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이냐 경제냐 ‘선택의 시간’… 세계열강 이목 쏠린 한반도

파이낸셜뉴스       2020.12.31 16:07   수정 : 2020.12.31 16:24기사원문
<1> G2 패권전쟁, 한국의 전략은
"한국은 동북아 안보 린치핀"
美, 동맹 강화로 중국 견제 나서
中은 러와 군사협력으로 대응
"한국, 민주주의와 인권 등
美와는 가치 외교에 중점 두고
中에도 목소리 낼 수 있어야"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2020년 12월 11일 문재인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한국은 인도와 태평양지역 안보와 번영을 위한 '린치핀(Linchpin)'"이라고 표현했다. 린치핀은 마차나 수레의 바퀴가 빠지지 않도록 축에 꽂는 핀으로 이러한 잠금장치가 없으면 수레가 구를 수 없다. 언뜻 보면 외교적인 표현 같지만 바이든 정부의 대(對)중국 포위 전략이 물 위로 드러나면서 말에 뼈가 있었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바이든 정부 출범을 3주 앞두고 동아시아 신(新)냉전의 무대가 막이 오른 가운데 한국의 행보에 열강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파트너 찾는 美, 기회 노리는 日

미국은 중국이 1970년대 개혁개방 이후 급성장하면서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 같은 국제질서에 편입시켜 집단적으로 통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중국은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구상과 남중국해 분쟁으로 패권 욕심을 드러냈다. 버락 오바마 정부는 뒤늦게 베트남과 필리핀을 끌어들여 중국 포위망을 구축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오바마 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냈던 바이든은 2020년 12월 1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시작한 중국 압박을 이어간다며 "동맹 또는 한때 동맹이었던 모든 국가와 합심하는 것이 최고의 대중전략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바이든은 동업자를 엄격하게 고를 생각이다. 미 국무부는 앞서 2008년부터 주요 7개국(G7)을 확대해 '민주주의 10개국(D10)' 체제를 만드는 계획을 검토해왔다. 2021년 G7 의장국인 영국은 지난 12월 발표에서 2021년 회의에 한국과 인도, 호주를 참관국으로 초청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은 2020년 8월 연설에서 비공식 모임이었던 '4자안보대화(QUAD·쿼드)'를 군사동맹 체제로 바꾸고 싶다고 밝혔다. 미국과 일본 등 쿼드 4개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합동 군사훈련을 진행 중이며 비건은 한국 등 3개국을 모임에 초청해 당장은 나중에라도 쿼드를 확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은 바이든의 구상에서 최적의 파트너다. 1992년부터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으로 중국과 대립했던 일본은 아베 신조 정권 들어 중국의 위협을 강조하며 군비 증강에 나섰고 일대일로 참여국과 따로 접촉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투자를 제안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2020년 10월 베트남을 방문해 방위장비와 기술이전 협정을 체결하는 등 중국 견제와 아시아 내 세력 확대를 함께 도모했다.

■中, 러시아 안고 포위 돌파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2020년 8일 논평에서 미국의 중국 포위가 성공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서방세계를 비롯한 미국의 동맹들이 "미국의 바람과 달리 대중국 봉쇄에 함께하는 것처럼 행세할 뿐"이라며 "그들은 중국과 미국의 대결에 깊이 관여하거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꺼린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 동맹국이 동시에 중국의 중요한 경제 파트너라면서 "이 국가들에는 중국과 경제협력 유지가 미국과 동맹 유지와 마찬가지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 역시 2020년 11월 중국과 극한 대립을 이어갔던 호주를 지적하고 호주 수출의 38%가 중국으로 가고 미국행은 4%에 불과하다며 호주가 쉽사리 중국에 등을 돌릴 수 없다고 평가했다.

또한 중국은 미국의 압박을 견제하기 위해 러시아와 손을 잡았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 합병과 2016년 미 대선 개입 의혹을 거치며 서방세계와 멀어졌고 대신 중국과 가까워졌다. 바이든은 2020년 10월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미국의 주요 위협"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같은달 연설에서 중국과 군사동맹 가능성에 대해 "중국과 협력은 의심할 여지 없이 러시아의 군사방어 능력을 강화시킬 것"이라며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양국 군용기 19대는 2020년 12월 22일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을 훈련 명목으로 무단 침범했다. 양국 외교부는 미국을 겨냥한 훈련이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다음날 장관급 통화에서 미국이 일방적으로 다자주의를 파괴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파워게임에 휩쓸린 한반도

신냉전 한복판에 놓인 한국은 원치 않게 대중 포위망의 린치핀이 되어 미국과 중국의 눈총을 동시에 받고 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2020년 10월 세미나 연설에서 한국이 반중 군사훈련에 참가하면 중국은 한국을 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달 미국 역시 참여국의 우려를 받아들여 쿼드를 군사동맹이 아닌 "비공식 그룹"으로 정의했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다자주의와 동맹을 중시하는 바이든 정부의 성향을 고려하면 향후 동맹인 한국에 대한 미국의 요구사항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면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중심으로 외교전략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 센터장은 "가치 외교에 중점을 두고 미국과는 가치 코드를 맞추면서 지나치게 끌려다니는 것을 경계하고, 중국에 대해서는 미·중 갈등 상황을 충분히 활용해 눈치만 볼 것이 아니라 낼 수 있는 목소리는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트럼프만 믿던 북한은 바이든 정부의 출범으로 선택지 자체가 사라져 버렸다. 바이든은 2020년 10월 대선 토론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능력을 줄여야만 만나겠다"고 밝혔다. 미 경제매체 CNBC는 이란이 2021년 2월에 총선을 앞둔 만큼 바이든 정부의 최우선 외교 과제가 이란 핵합의라고 진단했다.
동시에 외교 및 안보 참모진 인선이 끝나는 2021년 7월까지는 북한과 새로운 대화가 어렵다고 내다봤다.

결과적으로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서는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바이든 정부는 북한 인권 문제에 많은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면서 "정부가 바이든 정부와 대북 문제 관련 정책 공조를 원활하게 하려면 지금과는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강중모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