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 원화 12점, 제주로…미리 보는 특별전

      2021.05.01 00:52   수정 : 2021.05.01 07:17기사원문

[제주=좌승훈 기자] 최근 삼성 일가가 기증을 발표한 고 이건희 회장의 개인소장 미술품 중 천재화가 이중섭의 작품 12점이 70년 만에 제주 서귀포로 돌아온다. 서귀포는 6.25 한국전쟁 당시 1년 가까이 이중섭이 살며 작품 활동을 했던 곳이다. 도민과 관광객에게는 오는 9월 서귀포시에 있는 이중섭 미술관을 통해 첫 선을 뵌다.




기증 작품에는 지난 1951년 이중섭 화가가 가족과 함께 서귀포에 머물며 남겼던 ▷섶섬이 보이는 풍경을 비롯해 ▷해변의 가족 ▷비둘기와 아이들 ▷아이들과 끈 ▷물고기와 노는 아이들 등 유화 6점과 수채화 1점이 포함됐다.


이중섭 화가가 일본에서 활동하던 시절 당시 연인이었던 이남덕 여사에게 보냈던 1940년대 엽서화 3점과 서귀포와 관련이 있는 게(蟹)와 가족·물고기·아이들을 모티브로 1950년대에 제작한 은지화 2점도 함께 전달됐다.

특히 이번 기증 작품을 통해 이중섭 화가가 한국 전쟁을 피해 서귀포로 피난 왔던 제주의 생활과 함께 가족에 대한 절절한 사랑을 엿볼 수 있다.



이중섭 화가의 1년 남짓한 서귀포 생활은 피난 이후 그의 짧은 생애에서 가장 행복했던 때로 전해지는 시간이다.

1951년 서귀포에서 제작한 것으로 알려진 ‘섶섬이 보이는 풍경’은 초가집 사이로 눌(낟가리)과 나목, 전봇대, 섶섬이 어우러져 제주의 아름답고 평화로운 마을 풍경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중섭 화가가 가족을 그린 그림들은 일본에 있는 부인과 두 아들과의 재회의 꿈을 표현한 작품들이다.

기증 작품에 포함된 ‘해변의 가족’은 초록색 바다를 배경으로 새들과 가족이 하나가 되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아이들과 끈’ 작품은 아이들이 서로 끈을 통해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 이런 구성 방법은 다른 작품에서도 자주 발견되며 이중섭 화가 작품의 대표적 특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원희룡 지사도 지난 29일 브리핑에서 “이번 기증 작품은 이중섭 화가의 짧은 생애에서 가장 행복했던 서귀포 시절, 가장 사랑했던 가족과의 추억을 담은 작품이라 의미가 남다르다”면서 “전쟁과 피난의 시련 속에서도 가족과 함께 행복을 나눴던 이중섭의 작품이 코로나19 위기를 견뎌내고 있는 도민과 국민 여러분께 위로와 희망의 백신이 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중섭 화가의 귀한 작품을 기증해주신 삼성가에 감사드리며, 기증 작품을 지역문화 자산으로 잘 보존하고, 활용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서귀포시 서귀동에 있는 이중섭미술관은 전례 없는 작품 기증으로 전시의 질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증된 작품은 이중섭 화가의 기일인 9월6일 전후로 특별전시회를 통해 선을 뵐 예정이다.



한편 이번 삼성가의 기증으로 미술관이 소장한 이중섭 원화 작품은 59점이 되며, 이중섭 서지 자료와 유품 등 37점을 포함하면, 소장 작품은 총 96점이 된다.
도는 이중섭미술관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지속적 작품 확보와 함께 미술관 시설 확충도 조기에 마무리함으로써, 개관 20주년인 2022년에는 세계적 미술관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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