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국 기업들은 미국 법원으로 가는가
파이낸셜뉴스
2020.12.09 18:00
수정 : 2020.12.09 18:00기사원문
<1>
한국 기업들 간의 이른바 원정전쟁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점이다. '메디톡스 대 대웅제약' 사건 역시 다음 주 ITC에서 최종 판결이 나올 예정이다.
원고와 피고가 모두 한국 회사인데 굳이 우리나라 법원을 마다하고 미국 법원 또는 ITC로 가서 분쟁을 해결하려는 이유는 세 가지로 정리된다.
둘째, 더 '관대한 저울'을 찾아서다. 승소 시 손해배상 액수가 한국보다 더 충분히 인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뿐 아니라 원고 측이 피고 기업의 고의성 또는 무모한 경솔성마저 증명하면 징벌적 손해배상(Punitive Damages)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더 현실적인 측면을 보자면 미국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 판결도 가능하기 때문에 실제로 고의 또는 과실 책임이 있는 피고 기업은 최악의 결과인 징벌적 손해배상 판결을 회피하려는 방향으로 의사결정과 선택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소모적인 장기전 대신 재판 전 민사합의 성립이 많다.
셋째, '덜 기울어진 운동장'을 찾아서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상대로 법정 분쟁을 제기할 때 차라리 미국 법원이 한국 법원보다 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진실 여부를 떠나서 대기업에 맞서는 우리나라 중소기업 대부분이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힘의 불균형으로 인해 사법 정의가 멀게 느껴진다고 한다. 차라리 미국 법원에 가서 원고에 유리한 전자증거개시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판사 개인이 아닌 12명의 배심원이 결정하는 판결을 기대해 보겠다는 취지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우리나라 기업들 간의 소위 '원정 전쟁의 시대'는 계속될 것인가. 어떻게 하면 고비용의 원정 전쟁 시대를 마감할 수 있을까. 다음 칼럼에서 원정 전쟁 시대를 마감할 수 있는 제도적 제안 등이 이어진다.
■시리즈를 시작하며
배터리·바이오와 같은 첨단분야에서 우리 기업끼리 미국에서 소송을 벌이는 사례가 잦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총 6회 시리즈 특별기고를 통해 파헤친다.
■약력
△49세 △서울대 미학과 △미국 미시간주립대 로스쿨 법학박사(J.D.) △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 △저서 '왜 한국 기업들은 미국 법원으로 가는가'
심재훈 미국 변호사, 기업분쟁 해결 분석가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