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온라인 수업·홈트… 위·아랫집 갈등 더 커졌다
파이낸셜뉴스
2021.03.31 18:20
수정 : 2021.03.31 18:20기사원문
작년 층간소음 민원 61% 증가
전문기관 '환경보전협회' 추가
서울지역 상담·현장진단 담당
바닥에 매트를 깔고 있었지만 소음을 완벽하게 막지 못했다.
#2. 코로나19로 재택근무 중인 B씨는 윗집 쌍둥이 남자아이들의 뛰는 소리에 업무에 지장을 받는다. 회사에 출퇴근할 때도 종종 신경이 쓰였지만 하루종일 집에만 있다 보니 신경이 예민해진다. 몇번이나 정중하게 부탁을 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직장인의 재택근무와 학생들의 가정 내 온라인 수업 탓에 집안에 머무는 사람들이 늘면서 층간소음 갈등이 급증했다.
3월 31일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국내 층간소음 신고와 현장진단을 전담하는 '한국환경공단 이웃사이 센터'의 전화상담건수가 2019년 2만6257건에서 지난해 4만2250건으로 늘었다. 전년 대비 무려 60.9%나 증가한 수치다. 전화상담건수가 4만건을 넘은 건 환경공단이 서비스를 시작한 2012년 이후 처음이다. 2018년 2만8231건, 2017년 2만2849건, 2016년 1만9495건으로 줄곧 2만건대를 유지했었다.
현장진단 신청건수도 최고치를 기록했다. 현장진단을 신청하면 방문상담과 소음측정 서비스가 제공된다. 2020년 현장진단 접수는 1만2139건으로 2019년 7971건에 비해 52.3% 늘었다. 2018년 1만142건, 2017년 9229건, 2016년 6306건 등이다. 코로나19가 빚은 층간소음 갈등은 기존 패턴을 넘어서며 전방위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층간소음 피해의 대부분은 뛰거나 걷는 소리 때문에 발생했다. 총 신고건수 4만598건(67.6%)으로 전체 피해의 70%가량을 차지했다. 운동기구 소음이 포함된 기타 분류가 1만841건(18.1%)으로 2위였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외부활동이 어렵고 헬스장을 다닐 수 없어 집안에서 홈 트레이닝하는 사례가 늘어나 층간소음 갈등을 일으켰다. 이어 △망치질 소리 2588건(4.3%) △가구를 끌거나 찍는 행위 2224건(3.7%) △TV, 세탁기 등 가전제품 1699건(2.8%) △문 개폐 1184건(2.0%), 피아노 등 악기소리 927건(1.5%) 등도 층간소음 갈등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일반적으로 층간소음 피해는 아래층이 대부분이었지만 위층이나 옆세대 접수도 심각한 수준이다. 아래층 접수는 4만8157건(80.2%)을 기록한 가운데 위층 접수도 9431건(15.6%), 옆세대 접수는 1735건(2.9%)으로 적지 않은 수치를 보였다. 주거형태별로 보면 아파트 피해 신고가 78.4%로 압도적인 1위다. 2012~2020년 현장진단을 접수한 민원 6만61건 중 4만7107건이 아파트에서 발생했다. 그다음으로는 다세대주택이 7640건(12.7%), 연립주택 3771건(6.3%), 주상복합건물 752건(1.3%)이다.
층간소음 민원이 폭증함에 따라 환경부는 환경공단 외에 환경보전협회를 전문 상담기관으로 추가 지정하고 현장진단 시간도 늘렸다. 환경보전협회는 4월 1일부터 12월 말까지 우선 서울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층간소음 상담과 현장진단을 시행한다. 현장진단 시간은 기존보다 3시간 늘어난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로 확대했다. 신고를 접수하면 서울은 환경보전협회에서, 그 외 지역은 기존대로 환경공단에서 맡는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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