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변회-법률구조공단 '경유회비 갈등' 격화… 징계·소송으로 가나
파이낸셜뉴스
2021.05.03 17:51
수정 : 2021.05.03 18:53기사원문
변회 "경유회비 납부하라" 통보
미납땐 변호사법 위반으로 징계
공단 "우린 특수공익법인" 거부
납부땐 국고·취약계층 부담 가중
서울변호사협회(변회)와 대한법률구조공단(공단) 사이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변회가 공단과 정부법무공단에 '경유회비'를 납부해야 한다고 통보하자 공단은 "납부할 수 없다"고 회신했는데, 이에 대해 변회가 공단 소속 변호사들에 대해 '징계 절차'까지 준비하면서 갈등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변회와 공단의 갈등 원인은 '경유회비'로 꼽힌다.
지난 3월 변회 통보 외에도 지난달 초 서울변회장과 공단이사장이 만나 경유회비를 두고 한 차례 더 논의했지만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공단 측은 변회에 "회비 납부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사법 위반…징계·소송 논의 중"
변회는 공단의 경유회비 미납을 명백한 변호사법 위반 사안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유회비의 목적은 소속 변호사들의 명의도용이나 '몰래 변론(선임계를 제출하지 않고 하는 변론)'을 방지해 투명하게 관리하겠다는 데에 방점이 찍혀 있다. 과세 당국에서도 집계돼 탈세를 막는 효과도 있다.
변회는 지난 4월 해당 문제 해결을 위해 법원과 법무부 측에 협조를 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또 같은 달 말 김정욱 서울변회장은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을 만나 경유회비에 대한 변회의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변회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시 공단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내거나 소속 변호사들을 징계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법조계에서는 공단이 법원에 인지대를 내면서도 경유회비를 내지 않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지대는 민사소송 등 인지법에 따라 법원이 소가를 기준으로 산정하는 일종의 소송 수수료를 말한다. 인지대와 경유회비 모두 현행법으로 규정돼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공익을 목적으로 경유회비를 내지 않는다는 것은 주장만 있을 뿐 법적근거가 전혀 없다"며 "변회 소속으로 공익 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로펌들도 경유회비를 납부하고 있는 상황으로 일반 공익법인과 차별화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특수 공익법인으로 납부의무 없어"
공단은 억울한 일을 당했음에도 변호사 선임 비용이 없는 서민들에게 무료 법률 서비스를 제공해주겠다는 취지로 지난 1987년 설립됐다. 이에 따라 공단 측은 변회가 소송 사건의 경유의무를 적용할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공단 관계자는 "공단은 변호사법상 법무법인 형태에 속하지 않으며 법률구조법에 의해 설립된 특수 공익법인"이라며 "법률구조법과 변호사법을 근거로 공단에 경유회비 납부 의무를 적용할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서울변회의 '공익사건 경유업무운영지침'을 참작할 때 공익업무를 수행하는 소속 변호사에게 경유의무와 회비 납부를 요구하는 건 부당하다"며 "경유회비를 납부하게 되면 국고 부담과 취약계층의 부담을 가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각에선 약 5년 전부터 공단이 법률구조 지원 대상을 늘려 중산층도 지원 대상에 포함, 설립 취지에 맞지 않는 행보를 보이면서 공익 목적이 다소 퇴색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공단에 따르면 공단의 소송구조 사건 수는 지난해 기준 13만6475건으로 본안 사건 수만 6만7882건에 달한다. 공단에 변호사 113명과 공익법무관 61명이 있는 것을 감안하면 변호사 한 명이 1년에 약 400건 가깝게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다. 공단이 한정된 자원 이상으로 규모를 키워 법률서비스의 질적 하락을 불러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진우 변호사(법무법인 주원)는 "공단 운영 자체에 문제가 있다"며 "어려운 사람들을 대상으로 자원을 충분히 투자해 제대로 구조하는 게 필요한데 그렇지 못하고 있고, 과거부터 지적돼 왔지만 해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공단 노조 관계자는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대상자를 선정하다보니 대상 기준이 불명확한 점이 있다"며 "공단은 예산을 기획재정부를 통해 받고 법무부의 승인을 받아야 전체적인 업무관리가 가능한 시스템으로, 변호사의 확대·축소 문제는 국회와 법무부 차원에서 논의가 돼야 하는 사안"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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