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진 스님 "국정원, 여자와 자식 숨겼다 헛소문…돌아서던 20살 학생 못잊어"

      2021.03.14 09:16   수정 : 2021.03.14 13:43기사원문
2020년 6월 15일 국가정보원의 민간인 불법사찰에 따른 명진스님의 국가·조계종 상대 손해배상소송 기자회견 모습. (명진스님 측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불교계 대표적 개혁 인사인 전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은 이명박(MB) 정권 국정원이 헛소문을 퍼뜨려 어린학생과의 연까지 끊어지게 만들었다며 국정원 불법사찰 진실을 요구했다.

보수정권에 대한 날선 비판으로 조계종내 '좌파'로 불렸던 명진 스님은 2010년 11월 봉은사 주지자리에서 밀려났고 2017년 승적까지 박탈당했다.

◇ 가장 가슴 아팠던 순간…어린시절 부터 따르던 20살 학생의 절연 편지

명진 스님은 지난 13일 한국일보에 실린 인터뷰에서 최근 다시 불거진 MB 국정원의 불법사찰 논란과 관련해 가장 가슴아팠던 사연을 소개했다.



명진 스님은 "봉은사 주지를 할 때 나를 잘 따랐던 신도 중 학생이 있었다"며 "고등학생 때까지 부모와 함께 봉은사를 드나들며 반갑게 합장을 했던 어린 신도로 불교에 관심이 많아 공부하고 있다면서 존경한다고 자주 인사를 했다"고 했다.

이어 "2011년 어느 날 미국에서 갓 스무 살을 넘긴 이 신도로부터 인연을 끊자는 메일을 받았다"라며 "메일에는 '스님에 대한 추문을 들었다.
이제는 스님을 뵙고 싶지 않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고 했다.

명진 스님은 "미국에서도 종종 안부 전화를 했던 친구였는데 냉정하게 돌아선 모습이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며 "그 학생에게 인연을 끊자는 연락을 받고 눈물이 나더라"고 말했다.

◇ MB국정원 "명진에게 여자가~" 헛소문…충격받은 학생 등돌리게 만들어

스님은 "그때는 그 학생이 왜 그랬는지 몰랐다. 나중에 시간이 지난 뒤 말도 안 되는 소문이 도는 걸 들었다. 그제서야 그 친구가 왜 나에게 등을 돌렸는지 알았다"고 했다.

MB시절 국정원이 봉은사 신도들에게 '명진이 숨겨 둔 여자와 두 명의 자식이 있고, 초호화 럭셔리카 벤틀리를 타며 사치를 부린다'는 헛소문을 퍼뜨렸다는 것이다 .

명진스님은 "어린 학생에게 상처를 줬다는 미안함, 오래 쌓아 온 인연이 한순간에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끊어질 수 있다는 허탈함과 비통함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며 "MB 정부 사람들을 용서할 수 없는 이유다"고 설명했다.

◇ 박형준 분명히 알았을 것…민주당도 선거용 취급하면 곤란

명진 스님은 MB국정원 불법사찰 여부를 몰랐다는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MB시절 청와대 정무수석"에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한다"며 "나에 대한 퇴출에 공을 들인 자승 전 총무원장과 박 전 수석이 가깝게 지냈기에 모를 리가 없다"고 분개했다.

스님은 "만약 내 말에 문제가 있다면 나를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라"고 요구했다.


또 스님은 "이 문제를 국가가 일반인에 대한 폭력으로 바라봐야지 선거에 이용하려 하는 듯해 불괘하다"며 "민주당은 이 일을 선거로 연결 짓고 넘어가선 안 되며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교황처럼 중요지위 종교인은 세상에 울림을 줘야…권력의 부당함 비판을

한편 명진 스님은 따가운 시선을 받는 가운데 사회 정치적 목소리를 내고 있는 까닭에 대해 "종교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 컸기 때문으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겪으며 국가 폭력에 대해선 단호하게 맞서야 한다고 다짐했다"고 설명했다.


스님은 "도를 닦고 염불이나 하지 왜 이런 일을 하느냐지만 교황을 보라"면서 "교황이 정치적 발언을 많이 하고 늘 세상에 울림을 주듯이 스님들도 중요한 위치에 있다면 부당한 권력을 비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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