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안팎서 거품 경보음, 흘려듣지 말아야
2020.12.10 18:00
수정 : 2020.12.10 18:00기사원문
경보음은 나라 안팎에서 나왔다. 지난 8일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하면서 "자산시장 이상과열 가능성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 백신 보급이 본격화하면 경기회복 기대감에 자산가격이 더 크게 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시중 유동성이 자산시장의 이상과열을 야기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9일 한국의 가계·기업부채가 크게 늘었다면서 민간부채 위험수위를 기존 '주의'에서 '경보'로 한 단계 높였다. '경보'는 금융위기 이후 10년반 만에 처음이다. 국내 통계도 BIS 경보를 뒷받침한다. 9일 한국은행은 11월 가계대출이 한 달 전보다 13조6000억원 늘었다고 말했다. 월별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의 증가폭이다. 특히 무담보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대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 은행 등 금융사가 대출 문턱을 높이려 하자 막판 수요가 한꺼번에 몰린 탓으로 보인다.
한은은 지난 5월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인 0.5%로 내렸다. 그 덕에 우리 경제는 경쟁국에 비해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주열 총재의 발빠른 대응은 적절했다. 향후 과제는 연착륙이다. 돈이 넘치면 거품이 생기게 마련이다. 경기회복을 지탱하면서 동시에 자산에 낀 거품을 서서히 빼야 한다. 증시는 빚 내서 투자하는 '빚투', 부동산은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사는 '영끌'이 유행이다. 초저금리 아니면 생각할 수 없는 현상이다.
파티가 무르익을 때 슬쩍 술병을 치우는 것은 중앙은행과 금융당국의 숙명이다. 코로나 위기 속에서 한은과 금융당국의 발빠른 대응은 호평을 받았다. 마무리도 선제대응이 최상책이다. 이미 금융당국은 금융권에 대출을 줄일 것을 종용하고 나섰다. 한은도 머잖아 기준금리를 손질해야 할 시기가 닥칠 것이다. 금융위기 전문가인 찰스 킨들버거(1910~2003년) 교수(MIT대)는 "금융위기는 계속 피어오르는 질긴 다년생화"라고 말했다('광기, 패닉, 붕괴:금융위기의 역사'). 악마는 맨 뒤에 처진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말도 있다. 한은과 금융당국이 늘 되새겨야 할 금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