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중수청 작심 비판..檢 집단반발 조짐에 박범계 한발 물러서

파이낸셜뉴스       2021.03.02 15:43   수정 : 2021.03.02 15:4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2일 여권이 추진 중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을 두고 "검찰을 폐지하려는 시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윤 총장이 침묵을 깨고 공식입장을 표명하면서 일선 검사들도 이같은 견해에 동조하고 있다. 중수청에 대해 검사들은 "누구로부터 통제를 받지 않는 수사기관"이라고 주장하며 집단 반발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검찰과 갈등을 빚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사태가 커지면서 "검찰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청와대는 윤 총장이 검찰 수사권 폐지를 위한 중대범죄수사청 신설 등에 강력 반발한 것에 대해 "검찰은 국회를 존중해서 정해진 절차에 따라 차분히 의사를 개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총장은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거악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보다 공소유지 변호사들로 정부법무공단 같은 조직을 만들자는 것인데, 이것이 검찰의 폐지가 아니고 무엇이냐"며 이같이 밝혔다.

윤 총장은 중수청 설치에 대해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법치를 말살하는 것이며 헌법 정신을 파괴하는 것"이라 강하게 비판했다.

윤 총장은 여권의 중수청 설립 등 수사·기소 분리방안 추진에 대해 진정한 검찰 개혁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고 평가했다. 윤 총장은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면 사회적 강자와 기득권의 반칙 행위에 단호히 대응하지 못하게 된다"며 "수사는 재판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수사, 기소, 공소유지라는 것이 별도로 분리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윤 총장은 "검찰에게 그동안 과오도 있었지만 진보를 표방하는 정부나 보수를 표방하는 정부를 가리지 않고 '잘못을 저지르면 힘 있는 자도 처벌받는다'는 인식을 심어줬다고 생각한다"며 " 진보를 표방한 정권의 권력자나 부패범죄를 수사하면 따라서 그것이 보수인가"라고 반문했다.

또 "어떤 경우에도 중대범죄에 대한 검찰 수사권을 부정하는 입법례는 없다"며 여당이 영국의 특별수사검찰청(SFO)을 모델로 했다는 주장에 대해 "그와 같은 주장은 진실을 왜곡했거나 잘 모르고 하는 말이다. 수사·기소를 분리한 게 아니라 수사·기소를 융합한 것"이라 설명했다.

윤 총장은 "직을 위해 타협한 적은 없다. 직을 걸고 막을 수 있다면야 100번이라도 걸겠다. 그런다고 될 일이 아니다"면서 "국민들께서 관심을 가져 주셔야 한다. 로마가 하루아침에 쇠퇴한 것이 아니듯, 형사사법 시스템도 사람들이 느끼지 못하는 사이 서서히 붕괴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대검은 이날 "윤 총장의 인터뷰는 '중대범죄 대상 검찰 직접수사권 전면폐지'를 전제로 한 중수청 입법 움직임에 대하여 우려와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평소 헌법정신과 법치주의에 대한 소신을 직접 밝힌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윤 총장의 작심 발언에 검찰 내부도 동조하고 있다.

성기범 서울중앙지검 검사(39·사법연수원 40기)는 검찰 내부게시판 '이프로스'에 "일본제국 시절의 '특별고등경찰(특고)'"이라며 "검사는 물론 누구로부터 통제를 받지 않는 수사기관이며 특정한 목적을 염두에 두고 고안한 조직"이라고 비판했다. 이프로스에는 중수청을 비판하는 성토글들이 올라오는 상황이다.


반면 이날 박 장관은 "수사·기소 분리와 관련된 검찰구성원들의 여러 걱정에 대해 잘 알고 이해하고 있다"며 "윤 총장을 만날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윤 총장은 3일 대구고검·지검을 방문해 직원들과 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윤 총장은 간담회에 앞서 현안과 관련한 입장을 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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