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복 된 레깅스, 몰카 찍으면 유죄? 무죄? 법원도 오락가락
파이낸셜뉴스
2021.01.07 07:55
수정 : 2021.01.07 10:0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레깅스를 입어 맨살이 드러나지 않은 여성의 하반신이라도 당사자의 동의 없이 촬영했다면 처벌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노출 정도 보다 촬영 당시 상황이나 피해자가 느끼는 성적 수치심을 고려해 불법 촬영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A씨는 지난 2018년 5월 버스 안에서 운동복 상의와 레깅스를 입고 있는 피해자의 뒷모습을 휴대전화로 8초간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현행법은 성적 수치심을 일으킬 수 있는 신체 부위를 당사자 의사에 반해 촬영한 사람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1심과 2심의 판단은 달랐다. 1심은 A씨에게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A씨가 엉덩이와 다리 등 성적 욕망에 이끌려 촬영했고 피해자 또한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한 피해자의 항의로 A씨가 붙잡히기도 했다.
2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직접 노출되는 부위가 목과 손 등이라는 이유에서다. A씨가 촬영하면서 하체를 확대하거나 부각해 촬영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삼았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경찰에서 ‘기분이 더럽고 어떻게 저런 사람이 있냐’고 했는데, 이를 불쾌감과 불안감을 넘어 성적 수치심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항소심 재판부가 언급한 ‘반드시 노출되는 신체부위’를 촬영해야만 처벌 대상이 되는 건 아니라고 판단해 A씨의 혐의가 유죄라고 인정했다. 성적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신체부의가 특별히 정해진 게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은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일으키는 신체는 부위에 따라 일률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어떤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촬영했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판시했다. 불법 촬영 범죄에 대한 하급 법원들의 판단 기준이 되는 셈이다.
아울러 "카메라등 이용 촬영죄의 보호법익으로서 ‘성적 자유’를 구체화해, 자기 의사에 반해 성적 대상화가 되지 않을 자유를 의미한다고 최초로 판시했다"며 "이번 판결에서는 피해자의 다양한 피해감정이 존중받을 수 있도록 성적 수치심의 의미에 대한 전면적인 법리 판시를 했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jihwan@fnnews.com 김지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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