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망칠까 두려웠다"…몰카 고소 취하한 정준영 前여친 '후회' (종합)
뉴스1
2021.03.24 14:48
수정 : 2021.03.24 14:48기사원문
(서울=뉴스1) 김학진 기자 = 가수 정준영 전 여자친구라고 주장한 A씨가 2016년 정준영을 불법촬영 혐의로 고소했다 취하한 배경에 대해 5년 만에 입을 열었다.
2019년 12월 유튜브 채널 '끝까지 판다'에는 이른바 '정준영 단톡방' 관련 사건을 다룬 영상이 공개된 가운데, 23일 해당 영상에 2016년 정준영을 불법 촬영 혐의로 고소했다 취하했다는 A씨의 댓글이 달렸다.
앞서 정준영은 2016년 9월 성폭행 혐의로 피소됐으나, 당시 고소인이 전 여자친구라는 사실이 밝혀졌고 이 과정에서 전 여자친구가 고소를 취하하며 사건이 일단락됐다. 이에 정준영은 성관계 장면을 몰래 촬영한 혐의로 수사를 받았지만, 이 또한 무혐의 판결을 받으며 수사가 종료된 바 있다.
A씨는 "사건이 모두 종결되고 진실이 밝혀진 지금 5년간 잘못 알려져 제대로 말하지 못했던 제 이야기를 이번 기회를 빌려 직접 바로잡고자 한다"글을 쓰게 된 계기에 대해 밝혔다.
정준영이 소홀하여 우발적으로 고소한 것이 아니라는 A씨는 "고소를 당한 후 정준영이 저와 사귀는 척 달래서 고소를 취하한 것 또한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고소를 취하했던 가장 큰 이유에 대해 "신고 이후 변호사 상담 결과 증거가 불충분하여 제가 무고죄를 뒤집어 쓸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라고 처음으로 고백했다.
A씨는 "당시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었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중요한 시기에 아무리 정준영의 죄가 중할지언정 유명 연예인을 상대로 저에게 억울한 전과가 생길수 있는 일을 벌이는 것이 위험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을 이어나갔다.
또 그는 "경찰 조사 이후 정준영에게 고소 사실을 알리고 정준영에게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내어 일방적으로 동영상을 촬영한 정황 증거를 취득하여 저를 지킬 수 있는 방편을 마련한 후에 고소를 취하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A씨는 고소 취하 이후 정준영을 위한 탄원서를 작성하고 성관계 동영상이 없다고 부인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그는 "2016년 9월, 고소는 취하하였으나, 정준영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되면서 정준영이 유죄 판정을 받을 경우에 언론에 보도될 것이 걱정됐다"며 "언론 보도를 예상 못했던 것은 아니나 그만 이 일에서 벗어나 취업 준비에 집중하고 싶었고 그 당시 제 판단으로는 정준영이 빠르게 무혐의를 받아야 저에게 2차 피해를 줄 수 있는 불필요한 언론보도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또한 A씨는 "어리석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당시 사회 분위기상 이 일이 알려지면 피해자에 대한 관심도 생겨날 것이 분명했고, 성관계 동영상이라는 구체적 피해 사실이 알려지는 것도 미래에 제 발목을 잡을 것으로 생각하여 저는 더 이상 이 일이 커지는 것을 막아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또 악플에 시달리면서 제가 별것 아닌 일로 정준영의 커리어를 망치고 관련 방송 종사자들에게 피해를 끼친 죄인이라고 생각하게 되어 정준영의 복귀를 도와야 한다는 비이성적 판단을 하게 된 것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A씨는 "하지만 아마 정준영이 저 외에도 수많은 여성들의 영상을 유포하여 인권을 유린하고 성폭행까지 하는 악질적인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절대 정준영에게 협조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이 부분에서 당시 경찰의 부실 수사 등으로 인해 정준영의 범죄가 드러나지 않게 된 점에 대해서는 저 또한 깊은 유감을 느끼는 바이다"라고 주장했다.
A씨는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제가 고소를 취하한 이유는 '불법 촬영의 피해를 겪고도, 무고죄로 피소당하여 제 인생이 망쳐질까봐' 였다"며 "정준영에게 죄를 묻는것이 저에게 더 큰 피해로 다가올까 봐 용서하고 그를 옹호할 수 밖에 없었던 힘없는 사회 초년생이었던 제 심정은 얼마나 참담하고 무기력 했을까"라고 호소했다.
이어 그는 "게다가 정준영의 무혐의 판결 이후 저는 정준영의 휴대폰이 복원되었고 그 안에는 여성들의 동영상을 카톡으로 유포한 내용이 발견되었으나 그것이 저의 영상은 아니었기에 무혐의를 받은 것이라는 소문도 듣게 되었다"면서 "그 영상이 제가 아닐지언정 정준영의 범죄자가 아닌 것이 아닌데 무혐의를 받은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고 저는 제가 끝까지 싸워내지 못하고 입장을 바꾼 것에 대한 후회로 더 큰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며 눈물로 지냈을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 봤다.
그러면서 A씨는 "그 사건 이후 저는 이렇게 공식적인 거짓말쟁이가 되어버려 앞으로 누가 내 말을 믿어주겠나 하는 생각, 그냥 내가 참고 지나 갔어야 했나, 좀 더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한 내가 참 바보 같다는 자책부터 시작해서 세상에 대한 원망 그리고 결국은 정준영이 억울한 척하며 더 활발하게 활동하는 현실 앞에 수많은 생각들이 수년간 절 괴롭혔다"라고 후회하는 모습도 보였다.
또한 "모든 억울함과 후회 원망을 극복해내고 결국은 나 자신을 응원하며 제 삶을 되찾기 위해 노력해왔고 현재 고귀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다"는 A씨는 "2016년 계란으로 바위를 치려다 완전히 깨져 버렸지만 시간이 흐르고 이제는 많은 분들이 성범죄 피해자의 심경에 공감해주고 함께 해주는 세상이 오게 되어 참 다행스럽다"며 안도했다.
끝으로 A씨는 "이 글을 보시는 다른 범죄 피해자 분들에게도 범죄 피해는 당신의 잘못이 아니며 부끄러워할 일도 아니라는 것, 그리고 피해자인 당신이 완벽하게 대처하지 않았더라도 괜찮다는 것, 당신의 인생을 짓밟은 범죄자가 처벌을 받는 것이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다. 또 지금은 힘드시겠지만 언젠가 반드시 저처럼 행복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며 희망의 목소리를 전하며 장문의 글을 마무리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그동안 얼마나 힘드셨을지 정말 가늠이 안 됩니다", "행복을 찾으셨다니 참 다행입니다. 그동안 잘 버터주셨습니다", "당시 피해자님을 조롱하는 댓글들이 정말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앞으로의 인생을 응원하겠습니다"라면서 A씨를 위로했다.
한편 정준영은 2019년 이른바 '정준영 단톡방' 사건이 터지면서 연예계에서 퇴출당했다. 정준영은 2015년 말부터 수개월 동안 단체 채팅방에서 자신이 찍은 여성들과의 부적절한 영상을 수차례 공유한 혐의(성폭력처벌법 위반)와 '정준영 단톡방' 멤버들과 함께 지난 2016년 1월 강원 홍천과 같은 해 3월 대구에서 여성을 만취시키고 집단 성폭행을 했다는 혐의로, 2020년 9월 징역 5년이 확정돼 현재 수감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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