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투병 2년 만에 올림픽 출전권 따내...'이케에 신드롬' 日열광

파이낸셜뉴스       2021.04.05 14:03   수정 : 2021.04.05 14:03기사원문
2018 아시안게임 여자 수영 6관왕 
이케에 리카코....2019년 2월 백혈병 진단 
지난해 8월부터 레이스 복귀
자력으로 올림픽 출전권 따내....'희망'의 상징 



【도쿄=조은효 특파원】2년 2개월 전 갑작스럽게 백혈병 투병 사실을 알려 안타까움을 샀던 2018 아시안 게임 '여자 수영 6관왕' 이케에 리카코(20)가 자력으로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따내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일본의 여자 수영 간판스타 이케에 리카코는 지난 4일 도쿄 아쿠아틱스 센터에서 올림픽 대표 선발전을 겸해 열린 일본수영선수권 여자 100m접영 결승에서 57초77로 우승을 거머줬다. 이케에는 터치패드를 누른 직후, 스스로 감격스러운 듯 물 속에서 어깨를 떨며 눈물을 흘렸다.

이케에는 오는 10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일본 수영선수권에서 올림픽 출전 티켓이 걸린 100m 자유형과 50m 자유형, 올림픽 종목이 아닌 50m 접영에도 출전할 예정이다.

이케에는 중학교 3학년 때인 2015년 여자 100m 접영에서 일본 신기록을 세우며 주목을 받았다. 2016년 브라질 리우올림픽에서는 같은 분야에서 자신이 세운 일본 신기록을 경신했다. 2017년 일본선수권에서는 5관왕에 올랐다. 고등학생이던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수영 6관왕을 기록하며, 아시안게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되기도 했다. 도쿄올림픽 메달 획득에 대한 기대감 속에 올림픽 홍보모델로도 활동했다.



그런던 중 2019년 2월 컨디션이 좋지 않아 병원에 갔다가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접하게 된다. 백혈병이었다.

항암 치료로 머리가 빠지고, 체중은 한 때 15kg까지 줄었다. 약 10개월 간 입원 후 그 해 12월 퇴원했지만, 이후에도 매일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고, 6주에 한 번씩 통원치료를 받아왔다. 입원 중에도 트위터에 "신은 극복할 수 없는 시련은 주지 않는다. 자신이 극복할 수 없는 벽은 없다고 생각한다"는 글을 올려 선수 생활 복귀에 강한 의욕을 나타냈다.

병마와의 싸움에서 이긴 그는 지난해 5월 본격적인 연습을 재개했다. 이어 그 해 7월에 도쿄올림픽 D-1년 특별행사에 등장해 전 세계 선수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줄어든 체중을 회복하기 위해 식이 요법과 훈련에 집중했고, 지난해 8월부터 레이스에 복귀했다.

그리고 다시 8개월 뒤인 이날,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그는 "매우 고통스럽고 힘들어도 노력하면 반드시 보상이 따른다는 것을 느꼈다"며 "지금 매우 행복하다"고 눈물을 흘렸다. "빨리 다시 수영을 하고 싶었고, 강해지고도 싶다는 생각에 점점 면역력이 올라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도 했다.

체중은 최상의 기량을 뽐낼 때에 비하면 아직 5㎏이 덜 나가는 상태이나, 주위에서는 예상치 못한 빠른 회복세에 기적이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일본 사회는 병마와 싸워 극적으로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이케에에게 희망을 보고 있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는 5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이케에의 우승에 대해 "감동과 용기를 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전 오사카 시장이자 논객으로 활동하고 있는 하시모토 도루는 "백혈병을 극복해 올림픽 티켓을 따낸 이케에의 이야기를 교과서에 실어달라"고 호소했다.
일본의 소셜네트워크(SNS)도 이케에의 부활 스토리에 열광하고 있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도 "백혈병 진단을 받은 지 불과 2년 만에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며 이케에의 도쿄행에 반색했다. 이케에가 코로나19 감염 사태로 여전히 개최가 불안한 도쿄올림픽에 희망을 쏘아올린 것으로 보인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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