분위기가 복잡해졌다는 반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스터 스마일'이라는 별명이 있는 정 총리도 최근 적극 의견개진을 하고 있다. 정 총리는 공식석상에서 추 장관에 '절제된 언어'를 주문했다. 정 총리는 지난 10일 취임 3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추 장관을 향해 "검찰개혁을 위해 수고를 많이 하는 점은 평가하지만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좀 더 점잖고 냉정하면 좋지 않겠나, 사용하는 언어도 좀 더 절제된 언어였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검찰개혁이라는 대의명분을 무기 삼아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과격한 언동은 자제하라는 요청으로 풀이된다. 연일 개각 관련 보도가 나오는 가운데, 정 총리는 지난주 김외숙 청와대 인사수석을 만나 개각 관련 의견을 나눴다고 한다.
여당 인사들도 추 장관의 '무리수'로 검찰개혁은 사라지고 '추-윤 갈등'만 남아 꼬여버린 현 상황을 타개할 묘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추 장관이 윤 총장을 겨냥한 '특수활동비 의혹'이 청와대의 특활비 문제까지 확전된 점도 당청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22일 뉴스1과 통화에서 "인사권자인 문 대통령에게 추 장관을 당장 해임하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추 장관이 너무 과해 여당과 청와대에 부담을 준다는 당내 컨세서스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문제는 추 장관을 해임할 경우 윤 총장에게 백기를 든 모양새가 되거나, 검찰개혁 동력이 약해지리 수 있어 딜레마"라고 했다. 당에서 추 장관이 교체되려면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과 윤 총장 거취 정리가 선행돼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추 장관이 윤 총장과 각을 세우며 강성 친문(친문재인) 지지층의 호감을 받아 대권주자로 올라섰다는 평가도 있다. 검찰개혁이라는 정권의 핵심 과제 수행 뿐 아니라 추 장관 개인의 '자기 정치'를 위해서라도 '윤석열 때리기'는 매력적인 카드라는 것이다.
수도권 민주당 한 중진의원은 "추 장관이 전과 달리 친문 지지층에서 '팬덤'이 형성될 정도"라며 "추 장관이 서울시장 재보선이 아닌 대선에 직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추 장관이 청와대 '오더'가 아니라 본인의 정치적 행보를 위한 '자기 정치'를 한다는 시각도 있다"면서 "윤 총장과 더 강하게 대립각을 세우는 것도 본인의 거취논란을 일축하고 더 존재감을 키우려는 의도가 깔린 것 같다"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 한 의원은 "추 장관 정도 강한 성정이 되니, 윤 총장을 강하게 옥죄는 것 아니겠나"라며 "다른 사람이 법무부장관이 됐다면 윤 총장에게 벌써 당하고도 남았을 것"이라고 옹호했다.
추 장관 당대표 시절 민주연구원장을 지낸 김민석 민주당 의원은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국민이 원하는 시대정신은 윤석열 스타일이 아닌 추미애 스타일, 공수처 스타일"이라며 "외로워 마시라"고 공개 지지를 보냈다.
한편 추 장관은 차기 대선과 내년 서울시장 등 보궐선거 출마 여부 등에 대해 "검찰개혁을 하기 전까지는 정치적 욕망, 야망을 갖지 않기로 맹세했다"고 거취에 대해 밝혔다.
추 장관은 지난 16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시장이나 대선 출마 의향이 없느냐'고 묻자 "법무부 장관으로서 오직 검찰 개혁에 사명을 가지고 이 자리에 왔기 때문에, 그 일이 마쳐지기 전까지는 정치적 입장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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