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는 몇십억 벌었다더라" 코인 광풍에 흔들리는 2030

파이낸셜뉴스       2021.04.22 14:44   수정 : 2021.04.22 14:44기사원문
올해 1분기 신규 투자자 60% 이상은 '2030'
"수년 치 연봉을 한번에?…박탈감 느껴"
전문가 "투기와 다름없는 시장 흐름… 위험"



암호화폐 광풍이 2030세대를 뒤흔들고 있다. 일거에 큰돈을 벌었다는 투자 성공담이 퍼지면서 젊은층이 동요한 것이다. 일부는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반면, '친구 따라 강남 가듯' 투자에 뛰어드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야 너도?" 코인 투자에 뛰어드는 2030

22일 업계에 따르면 코인에 투자하는 젊은 층이 급증하고 있다. 온라인이나 입소문으로 퍼지는 투자 성공담이 코인 광풍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평균 수준의 급여로는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는 2030세대에 코인 투자의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이는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실이 금융위원회를 통해 빗썸·업비트·코빗·코인원 등 주요 4대 거래소에서 받은 투자자 현황을 보면, 올해 1분기 신규 가입자는 총 249만5289명이다.

이 중 20대가 32.7%(81만6039명)로 가장 많았고, 30대가 30.8%(76만8775명)로 뒤를 이었다. 코인 투자를 시작한 10명 중 6명 이상이 2030세대인 셈이다. 심지어 나이가 어릴수록 예치금 증가율도 높아졌다. 20대가 154.7%(346억원→881억원), 30대가 126.7%(846억원→1919억원) 예치금을 늘렸다.

코인투자를 시작해 투자금을 늘리고 있다는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2년 차 직장인 이모씨(27)는 2주 전 50만원으로 시작한 투자금이 최근 800만원까지 증가했다. 조금씩 쌓인 손실을 회복하기 위해 투자금을 늘리며 이른바 '물타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주식은 변동성이 적고 답답해서 코인을 시작했는데 쉽지 않더라"며 "현재 200만원 정도 손해를 봤는데 원금을 회복할 때까지는 발을 뺄 수 없을 거 같다. 업무 중에도 계속 신경이 쓰이고 감정소모가 크긴 하다"고 말했다.





■커지는 박탈감…전문가 "잃은 사람 더 많을 것"


수년 치 연봉을 한번에 벌었다는 얘기가 전해지면서 박탈감을 느낀다는 반응도 있다. 최근 직장인 익명 사이트에는 대기업에 다니며 코인에 투자해 수십배에 달하는 수익을 냈다는 글이 올라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코인 투자를 고민하고 있다는 김모씨(27)는 "누가 '코인으로 몇억을 벌었다' 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나도 모르게 상실감이 든다"며 "월급쟁이 처지로는 서울에 집 한 채 살 수 없고 제대로 된 가정을 꾸밀 수 있을지 불안한데, 투자 얘기만 들어보면 나만 다른 세상에 사는 거 같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코인 투자의 위험성을 강조하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가격 흐름을 정상적이라고 평가하긴 어렵다"며 "가격 상승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고 투기적인 단기 거래가 너무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우려했다.

이어 "시장이 투명성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없을뿐더러, 언제든 가격조정기가 찾아와 가치가 폭락할 수 있다"며 "투자자들은 이런 부분을 인식하고 신중하게 투자에 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실상 투기와 다름없는 분위기"라며 "자금의 출처가 불분명하고 변동성이 너무 크다. 현재로선 공급에 의해서 가격이 결정될 뿐 실재적 가치가 없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누가 일확천금을 벌었다는 이야기만 듣고 시작해선 안 된다"라며 "벌은 사람보다 잃은 사람이 훨씬 많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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