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한 여성 도와주다 강제추행범으로 몰린 남성 무죄
파이낸셜뉴스
2020.12.18 08:00
수정 : 2020.12.18 17:28기사원문
술 취한 여성을 도와주다 강제추행범으로 몰린 20대 남성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박영수 판사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추행의 고의가 없었고 피해자가 취해 몸을 비틀거렸기에 도와준 것이라고 항변했다.
지하철 안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서는 B씨가 지하철에서 내릴 때 A씨가 도와준다고 하는 걸 거절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후 지하철 역사 내 CCTV에서는 에스컬레이터에서 A씨가 B씨 뒤에서 양손으로 B씨 팔을 잡고 있다가 내릴 때 팔짱을 낀 모습이 잡혔다. B씨는 A씨가 자신을 안으려 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CCTV로 확인할 수 없었다.
재판부는 A씨가 지하철에 탔을 때부터 B씨가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고 비어있는 옆좌석에 상체를 눕힌 채 잠들어 있던 점을 주목했다. B씨는 지하철역에서 내릴 때까지 잠에서 깨어나질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전동차(지하철)에서 내릴 때 '혼자 갈 수 있느냐' 물었고 이를 거절당한 것으로 보이나 피해자가 가는 데까지 같이 가주겠다고 동행했다"며 "피고인으로서는 심야에 젊은 여성이 만취해 귀가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도와주려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의 행위는 에스컬레이터에서 술에 취한 피해자를 보호하려는 노력으로 보이며, 피고인이 피해자를 안으려고 했는지는 당시 사람이 너무 많아서인지 CCTV를 통해 확인할 수 없다"며 "술에 취한 피해자가 불안하고 당황해서 오해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형사재판에서 범죄 사실 인정은 합리적 의심을 할 수 없을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당시 피고인에게 추행의 고의가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할 수 없다"고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 김준혁 인턴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