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정부...코로나 병상 확보 '비상' 초래
파이낸셜뉴스
2020.12.17 15:32
수정 : 2020.12.17 15:32기사원문
한국, OECD국가중 인구당 병상수 '2위'
입원 대기 환자 수백명에 달해
병상 배정 대기 60대 확진자 숨지기도
공공병원 대응에 의료 취약계층 밀려나는 부작용
민간병원 "동산병원 사례 등 수가보상 문제 무시 못해"
기존 환자 퇴원·병원내 감염우려 배제 어려워
[파이낸셜뉴스] 코로나19 병상 대란이 현실화되고 있다.
병상이 없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가 수백 명에 이르는 가운데 병상배정을 받기 위해 대기 중이던 확진자가 숨지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허약한 공공의료체계를 방치한 보건당국은 비판에 직면했다.
■병상배정 대기 중에 환자 숨져
17일 방역당국과 의료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환자 중 병상이 없어 적절한 시설에 입원하지 못하고 있는 환자가 수백명에 이른다. 지난 15일에는 병상배정 대기 중이던 60대 환자가 숨졌다.
수도권은 중증환자가 입원할 수 있는 병상이 사실상 동났다. 경증 및 회복기 환자가 머무르는 병상도 충분치 않다. 서울시는 확진 판정을 받은 시민들이 집에서 격리치료를 받는 사태를 막겠다며 병상 확보에 나섰다.
중환자병상은 코로나19 중증환자 치료를 위한 장비 및 인력을 완비해 중앙사고수습본부 지정을 받은 병상이다. 정부는 사망자 폭증을 막기 위해 중환자병상이 전국에 최소 330개는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현실은 목표치에 100개나 못 미친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시간이 있을 때 공공병원에 더 투자해 병원설비를 확충하고 민간병원 병상도 받았어야 하는데 늦은 감이 있다"며 "설비확충은 기확재정부 등 경제부처 반대도 심하고 국회에서도 의료원에 예산을 추가 하는 건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당장 다음 주부터 중환자 다수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더 위급한 환자에게 병상을 제공한다는 이유로 위중한 다수 환자를 대기시키는 상황은 이미 일선 병원 곳곳에서 빚어지고 있다.
지자체는 최근에야 개별적으로 민간병원과 협상에 나섰다. 민간병원 병상이 전체의 90%가 넘는데다 중환자병상으로 바로 전환 가능한 시설도 훨씬 많기 때문이다. 민간병원에는 중환자병상으로 신속히 전환이 가능한 병상이 1만개가 넘는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중환자병상 100개를 못 구해 사람이 죽어나가는 현 상황이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한국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 중 일본에 이어 병상 수가 2번째로 많은 나라다.
공공병원만으로 대응하다보니 부작용도 속출한다. 공공병원은 특수직 공무원 진료, 의료취약계층 진료, 의료사각지대 방지 등에서 역할을 해 왔는데 코로나19에 집중 투입되며 사각지대가 커졌다는 것이다.
■ 고질적 '수가보상 문제' 민간병원 부담
이에 정부는 민간병원이 협력에 나설 경우 병상 평균 일수입에 5배, 환자를 치료하면 10배를 가산해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그러나 이날 기준 전 병원 차원에서 정부에 협력의사를 전한 민간병원은 평택 박애병원 한 곳 뿐이다.
민간병원 입장에서는 정부의 보상과 통제에 대한 불신이 크다.
정부는 국민과 약속한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 요건에도 정부가 경제 문제를 이유로 단계 격상에 소극적인 대응을 해왔다. 또 앞서 코로나19 지역감염이 극심했던 1차 대유행 당시 대구 동산병원이 전담병원 역할을 했지만 정부의 보상이 더디게 이뤄졌던 선례도 있다.
수도권의 한 민간병원 관계자는 "정부의 고질적인 수가 보상 문제가 큰 요인"이라며 "정부는 감염병전담병원의 경우 확진자 치료시 발생하는 전체 비용의 5배를 보상하고, 다른 환자를 진료하지 못하는 만큼 기존 수익의 80%를 보상한다고 하지만 대구 동산병원의 사례를 봤을 때 정부가 약속한 적절한 보상이 이뤄질지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부담 요인으로는 외래 진료 환자를 줄이고 입원 중인 환자들을 내보내야 한다는 점이다. 또 병상을 확보하더라도 기존 민간병원 입원 환자들은 고위험군에 속해 병원 내 감염 우려도 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병원 내 코로나19 감염 우려는 배제할 수 없다"며 "겨울이라는 계절 특성상 폐렴, 뇌졸중 등 중환자들로 입원 환자들이 늘어나는데 민간병원을 쥐어짜 병상을 마련하는 아랫돌을 빼 윗돌을 괴는 형태의 대책은 결국 도미노처럼 의료시스템이 다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전시장, 체육관 등 공간을 확보해 칸막이를 설치하고 음압을 걸어 치료하면 의료진이 보다 효율적으로 치료에 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미 코로나19 사태에 취약계층인 공공병원에 기존 환자들이 쫓겨나 치료를 받으러 갈 곳이 없는 상태인데, 민간병원도 기존 환자들을 내보내라고 하면 그 분들은 어디에서 치료를 받겠냐"고 반문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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