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이 걸려도 아내를 찾을 때까지..." 잠수사가 된 남편

파이낸셜뉴스       2021.03.11 18:26   수정 : 2021.03.11 21:30기사원문
동일본 대지진으로 부인 실종 
"시신이라도 찾아 편히 묻어주고 싶다"
2014년 다이빙 자격증 취득해 
지금까지 470회 바다로 뛰어들어  

【도쿄=조은효 특파원】 동일본 대지진 10년을 맞아, 지난 2011년 3월 11일 지진해일(쓰나미)에 휩쓸려간 아내를 찾기 위해 잠수부가 된 한 남성의 사연이 다시 한 번 조명되고 있다.

일본 미야기현 오시카군에 사는 다카마쓰 야스오 씨(64)의 부인 유코 씨(당시 47)는 미야기현 77은행 오나가와지점에서 근무하다 쓰나미에 휩쓸렸다. 다른 직원들과 함께 은행 옥상으로 대피했지만, 20m 높이 해일이 덮치며 결국 돌아오지 못했다.

당일 옥상으로 대피한 은행 직원 13명 중 12명이 쓰나미로 숨지거나 실종됐다.

일본 가호쿠신문 등 지역언론 등에 따르면 부인 유코 씨는 남편의 안위를 걱정하며, "집에 가고 싶다"는 문자를 전송하고 쓰나미와 함께 사라졌다. 남편은 어떻게든 아내를 집으로 데려오기로 했다.



스쿠버다이빙을 배워 직접 바닷속을 뒤졌다. 2014년 4월 자격증 취득 후 거의 매주 수색 활동을 한다. 현재까지 최소 470여 차례 바다로 뛰어들었다. 다카마쓰 씨는 "바다에 몸을 담그면 마치 아내를 만날 수 있을 것만 같다"며 "아내 시신이라도 찾아 좋아하는 침대에서 재우고 편안히 묻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부인을 가리켜 "온화하고 착한 사람이었다. 싸움은 한 번도 한 적이 없다"며 "휴일에 함께 드라이브에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재밌었다"고 기억했다.

다카마쓰 씨는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는 영정사진 속 아내를 바라보며 "몇 년이 걸리더라도 아내를 찾을 때까지 잠수를 계속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다카마쓰 씨의 부인과 같은 장소에 있다가 실종된 26살 외동딸을 잃은 나리타 히로미 씨(60)도 다이빙을 배웠다. 그 역시 딸을 찾아서 온 바다를 뒤지고 있다.

지난달 11일 대지진 10주년을 한 달 앞두고 일본 해상보안청이 실종자 수색 작전을 펼쳤을 때도 두 사람은 함께 오나가와만을 찾았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이날 다카마쓰 씨와 히로미 씨 등 대지진 실종자 가족은 바다를 향해 손을 모으고 초조하게 수색 작업을 지켜봤다.
안타깝게도 아무런 성과는 없었다. 다카마쓰 씨는 해상보안청 측에 "잊지 않고 찾아줘서 고맙다"면서 "유해까지는 아니더라도 작은 유류품이라도 찾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11년 3월 11일 일본 미야기현 앞바다에서 발생한 규모 9.0의 동일본 대지진으로 약 1만8000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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