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브라우저, 중 앱스토어에서 실종
파이낸셜뉴스
2021.03.17 01:58
수정 : 2021.03.17 01:5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알리바바의 인터넷 브라우저가 중국 앱스토어에서 사라졌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대형 기술업체들에 대한 반독점 규제가 이제 시작이라고 밝힌 이튿날 벌어진 일이다.
FT는 중국에서는 규정을 위반한 업체에 대한 징벌로 일정 기간 앱을 삭제하는 것이 흔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사안이 단순해 보이지 않는다. 이참에 알리바바를 중국 지도부가 확실하게 손 보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앱 삭제는 시주석이 주재한 중국 공산당 지도부 회의에서 중국 기술부문의 규모와 영향력 비대화에 대한 이례적인 강한 경고가 나온뒤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전과 달리 파장이 클 가능성이 높다.
회의 뒤 의사록에서 중국 지도부는 "일부 플랫폼 업체들이 부적절한 방식으로 성장해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면서 "현 규제체계가 (이들 플랫폼 그룹의 부상을) 조절하는데 실패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규정했다.
의사록은 이어 규제 당국이 중국 대형 인터넷 업체들에 대한 규제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높이겠다고 다짐했다.
중국 당국의 독점규제가 강화될 것임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다. 인터넷 시장에서 덩치를 키우며 경쟁의 싹을 잘라버리는 대형 기술업체들을 규제한다는 명목으로 이들에 대한 고삐를 죄려는 의도가 숨어있다.
지도부가 소셜미디어부터 전자상거래에 이르기까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이른바 플랫폼 업체들을 겨냥하고는 있지만 주된 타깃은 알리바바다.
알리바바는 중국 소매매출의 약 10%를 담당하는 전자상거래 공룡으로 지난해 마윈 창업자가 규제당국을 신랄하게 비판한 뒤 산하 핀텍기업 앤트그룹 상장이 취소된 바 있다.
중국 당국의 압박으로 알리바바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미디어 지분 매각이 불가피해지기도 했다.
중 규제당국은 지난해 앤트그룹 상장 취소 뒤 알리바바의 독점 횡포에 대해서도 조사에 착수해 입점업체들과 불공정한 계약을 맺지 못하도록 했다.
5월부터 알리바바는 입점업체가 경쟁 온라인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 제품을 판매해도 이를 규제할 수 없다.
한편 알리바바 UC브라우저 삭제의 직접 계기는 중국 관영 CCTV의 한 프로그램이 촉발했다.
중국 소비자의 날을 맞아 방송된 프로그램에서 CCTV는 알리바바가 병원 광고를 검색 키워드 순위에 적용해 민간 병원들이 서로 높은 순위에 오르기 위한 경쟁에 나서도록 부추겼다고 비판했다.
애초에 공공병원을 방문했을 수도 있는 환자들을 현혹해 병원 검색에나서도록 하고, 민간 병원들끼리는 서로 검색순위 경쟁을 시켰다는 것이다.
UC브라우저를 관리하는 알리바바 산하의 UC웹은 불법 광고를 사과하고,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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